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녀들을 밤거리로 내몰았나...필리핀의 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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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녀들을 밤거리로 내몰았나...필리핀의 밤 문화

필사모매니저 0 257

학교 수업 끝나면 JTV로 출근하는 평범한 대학생, 아이 재우고 출근하는 싱글맘.
지극히 평범한 그녀들의 이야기
그녀들이 JTV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마닐라=뉴스코리아) 정지수 특파원 = (편집자 주: 본지 창간 2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한 '필리핀에 스페인을 더하다.' 명품도시 일로코스편을 취재하며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필리핀의 유흥문화를 정지수 특파원이 심도있게 취재하여 별도 르포로 소개 합니다.)

 

필리핀의 밤은 술과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한민국의 밤도 화려하긴 마찬가지지만,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술집 앞에 많이 서 있다는 점이 생경했다.

대한민국의 20대 여성 기자가 직접 경험한 필리핀의 유흥을 자세하게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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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바바에(소녀)들 @뉴스코리아 정지수 특파원
 

필리핀에는 KTV와 JTV가 있다. KTV는 Karaoke Television의 줄임말로, 우리나라의 룸살롱과 비슷하고, JTV는 KTV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유흥주점이다.

둘의 차이는 간단하다. 술집의 바바에(여자)와 2차를 나갈 수 있으면 KTV,  술집에서만 만난다면 JTV로 구분된다.

기자는 마닐라의 한 JTV를 찾았다. 앞서 거론했듯, JTV는 바바에들을 술집 안에서만 만날 수 있어서 20대 여성인 기자도 거리낌 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경험한 JTV는 마치 시골 마을 장기자랑 현장 같았다.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은 노래를 신청해 열창하고, 술집 안의 모든 손님과 바바에들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함께 즐겼다.

일행끼리만 노래를 즐기는 룸살롱과는 달리, 트인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모든 손님이 서로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따라서 방(ROOM) 체제로 운영되는 다른 유흥주점보다 훨씬 건전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단, 이러한 형식은 기자가 방문한 JTV의 특징이고, 운영방식은 JTV마다 다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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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았던 JTV 안에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돼 있고, 손님들이 모두 함께 무대를 즐긴다. @뉴스코리아 정지수 특파원
 

우선 JTV에 들어서면 30명 남짓의 바바에들이 화려한 드레스와 20cm가 넘는 구두를 신고 입구에 앉아있다. “어서 오세요~” 어색한 발음으로 한국 손님을 맞는 것으로 보아 한국 손님들이 자주 찾는 모양이다.

자리에 앉으면 마마상(마담)이 와 마실 것을 주문받는다. 이 마담도 젊었을 때 바바에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기자는 필리핀에서 유명한 ‘San Miguel Pale Pilsen’ 맥주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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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산미구엘 필센 맥주 @뉴스코리아 정지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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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cm가 넘는 구두를 신고 일하는 바바에들. 높이에 놀란 기자에게 신어보라며 선뜻 구두를 내주었다. @뉴스코리아 정지수 특파원
 

맥주가 나오고 20명 남짓한 바바에들이 우리 자리로 찾아왔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앳된 얼굴들이었다. 이때 손님들은 마음에 드는 바바에를 선택햐야 한다.

기자는 영어로 여러 가지를 들어보기 위해 영어가 가능한 바바에로 부탁했다. 아래부터는 바바에들에게 직접 들은 그들의 삶과 JTV에 관한 이야기다.

 

인터뷰

기자: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나는 <뉴스코리아>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어. 너에 대해서 짧게 인터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바바에1, 2: 그럼! 뭐든지 물어봐. (악수하며) 한국 여자들은 피부가 참 부드러워서 부럽다.

 

기자: 고마워. 여긴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된 거야?

바바에 1: 나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사범 시험을 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2개월 후 결과가 나오는데, 남는 시간 동안 마닐라를 경험하고 돈도 벌 겸 여기서 일하게 됐어. 원래는 남쪽 지방에 살아.

 

기자: 그럼, 여기서 생활은 어떻게 해?

