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집권론’ 물거품, 5년 무능정권”

무등일보 14일자 1면 기사다. 광주광역시 소재 지역 일간지 무등일보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기획 기사 ‘고립된 민주당’을 선보였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을 직격한 보도다.

14일 “‘20년 집권론’ 물거품, 5년 무능정권” - 내로남불이 자초했다
15일 “호남 사람 열받는다… 오만의 변명 ‘졌잘싸’” - 텃밭에서만 ‘왕’ 노릇
16일 “말뿐인 정치 교체 뼈를 깎는 쇄신을” - 등 돌린 민심… 전면 개혁 시급

무등일보는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에 취한 탓에 이후 민주당은 국민들이 기대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내로남불, 위선, 오만, 무능만을 보여줬다. 결국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까지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 무등일보 14일자 1면 기사.
▲ 무등일보 14일자 1면 기사.

내로남불에 등 돌린 지역 민심

무등일보는 ‘내로남불’ 사례로 ‘강남좌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꼽으며 “이전 정권에서 쏟아낸 독설이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5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된 이상직 의원, 후원금 부정 사용 논란의 윤미향 의원, 성 비위 사건을 일으킨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지자체장들도 무등일보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어 부동산 민심에 불을 지른 ‘LH사태’까지 짚으며 “2016년 촛불집회 당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이게 나라냐’는 구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이건 나라냐’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던진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은 대선 막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후보는 “광주 시민은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왜 광주만 없느냐”며 “쇼핑몰 유치를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공세를 “갈라치기”로 규정했지만, 광주 시민들은 국민의힘에 역대 최고 득표율(12.72%)을 안겨줬다.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호남 지역민에게 대선 패배를 사과하는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호남 지역민에게 대선 패배를 사과하는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등일보는 복합쇼핑몰 공약에 관해 민주당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민간자본 영역이라며 오랫동안 민의를 외면한 결과가 대선 내내 ‘왕 노릇만 할 뿐 지역을 모른다’란 꼬리표로 따라다녔다”면서 “민주당은 대선에서 지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정책 공약 하나 내놓지 못하고 야당이 제기한 이슈에 항변하기 급급했다. 시대를 읽지 못하고 유력 지역 정치인 중심의 구시대 선거운동도 입살에 올랐다”고 비판했다.

무등일보는 해법을 ‘공천’에서 찾았다. 철저한 자기 반성과 인적 쇄신, 그리고 개혁 공천을 통해 정치 교체를 완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청와대 인사와 정권 실패에 책임 있는 인사들의 지방선거 불출마가 요구된다고 했다.

무등일보 기자들이 바라본 민주당

미디어오늘은 무등일보 정치팀 기자들과 16일 기획 이야기를 나눴다. 지역 일간지 기자들이 보는 지역 민심을 가늠할 수 있었다. 기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민주당이 못한 것인가. 국민의힘이 잘한 것인가?

“국민의힘은 서진(西進) 전략을 내세웠다. 서진 전략이 없었대도 이 정도 득표율은 나왔을 것 같다. 민주당에 지역민 불만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 국민의힘은 역대 최고 득표율(12.72%)을 기록했다.

“광주에 367개 투표소가 있다. 그 가운데 62%에 달하는 투표소에서 득표율 12.72%를 넘겼다. 광주 구도심이나 고연령 유권자들이 많은 투표소에서 90% 이상의 득표율이 나와 전체 평균을 낮춘 것일 뿐 이를 제외하면 평균 득표율이 20%를 넘는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경제에 관심이 많은 계층인지에 따라 득표가 나뉘는 건 서울과 똑같았다. 윤석열 지지층이 높은 지역에서 기권자가 많았는데 종합해봤을 때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컸다고 볼 수밖에 없다.”

- 광주 복합쇼핑몰이 이슈가 됐다.

