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 재판 없이 용의자를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필리핀 사법당국이 사망자가 발생한 5천600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1일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메나르도 게바라 필리핀 법무부 장관은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UNHRC) 제44차 회의에서 "법무부가 이끌고 여러 기관이 참여한 패널이 마약과의 전쟁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5천655건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바라 장관은 "이는 경찰 내부 메커니즘과는 별개"라면서 조사 결과 보고서가 오는 11월 말까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게바라 장관은 또 "이 패널은 사망자 가족들이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난 경찰관을 고발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필리핀 자체 조사로 투명하고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유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 국제사회가 책임을 묻는 조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첼레트 대표가 최근 UNHRC에 제출한 유엔인권사무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2016년부터 마약과의 전쟁으로 최소 8천663명이 피살됐고, 인권단체 등은 실제 희생자를 3배 이상으로 추산한다.

보고서는 또 마약 용의자에 대한 필리핀 경찰관의 살인행위가 거의 처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사망 사건 5천600여건 조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