문재인 대통령의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을 두고 ‘당선자 쪽 의견을 들었다’는 청와대와, ‘협의한 적 없다’는 윤석열 당선자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대립하고 있는 청와대와 인수위 갈등이 인사로 이어진 모양새다. 24일자 주요 신문엔 ‘신구 권력 갈등’ ‘文-尹 충돌’ 등 제목의 기사가 1면에 실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3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면서,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간 실무협의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그쪽이 원하는 대로 인사를 해주면 선물·계기가 돼 (회동이)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는 청와대 입장도 전해졌다. 반면 장 실장은 “(이 수석이) ‘이창용씨 어때요’ 하기에 내가 ‘좋은 사람 같다’ 그랬다”며 “그것을 가지고 당선인측 얘기를 들었다는 게 납득이 가느냐”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가 “자꾸 그렇게 거짓말 하면 다 공개한다”는 표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잇단 대립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간 회동이 미뤄지면서 양측 회동이 가장 늦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아일보(2주째 못잡은 文-尹회동, 가장 늦은 사례될 가능성도)는 역대 가장 늦은 회동은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당선자 회동이 18일만이었다며, 2주째 회동에 난항을 겪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 회동이 역대 가장 늦은 신구 권력 회동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3월24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3월24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 사설(이번엔 한은 총재 놓고 딴말, 상호 존중 속 인사 조율해야)은 “당선인 측은 ‘인사권’이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는 원칙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 권력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선 원활한 인수인계가 필수임을 새겨야 한다. 지금 양측은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다. 감사원 감사위원 등 다른 인사보다 입장차가 작은 한은 총재 인사부터 신뢰관계를 복원해 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이젠 한은 총재 ‘진실 공방’…국민은 안중에 없나)은 “청와대가 한은 총재 내정을 통해 먼저 손을 내민 만큼 당선인 측도 화해의 손을 뿌리쳐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갈등도 일단 만나서 해법을 모색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은 문 대통령이 인사권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 사설(한은 총재 지명 놓고 또…사사건건 충돌에 산으로 가는 국정)은 “떠나는 권력의 인사권 행사는 자제돼야 마땅하다”며 “윤 당선인 측도 다소의 퇴로 명분을 주면서 협조를 얻는 기조를 택하는 게 신구 권력 갈등으로 지친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길”이라 했다.

조선일보 사설(尹 측근들 국민 시선 두려워하며 언행에 신중해야)의 경우 한은 총재 인선을 비롯한 양측의 갈등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근들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은 24만여 표 차이로 당선됐고 172석의 거대 야당을 상대로 국정을 펼쳐야 한다. 모두가 국민 시선을 두려워하면서 언행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3월24일자 동아일보 기사
▲3월24일자 동아일보 기사

정부가 23일 1가구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 보유세는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최근 2년간 공시가격이 큰 폭 오르면서 세금 부담이 커졌다는 일부 여론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겨레 사설(보유세 완화, ‘속도 조절’ 그쳐야지 ‘방향 전환’은 안 된다)은 “당해연도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을 깨뜨리는 좋지 않은 사례를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유세 완화는 ‘속도 조절’에 그쳐야지,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간다는 정책 방향까지 뒤집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보유세를 크게 낮췄다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대출 규제 완화 등과 함께 가까스로 잡힌 집값 불안을 또 다시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사설(보유세 땜질 완화는 이번만, 부동산 세제 정상화하길)은 “정부가 실수요자 부담을 덜기 위해 1가구 1주택자에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소급적용의 카드를 꺼낸 것 자체가 부동산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사설(정부 수립 이후 처음 보는 파행 세금, 세상에 이런 엉터리 국정도 있나)은 “이 모든 혼선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다. 문 정부는 투기를 잡겠다며 공시가격과 종부세 세율을 급격하게 올려 다주택자는 물론 서울 등의 1주택자들에게까지 세금 폭탄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것도 모자라 보유세 기준을 1년 더 소급해 ‘2020년 공시가’로 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며 “국민의힘도 ‘2020년 기준’을 공약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여야가 정부안 아닌 ‘2020년 기준’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을 텐데 1400만 가구가 내는 세금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질러 혼선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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