“민간 자본 영역 이슈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면에 어떤 정서가 있냐면, 너무 답답하다는 거다. 민주당이 우리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적 있느냐는 불만이다. 민주당은 보수정당이면서 겉으로는 소상공인과 소외 계층을 대변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런 시늉에 염증을 느낀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복합쇼핑몰’ 이슈로 파고 들었다. 물론 국민의힘도 기획해서 내놓은 공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준석 대표가 던져본 것인데 그 정도로도 충분히 흔들릴 정도의 민심이었던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역 토호로 군림해온 민주당의 이벤트 정치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 무등일보 15일자 1면.
▲ 무등일보 15일자 1면.

- 광주·전남 지역에서 번번이 복합쇼핑몰 계획이 무산됐다.

“광주·전남 지역에 시장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순천 코스트코가 무산됐고 나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업무협약(MOU)을 맺고도 상인단체 반대로 무산됐다. 광주 신세계와 어등산관광단지 복합쇼핑몰 및 프리미엄아울렛 입점 등도 무산됐다. 광주시민이 유독 소상공인을 더 배려하고 위해서일까? 복합쇼핑몰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와 이를 반대하는 소상공인 단체 사이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정치 구조가 왜곡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1당 구조에 기인한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되는 상황에서, 민주당 권리당원은 상인단체를 포함한 지역 이해단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자체장도 시민과 상인의 충돌을 부담스러워한다. 갈등이 계속되다 보면 지자체장에 대한 중앙당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 지자체장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자체장이 적극 개입해 조정·조율하기보다 중앙당 입김에 휘둘리는 상황이 반복된다.”

-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지역 반응은 어떤가?

“지역에서는 ‘젊은 애들만 데려다 놓으면 비대위가 굴러가느냐’고 냉담하다. 대표들이 사퇴해도 당을 이끄는 건 결국 당직자들 아닌가? 그 사람들은 다 그대로다. 오늘(16일) 민주당 비대위가 광주를 찾았는데 일정이 똑같다. 5·18 묘지를 참배하고 광주형일자리 상징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찾는 거. 대선 때도 똑같았다. 지역위원회 당직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비대위에 기대를 전혀 하지 않는다. 광주 가면 5·18에 고개 숙이고 GGM 보고 오면 된다는 마인드. 서울에서 내려오면 이런 식 행보뿐이다. 바뀐 게 없다.”

- 민주당의 지역 언론 대응은 어땠나?

“지역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이재명 후보 광주 일정을 전날 오후 5시에 오픈했다. 서울에서부터 함께 한 ‘마크맨’(후보 일정을 따라다니며 전담 취재하는 기자) 중심이었다. 마크맨들은 지역 민심을 알 수 없다. 그런데 마크맨들이 기사에 지역 목소리를 담는다.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사를 워딩으로만 채우는데, 이 경우 지역 여론이 독자들과 지지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대선 기간 광주지역 언론은 배제돼 있었다. 민주당 광주시당 공보국장도 후보 일정을 모를 정도로 답답한 소통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후보 측에서 하는 말이 ‘왜 광주는 언론이 한 군데씩 오냐. 다른 지역은 4~5곳이 뭉쳐서 같이 인터뷰하자는데’라고 하더라.”

- 지방선거 공천이 주목되는데?

“민주당 광주시당은 지난해 12월 광주시의원 선거구 20곳 가운데 여성경쟁선거구 4곳, 청년경쟁선거구 4곳을 지정한 바 있다. 지역위원장들은 이미 자신의 청년과 여성을 점찍어 내정한 상태다. 청년과 여성을 혁신 일환으로 내세우지만 결국 ‘꼼수’를 부려 기득권 배를 불리는 구조다. 대선에 기여한 특별공로자 추천을 받아 당 대표 명의로 포상한다는데, 지역 관계자들은 지금이 포상할 때냐고 반문한다. 민주당이 어떠한 개혁을 기치로 내건대도 일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한, 청년과 여성의 약진은 요원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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