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YTN이 ‘새 정권 비위를 맞추고 있다’는 취지의 지라시가 방송가에 돌았다. YTN 내부에선 이런 지라시가 오히려 사익을 노린 이들의 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15일 언론 관계자들 사이에 ‘YTN, 민영화 우려에 사내 분위기 술렁’이라는 제목의 지라시가 퍼졌다. 이 지라시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당선에 따라 YTN 등 언론사 민영화설이 재조명되며 주가가 반응하는 모양새”라면서 “지난 14일 YTN 사장이 실국장 회의에서 한 발언으로도 사내 여론이 동요 중”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지라시는 우장균 사장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자리매김하길 희망. YTN도 성공에 도움될 수 있게 전열 재정비하고 나갈 때”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YTN 내부에서는 ‘사장이 조직 안정엔 관심 없고 국힘(국민의힘)쪽으로 급회전해 자리 보전에만 몰두한다’며 사내 구성원들의 불만 극에 달함”이라거나 “민주당 내부도 부글부글하긴 마찬가지”라는 설명도 붙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편파방송’이라면서 항의방문을 이어갔던 YTN 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이나 ‘알고리줌’을 개편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이 지라시에 포함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미디어오늘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미디어오늘

YTN에선 이 지라시를 돌린 이들이야말로 정치적 전환기를 맞아 이익을 노리려는 집단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YTN 관계자는 “지라시 내용은 현재 YTN 내부 분위기에도 맞지 않고, 정권교체기의 변화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겨보려는 사람들의 한심한 행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장균 사장의 회의석상 발언의 경우 앞뒤 맥락이 잘렸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우 사장 발언은 “대선 방송하느라 모두 고생했다. YTN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자부한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길 희망한다. 있을지 모를 외풍은 사장으로서 막겠다”며 “경영을 잘해서 올 연말 규모있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임직원들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서 변화를 기회로 삼자”는 내용으로 파악됐다.

일부 프로그램 개편설과 관련해선 “4월 정기 편성개편을 앞두고 있다. ‘뉴있저’와 ‘알고리줌’도 해당될 수 있다”면서 “뉴있저 진행자 교체나 프로그램 폐지는 사실무근이다.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YTN 측은 전했다.

일각에선 YTN이 주요 임원 인사를 진행하는 시점에 지라시가 확산된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지라시는 신규 이사 및 감사를 내정하는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공유됐다. 16일 YTN 이사회에선 감사로 윤종진 전 KT 부사장, 사내이사로는 김용섭 YTN 미디어경영본부장과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새로 선임됐다. 유준수 전 KT&G CR본부장의 경우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그간 공석이었던 상무 자리는 김용섭 사내이사 내정자가 추후 주주총회를 거쳐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YTN 안팎에서 상무 자리에 해직기자 등 소위 ‘강경파’(최남수 사장 낙하산 임명 논란 시절 반대파)가 선임될 거란 소문이 있었는데, 김 본부장의 경우 당시 파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YTN 관계자는 “사내 인사가 지라시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데 특정 간부 인사 등 있지도 않고 고려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은 회사 안에서 해야할 업무를 내팽겨치고, 변화의 시기에 정치권에 줄을 대 한 몫 챙겨려는 의도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정권 교체기에 불거진 이런 논란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공적 지배구조의 언론이 처한 현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YTN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6일 “선거 결과에 따라 주관적인 분석이나 근거 없는 주장들이 나오는데 이른바 ‘정보지’ 등을 근거로 하는 주장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영언론 또는 공적 지배구조에 있는 언론이 정권의 영향을 받느냐, 마느냐는 관점도 사라져야 한다”면서 “정치적 후견주의에서 벗어나는 공영언론의 지배구조 개선이 정말 시급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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