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한다. 정치권에선 여권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도 함께 거론될 가능성도 나온다. 대통령 교체기에 ‘통합’ 명목으로 사면을 반복하는 일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신문은 사설로 사면을 촉구했다.

최근 이어진 공공기관장 임명을 두고 문재인 청와대가 임기말 ‘낙하산 알박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당선자가 청와대에 공공기관장 임명권 협의를 주장하면서 신·구세력간 갈등도 불거진 모양새다. 윤 당선자 쪽에선 김오수 현 검찰총장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사퇴 압박’ 발언이 나오는 등 세력 교체기 인사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맨스플레인’(Mansplain) 개념을 처음 제시한 미국 여성학자 리베카 솔닛의 인터뷰가 16일 여러 신문에 실렸다. 최근 출간된 첫 회고록과 관련해 전날 국내 언론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 내용이다. 여성들을 향해 좌절하지 말라는 조언이 주를 이룬 가운데, ‘한국의 페미니스트’를 향한 솔닛의 메시지는 신문별로 미묘한 해석의 차이를 보였다.

전 대통령 사면은 ‘통합’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대체로 ‘통합’이라는 명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 말의 전두환·노태우 사면을 비롯해 정권마다 ‘국민 통합’을 내세우면서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사면권을 활용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신문 기사(전두환·노태우부터 한명숙까지 정권마다 ‘국민 통합’ 내세워 사면)는 역대 정부 사면 사례를 두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을 맞은 상태에서 ‘국민 통합’을 내세워 정치인 특사를 단행해 왔던 것이다. 정치 보복을 예방하기 위해 특사를 활용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기도 했다”며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대통령도 거의 예외 없이 임기 말에 정치인 사면을 단행했다. 그때마다 여야 인사를 섞어 발표하며 국민 통합이란 대의명분을 앞세웠다”고 했다.

▲3월1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3월1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과 한겨레 사설은 MB사면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경향신문(이명박 사면, 국민통합의 길 아니다)은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문재인계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까지 포함하는 ‘패키지 사면’을 거론하는 모양이다. 만약 그런 사면을 한다면, 이명박씨가 퇴임 직전 강행했던 ‘천신일·최시중 사면’의 재판이라는 비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한겨레(이명박 사면, 법치 훼손하고 제 편 챙기는 게 통합인가)는 “(윤 당선자가 할 일은)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전직 대통령 등 자기편 챙기기가 아니다. 문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이어 또다시 법치와 공정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MB사면, 정치보복 없는 시대 만드는 전기 삼기를)은 “(문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여야 대립과 진보·보수 간 갈등을 완화하는 의미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악화한 정치 양극화가 사면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애초에 보복성 수사로 진영 간 적대감을 쌓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남용 논란이 많은 대통령 사면권은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국민일보 사설(文·尹, 국민 마음 움직일 통합의 메시지 내놓길)도 “(사면은) 통합을 위한 조치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유일하게 사면이 필요하다고 명확하게 요구했다. 이날 사설(문 대통령, 통합 바란다면 MB사면해야)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2년여 만에 풀려났는데, 81세 고령의 MB는 2년3개월여째 수감 중이다. MB가 잘못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처벌받았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민 통합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게 순리”라 주장했다.

공공기관장 ‘알박기’, 검찰총장 퇴진론 등 인사논란

문 대통령 임기 말의 공공기관 인사가 이어진 가운데 인사권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서울신문 기사(尹측 “인사 협의를” 靑 “고유 권한” 정권 말 공기업 인사 놓고 갈등 격화)는 이를 “임기 말 정부의 인사권 행사를 ‘알박기 인사’로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15일 “최근 인사 관련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임기 중 인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며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공공기관 임원을 함부로 교체할 수 없게 되면서 윤 당선인 측도 더욱 날을 세우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3월16일 중앙일보 기사
▲3월16일 중앙일보 기사

