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고기보다 비싼 양파...식당 운영 동포들도 비상
[앵커]
세계적으로 토마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채소가 양파인데요.
특히 필리핀에선 필수 식재료인 양파 가격이 폭등하면서, 고기보다 더 비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관광객이 다시 들어오면서 경기 회복을 기대했던 현지 요식업계 우리 동포들도 다시 고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필리핀 세부에서 이지수 리포터가 전해왔습니다.
[기자]
필리핀 세부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최황민 씨.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은 양팟값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중식 요리의 주재료인 양파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열 배 넘게 값이 올라 가게 운영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최황민 / 중식당 운영 : (양파 1kg에) 보통 한 400페소~500페소(한화 약 1만2천 원) 하다가 7,000~8,000(한화 약 19만 원)페소까지 올라갔어요.]
양파 대신 양배추로 요리를 해봤지만 제맛이 나지 않아 손님들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최 씨는 하는 수없이 메뉴 가격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최황민 / 중식당 운영 : 양파가 (가격이) 오른 것도 오른 것이지만 양파가 아예 없었어요, 자체가. 우리는 다른 것(양배추 등)으로 보충해서 하긴 했어도 항의가 많이 나오고 했죠.]
양파가 고기보다 비싸서 못 먹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실제 최근 필리핀에서 양파 1㎏ 가격은 평균 700페소, 한국 돈 약 만칠천 원으로, 마리당 200페소, 약 5천 원인 닭보다 훨씬 비쌉니다.
이처럼 양파 가격이 폭등한 건 지난해 8월 발생한 태풍에다 정부의 농업 시설 투자 부족 등으로 수확량이 저조한데도, 정부가 국내 생산 양파로 수요를 충당하겠다며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계속되는 양팟값 폭등에 뒤늦게 2만여 톤의 양파 수입을 승인했지만, 이미 치솟을 대로 치솟은 양파 가격을 잡긴 쉽지 않은 상황.
[마이클 / 필리핀 세부 : 갑자기 식재료 가격은 다 올랐는데 급여는 여전히 최저임금 그대로 이고, 양파는커녕, 싼 음식만 사야 해요.]
가격 오름세가 가장 큰 양파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밀가루와 설탕 등 주요 식자재값이 크게 올라 밥상 물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곳곳에서 식량 밀수까지 이어지면서 필리핀은 식량 안보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박지훈 / 한식당 운영 : 수입이 원활하지 않고 수입업자들 사이에서도 담합이 이뤄져서 물량이 없습니다. 그래서 양팟값이 폭등하고 밀수하는 조직도 있다던데….]
특히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우리 동포들은 시름이 깊습니다.
[유지영 / 한식당 운영 : 세부에 관광객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데 재료비는 두 배 이상 폭등했고 재료비만큼 음식값을 올릴 수 없으니 가게 운영이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해온 세부 동포들은 올해 들어 입국 규제 완화로 관광객이 다시 늘면서 모처럼 경기 회복을 꿈꿨지만, 식품 물가 급등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필리핀 세부에서 YTN 월드 이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