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주식투자 장세 요인으로만 다루는 보도 태도로 비판 받는 가운데 이번엔 머니투데이가 침공 피해자 사진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 ‘CJ·오리온 주식 샀다가 눈물 흘린 엄마들’이란 제목을 달고 공습 당한 뒤 흐느끼는 우크라이나 피해 여성의 사진을 내세웠다.

머니투데이는 15일 ‘식품가격인상, CJ·오리온 주식 샀다가 눈물흘린 엄마들’이라는 기사를 냈다. 머니투데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가와 옥수수, 소맥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식품기업 주가가 하락하거나 불안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15일 ‘식품가격인상, CJ·오리온 주식 샀다가 눈물흘린 엄마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머니투데이는 15일 ‘식품가격인상, CJ·오리온 주식 샀다가 눈물흘린 엄마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반면 제목과 달리 기사 본문에 ‘눈물 흘린 엄마들’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기사 제목은 머니투데이가 본문에 첨부한 사진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AP가 보도한 침공 피해 현장을 담은 것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지역인 고렌카에서 한 여성 주민이 지난 2일 러시아군 공습에 의해 거주지를 잃은 뒤 흐느끼는 모습이다. 머니투데이는 사진 하단엔 ‘식품가격인상, CJ·오리온 주식 샀다가 눈물 흘린 엄마들’이라는 설명 캡션을 달았다. 침공 피해자의 모습을 전쟁으로 식품 주식가격이 하락해 우는 ‘엄마들’에 빗댄 셈이다.

▲머니투데이는 15일 ‘식품가격인상, CJ·오리온 주식 샀다가 눈물흘린 엄마들’이라는 기사를 냈다.
▲머니투데이는 15일 ‘식품가격인상, CJ·오리온 주식 샀다가 눈물흘린 엄마들’이라는 기사를 냈다.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기자라는 놈은 그 전쟁으로 주가 떨어진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이 사진은 머니투데이 자사 웹사이트와 뉴스 포털에선 현재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또다른 포털인 ‘msn’ 사이트에서 전재한 보도에는 사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인명 피해 소식을 주식 투자종목 관점으로 다룬 언론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일경제TV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이를 ‘주식투자 기회’로 소개하며 “수익으로 진격” 등 표현을 썼다. 조선일보와 노컷뉴스, 머니투데이, 뉴스웨이 등 여러 언론사는 과거 쿠팡과 넷마블 등에서 노동자 과로사가 잇따르자 이를 ‘상장 악재’ 요인으로 꼽고 우려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기사를 쓴 머니투데이 기자는 통화에서 해당 사진을 올린 경위에 “우크라이나 관련된 사진 DB를 찾다 마땅한 사진이 보이지 않아 마감 시간에 쫓겨 그 사진을 올려놨다. 오늘 논란이 돼서 회사에 요청을 해 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제 실수”라고 했다. 해당 기자는 제목도 자신이 붙였다고 말했다. 

송기용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은 “기사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사진을 썼고, 공감능력이 떨어지게 사진을 사용한 데 유감이다”라며 “어제(15일) 기사가 나온 뒤 오늘 편집국 증권부원들사이 ‘기사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나와 부장에게 전달됐고, 사진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감능력을 키우도록 얘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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