바바에 1: 낮에는 콘도에서 다 같이 지내. 저녁에 출근하고 새벽 4시에 퇴근하면 다 함께 숙소로 돌아가서 쉬고, 다시 준비하고 출근하는 거지. 총 27명이 같이 살고, 나머지 바바에들은 마닐라의 집으로 퇴근해. 지방에 아이를 두고 온 싱글맘들은 지방으로 자주 내려갈 수 없어서 아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영상통화를 자주 해.

 

기자: 왜 집에 자주 갈 수 없어?

바바에 2: 돈 벌어야 하니까. 한 달에 총 두 번 쉴 수 있는데, 결근을 하게 되면 총 월급에서 일급이 깎여. 하루에 700페소(약 17,500원)이니까 한 달을 꽉 채워서 일하면 20,000페소(약 50만원)을 벌어. 그런데 결근을 하게되면 평일에는 1,000페소(약 25,000원), 주말에는 2,000페소(약 50,000원), 크리스마스 등 휴일에는 3,000페소(약 75,000원)가 월급에서 깎이는 거야. 지각해도 패널티가 주어지고. 

 

기자: 월급에 비해 너무 높은 비중이 깎이니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근하기 쉽지 않겠구나. 한 주말만 쉬어도 4,000페소(약 10만원)가 깎이니까 월급의 20%가 사라지는 거네.

바바에 2: 그렇지. 그리고 우리는 출근하면 전용 스타일리스트에게 헤어메이크업을 받아. 한 번 받는데 150페소(약 3,750원)가 들어가니까 한 달이면 작지 않은 돈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거지. 그래서 추가적인 돈을 벌기 위해서 ‘레이디 드링크’ 일명 LD라는 것을 먹는데, ‘레이디 드링크’란 손님이 우리에게 사주는 술이야. 그걸 사주면 추가로 80~120페소(약 2,000~3,000원)를 월급으로 받을 수 있어.

 

기자: 추가로 돈을 쏠쏠하게 벌려면 술을 마셔야 하니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

바바에 1: 사실 일 하면서 술을 많이 마셔야 하는 게 가장 힘들어. 과음해서 속이 아플 때도 많고...그렇지만 다음 날 또 돈을 벌러 나와야 해서 빨리 회복해야 해.

 

그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일을 한다


취재하며 만난 JTV 바바에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꿈이 없어서가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JTV에서 일을 했다.

어떤 바바에는 원래 싱가포르에서 가수 생활을 했다. 한국 기획사에 오디션을 본 적도 있고, 주로 일본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하며 춤과 노래를 연습하곤 했다. 그러나 계속 이어가기 쉽지 않아 21살에 필리핀으로 돌아왔고 일을 찾던 중 본인의 직업과 연관이 있는 JTV에서 일을 하게 됐다.

생계를 위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술을 마시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듣고 부를 수 있다는 점이 낙이라고 했다. 앞으로 더 좋은 기회로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다른 바바에는 팬데믹 기간에 일이 없어서 친구 따라 JTV에 취업했다. 여기서 일을 하며 만난 손님이 남자친구가 됐고, 함께 그릴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녀의 소원은 남자친구와 결혼을 한 후 안정적인 삶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 그 미래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꿈을 위해 그녀들은 어두운 조명 속에서 매 순간 열심히 일을 한다. 일을 시작한 지 짧게는 5일, 길게는 몇 년 정도 된 바바에들.

JTV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쉬는 날도 포기해야 하고, 남들이 모두 쉬는 휴일은 더 많이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핼러윈, 크리스마스 등에는 귀신 분장, 산타 복장 등을 하고 손님들과 파티를 연다. 이때 바바에 한 사람당 초대장 5장이 주어지는데, 한 사람당 1,000페소(25,000원 상당)의 입장료가 바바에에게 주어진다. 평소 입장료가 1인당 500페소(약 12,500원)임을 감안하면 휴일에 더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고, 바바에에게 주어지는 수입도 덩달아 올라간다. 

인터뷰를 마치니 마마상이 빌지(계산서)를 들고 찾아왔다. 손님 1인당 500페소, 그리고 바바에 1명당 350페소, 그리고 20%가 넘는 세금이 붙었다.

손님 한 명이 많은 바바에를 선택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유리한 것이다. 생계를 위해, 그리고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JTV 바바에들. 그녀들이 그리는 밝은 미래를 맞이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JTV를 나섰다.

 

출처 : NEW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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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다 ㅎㅎ
익명 04.09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