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필리핀에 군사기지 4곳 추가…3곳은 대만 근처 거점
필리핀 정부가 지난 2월 합의에 따라 미군이 추가로 이용할 수 있게 된 필리핀 내 기지 4곳을 발표했다. 이 중 3곳은 미-중 갈등 최전선인 대만과 가까운 루손섬 북부에 있다.
필리핀 정부는 3일 루손섬 북부 카가얀주 카밀로 오시아스 해군기지, 랄로 공항, 카가얀주와 인접한 이사벨라주에 있는 멜초르 델라 크루즈 훈련장 그리고 남중국해 팔라완주에 있는 발라바크섬을 미군이 기지로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필리핀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었으나 필리핀의 요청에 따라 1992년 대부분 철수했다. 하지만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영토 분쟁이 첨예해진 뒤인 2014년 미국과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맺어 미군의 순환 배치를 허용했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군은 필리핀 내 기지 5곳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난 2월 초 양국 국방부의 합의에 따라 4곳이 추가됐다.
미 국방부는 4일 필리핀 내 기지를 추가로 활용할 수 있게 돼 “미군과 필리핀군의 상호 운용성이 강화되고 자연재해와 인도적 재난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공통 과제에 보다 막힘없이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환영 성명을 냈다. 미 국방부는 기존 기지의 사용 및 유지·보수를 위해 8200만달러(약 1109억원)를 지원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이 방위협력확대협정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기지들은 미군의 군사기지가 아니라 보급 장소로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필리핀이 제공한 기지들이 1992년 이전처럼 필리핀 내 미군의 항구적 주둔기지로 쓰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미군이 새로 이용권을 확보한 카가얀주 해군기지와 대만까지 거리는 약 400㎞로 대만 유사사태(전쟁) 등이 발생하면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팔라완주 기지도 중국과 필리핀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 사이 영유권 분쟁이 있는 스프래틀리군도를 마주 보는 위치에 있다.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 시절엔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했으나 지난해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외교 정책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11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난 2월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필리핀을 찾는 등 이 나라와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미군과 필리핀군은 11일부터 28일까지 필리핀에서 연례 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을 벌인다. 올해 이 훈련에 참가하는 병력은 미군 1만2천명을 포함해 1만7600여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미 해군과 필리핀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포탄 발사 훈련도 한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