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통의동 집무실 건물 앞에 마련한 임시 천막 기자실에 방문할 때 당선자 대변인실이 기자들에게 ‘현안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기자들이 이를 수락했다.

김은혜 윤 당선자 대변인은 대변인실이 기자들에게 이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있으며 기자들이 이를 수락했다고 시인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과 삼청동에 나뉘어 있고 삼청동에 기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와 대통령 당선자가 만날 때 사전에 질문의 내용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주영진 SBS 앵커는 요청이 있어도 당선자에 현안질문을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고,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겸임교수는 질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뜨거운 현안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반대여론이 높은데도 왜 이렇게 고집하는지, 임기 전에 꼭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등 민감하지만 국민들이 궁금해할 질문과 답변은 없었다.

유수환 SBS 기자는 23일 오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오늘의 인수위’ 코너에서 윤 당선자가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겸 당선자 집무실 건물 앞에 기자들의 취재 지원을 위해 천막 기자실을 설치한 뒤 윤 당선자가 직접 방문한 사실을 전하면서 ‘현안질문을 말아달라’는 요청 사실이 있었다고 전했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느냐는 주영진 앵커 질의에 유 기자는 “윤 당선인, 출근길에 차에 잠깐 내려 천막에 들렀다. 당선 이후 기자단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인데, 상견례 격의 가벼운 질문이 오갔다”며 “기자회견이 아닌 만큼 ‘현안질문은 하지 말아달라’는 사전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자들은 ‘진짜 혼밥은 한 적 없느냐’, ‘아침은 직접 요리해서 먹느냐’는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나눴고, 윤 당선자는 아침은 가끔 혼자 먹는다, 집사람 즉 부인 김건희 여사는 직접 아침을 먹지 않는다는 일상 소식을 전했다고 유 기자는 밝혔다. 이와 함께 건물 외부에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던 불편을 윤 당선자가 이날 건물 1층에 사용하도록 하라고 해서 즉석으로 해결해줬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및 당선자 집무실 건물 앞에 임시로 설치한 천막기자실(프레스다방)을 방문해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및 당선자 집무실 건물 앞에 임시로 설치한 천막기자실(프레스다방)을 방문해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이에 ‘오늘은 인사를 주고 받는 자리니 현안에 대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선인측에서 요청한 것인가’라는 주 앵커의 질의에 유 기자는 “맞는다. 인수위 사무실이 통의동 삼청동 분리돼 있다. 대부분 기자들이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있다보니 통의동 기자실에서 현안 질문이 진행되면 참석하지 못한 기자가 있을 수 있으니 오늘은 상견례 격으로 가벼운 질문만 해달라는 요청이 있다”고 답했다. ‘그래도 당선인 만나는 게 쉽지는 않지 않느냐’고 묻자 유 기자는 “맞는다. 당선인 신분이 되면 경호처가 경호담당, 경호인력이 많이 붙기 때문에 붙어서 빌문한다거나 백블하는 상황이 연출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주영진 앵커는 “그래도 만나기 십지 않은 당선인를 만나게 되면 당선인측의 요청이 있어도 현안 질문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다른 곳 있는 기자들에게는 풀을 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그러나 실제 영상과 질의응답 내용을 보면, 가벼운 대화가 많았고, 두어개의 현안질문이 있었지만 심도있는 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SBS에서 방송한 기자들과 윤 당선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보면, 기자들이 ‘티타임 한번 해주세요’라는 요청에 윤 당선자가 “아 티타임? 커피한잔 합시다”라고 답하자 기자들이 ‘와’하면서 좋아하는 반응을 보였다. ‘요즘 자정까지 인수위 건물에 다 불이 켜져 있다’는 질의에 윤 당선자는 “인수위는 그렇게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주말없이 주 52시간은 못지키잖느냐”며 “인수위는 나도 나올 생각인데요, 나와서 점심저녁도 같이 먹고”라고 했다. ‘진짜로 당선 뒤 한 번도 혼밥을 안했느냐’고 묻자 윤 당선자는 “아침은 가끔 혼자 먹는데 아침도 혼자는 안 먹어. 강아지랑 같이 먹는다”라고 농담조의 담소를 나눴다.

특히 ‘예전에 취임하고 기자들 돼지고기 김치찌개 끓여준다고 하셨잖아요, 그 약속은’이라고 어느 기자가 묻자 윤 당선자는 “여기서 할까 여기서? (기자들 ‘좋아요’라고 반응) 끓일 수 있는 시설이 되려나 모르겠다”며 “아니 이제 청사 마련해서 가면은 저녁에 양 많이 끓여서 감독을 해서 같이 한번 먹읍시다”라고 말했다. ‘새로 청사를 옮기면 이렇게 깜짝 백브리핑 많이 받아주실 건가요’라는 질의에 윤 당선자는 “거기에 1층은 프레스룸으로 하고, 자주 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그전에 제일 그래도 기자실 자주가신 분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두분인데, 5년 임기동안 100회 이상 가셨다고. 1년에 스무번 이상. 한달에 평균 한두번 정도는 가셨다는 건데, 나도 가급적 우리 기자분을 자주 보려고”라고 답했다. 그는 ‘그럼 한 달에 두 번정도는 저희 꼭 만나주시겠다, 이 말씀이냐’고 하자 웃으면서 “하여튼 최선 다할게요”라고 했다.