한겨레 기사(윤석열쪽, 공공기관장 인사협의 논란)는 ”청와대가 윤 당선자 쪽의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실제로 기관장 인선이 보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한국성장금융 사장 후보자 추천) 작업 중단에는 윤 당선자 쪽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공공기관장을 압박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조 요청을 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제도를 바꿔야지 이런 식으로 편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공공기관 인사권을 미루거나 당선자 측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사설(임기 말까지 ‘알박기’ 인사, 다음 정부에 넘기는 것이 순리)은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와 정책 보조를 맞춰야 할 공공기관·공기업 수뇌부가 앞 정부 사람들로 채워져 있으면 국정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겠나”라면서 “인사를 다음 정부로 미루거나 최소한 윤 당선인 측과 협의해 양해를 얻은 뒤에 하는 것이 순리이자 상식일 것”이라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윤석열 당선자 측근의 발언도 논란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MBC라디오에서 ‘사견’이라면서 이런 의견을 밝혔지만 검찰총장 교체가 정권 교체기 반복된 수순이란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기사(권성동 “김오수, 스스로 거취 정해야”…검찰총장 퇴진론 논란)는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내건 윤 당선인은 헌법 정신을 강조하며 원칙론을 펼치되, 국민의힘이 대신 나서 김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며 “한 전직 고검장은 ‘김 총장은 취임 전부터 정권이 교체되면 임기가 1년에 불과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사설(김오수 총장 자진사퇴 언급한 권성동, 매우 부적절하다)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한 자체부터 매우 부적절하다”며 “인사문제는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 무리하게 검찰총장을 길들이려다 대선 패배의 단초를 제공한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이라고 했다.

리베카 솔닛이 한국에 전한 메시지

미국 여성학자 리베카 솔닛이 국내 언론과 가진 15일 온라인 간담회 내용이 이튿날 신문을 통해 전해졌다. 주요 일간지 중에선 △중앙일보(“한국 페미니스트, 50년 내다보고 가길”) △동아일보(美페미니즘 작가 솔닛 “여성몫 늘면 남성도 혜택”) △조선일보(“여성의 몫 늘어난다고 남성 몫이 줄어드는 건 아냐”) △경향신문(“폭력·차별·혐오 속에서도 여성들 분명한 진전 이뤄…페미니스트들 희망 잃지 말아야”) △한겨레(“한국 페미니스트에게 ‘50년 보고 가라’ 권하고 싶어요”) △세계일보(“여성들이여 좌절하지 말고 전진하라”) △서울신문(“한국 여성, 좌절할 필요 없어…어려워도 변화는 계속된다”) △국민일보(리베카 솔닛 “멈추지 말라” 한국 여성들에 조언) 등이다.

솔닛의 인터뷰 중에선 ‘여성의 몫이 늘어나면 남성의 몫이 줄어든다고 믿는 서사’에 대한 반박이 여러 신문에 인용됐다. 조선일보는 특히 ‘한국 페미니스트’를 규정하고 일부 페미니스트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신문은 “다른 사람이 더 많은 자유를 가지게 되면 내가 누리는 자유도 늘어난다. 여성이 더 많은 권리를 가지게 되면 남성도 혜택을 볼 것이다. 경제 정의가 빈자와 부자에게 모두 혜택을 주는 것처럼”이라며 “(솔닛은) “(법적) 처벌만 강조하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며 “누군가를 벌하는 방식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여성주의) ‘혁명’은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양성평등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혁명”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3월16일 경향신문 기사
▲3월16일 경향신문 기사

서울신문의 경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약속하며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솔닛은 관심을 보였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며 그는 한국 여성들에게 “너무 좌절할 필요도, 멈출 필요도 없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화와 진전은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며 “동시에 “여성이 동등한 위치를 갖는다 해서 남성의 것을 빼앗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 남성들도 여성이 더 자유를 누리고 존중받는 세상에서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것을 희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는 맥락으로 관련 발언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솔닛은 ‘젠더 갈등’이라는 말에 담긴 “자본주의적 희소성 개념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자유와 같은 비물질적인 것들은 금, 식량 같은 자원과 달리 양이 무한하다”며 “여성이 누리는 것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반드시 남성의 것이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그러면서 “혹시 한국의 남성들이 여성이 원인이 아닌 광범위한 경제 불평등의 문제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반여성주의자’들이 제기하는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 여성주의의 목표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남성은 이미 포함돼 왔으니, 여성도 포함시키자는 것이 페미니즘의 목표”라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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