이밖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서 받은 강아지 인수인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의에 윤 당선자는 “나도 검찰총장 임명장 받으러 갔을 때 차담을 하는데 내 처가 그 강아지를 보고싶다고 말을 하려고 해서 내가 발로 찼다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라며 “강아지는 아무리 정상간 받았다 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지 주인이 바뀌면, 강아지는 일반 그거랑은 다르죠. 나는 뭐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우는게 맞지 않나 싶은데”라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및 당선자 집무실 건물 앞에 임시로 설치한 천막기자실(프레스다방)을 방문해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및 당선자 집무실 건물 앞에 임시로 설치한 천막기자실(프레스다방)을 방문해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이밖에 현안과 관련된 일부 질문도 있었다. ‘우리가 머물 곳이 생겼는데 당선자가 머물 곳은 빨리 지어지겠느냐’는 기자 질의에 윤 당선자는 “뭐 정부에서 알아서 하겠지”라고 답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언제쯤 볼수 있을거 같으냐는 질문에 “글쎄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주영진 “현안질문 삼가달라 해도 질문해야 기자” 장성철 “기자정신 아쉬워”

이를 두고 주영진 앵커는 “가벼운 대답과 질문이 있었네요”라며 “현안에 대한 질문은 가급적 삼가달라, 인사차 왔으니라고 주변에서 그런 요청을 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해도 당선자가 (취재진이 현안을) 질문했을 때 답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앵커는 “저는 지금 당장 만나면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며 “전문가들이 속도를 조절해도 된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있는데 왜 굳이 용산집무실 이전을 그렇게 5월10일 가려고 하는지, 예비비 안되면 통의동에 하겠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하느냐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주 앵커는 “(이에 대한) 대변인이 아니라 당선인의 얘기를 확인해보고 싶은데. 그 질문이 있어야 하는데 못했다.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겸임교수도 “기자정신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국민들을 대신해 물어봐줘야 한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평론가인 김상일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전환언론특보도 “사전에 (저런) 요청을 하지만 언론사가 단일한 회사면 받아들여지지만 두 개이상 언론사가 있을 때 지켜지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며 “국민의 궁금증이 있는 상황에서 기자정신이 좀더 발휘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주 앵커는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막내 기자들이 많다”며 “루틴하게 매일 일어나는 일을 하다니 저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질문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수위에서 당선자 기자회견 때, 어느 기자가 ‘외람되오나’라는 표현을 써서라는 논란이 됐고, 미디어 매체도 기사를 많이 썼다”며 “기자는 질문하는 게 기자고, 상대가 대통령 당선인이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도 내 기사를 보는 독자와 시청자를 위해 대등한 위치에서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원칙”이라고 비판했다.

주 앵커는 “늘 편안해야 하는 게 기자의 직업이 아니죠”라고 하자 장성철 겸임교수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질문을 많이 하는 기자가 유능한 기자”라고 했다.

주 앵커는 “자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질문이든 투명하고 정직하게 대답하는 게 진정한 소통이라는 생각이 된다”고 밝혔다.

김은혜 “삼청동 기자들과 공평한 기회 차원, 현안 질문한 기자 막지 않아”

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은 2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 및 SNS메신저 대화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현안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이 사실이냐’, ‘질문 통제가 아니냐,는 질의에 “맞습니다”며 “왜냐면 그때 삼청동에 상당수의 기자분들이 계셨을텐데 사전 공지된 기자회견이 아닌 상황에서 우연히 계신 기자들에게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경우 그곳에 계시지 않은 기자분들에게는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영진 SBS 뉴스브리핑 앵커가 23일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프레스다방 방문시 현안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기자들이 주요 현안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주영진 SBS 뉴스브리핑 앵커가 23일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프레스다방 방문시 현안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기자들이 주요 현안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김 대변인은 “이미 현안에 대한 당선인의 질의응답은 올해 들어 신년 기자회견도 그렇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기자님들의 질문에 응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누가 요청했는지를 두고 대변인실이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 요청했다고 답했고, 기자들이 요청을 수락했느냐고 하자 “수락했다”고 답변했다.

‘어떤 상황이든 기자가 대통령을 만나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자는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해야 하는데, 그걸 사전에 현안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은 알권리를 막는다는 점에서 부당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김 대변인은 “기자님들은 현안질문을 오늘 다 했고, 저는 막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삼청동에 계시거나 이 기자간담회를 통보받지 않은 기자님들에 대한 공평한 기회제공도 대변인인 제가 생각해야 할 의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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