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비판 보도에 언론사 임원 통한 압박 의혹
오마이뉴스 고위 임원이 신한은행 측 부탁으로 오마이뉴스 출신인 박상규 ‘셜록’ 대표에게 접촉해 은행권 채용비리 기획보도 관련 사측 뜻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오마이뉴스지부는 사측에 경위 파악과 조합원 의견 취합에 나섰다. 고위 임원 A씨는 ‘신한은행을 방문한 뒤 해당 기자에게 안부 전화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관련 복수의 관계자와 A 오마이뉴스 부사장 본인의 입장을 종합하면, A 부사장은 지난달 중순께 신한은행을 방문한 뒤 탐사보도매체 셜록의 박상규 대표기자에게 전화해 신한은행 관련 연속보도를 언급하며 은행 쪽 전언을 전달했다.
박 대표 기자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한은행 측이 셜록에 보도 관련 “압력 행사”를 언급하며 “모 언론사 부사장이 신한은행의 부탁을 받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린 채 다른 매체 소속인 내게 전화”를 했다고 썼다. 박 대표 기자는 “갑자기 5년 만에 전화해 신한은행의 뜻을 전한 부사장이 자기 소속 매체에서는 어떻게 할지 상상해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다. 페이스북에 언급된 ‘모 언론사 부사장’은 오마이뉴스의 A 부사장이다.
박 기자는 2014년 말까지 오마이뉴스 소속 기자로 일하다 퇴사해 ‘셜록’을 창간했다. 셜록은 지난 8월부터 신한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통화옵션 ‘불완전판매’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키코 사건’과 은행권의 채용비리를 다루는 ‘은행권 정유라’ 기획연재를 보도하고 있다.
언론노조 오마이뉴스지부는 해당 페이스북 글을 접하고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 A 부사장은 오마이뉴스지부에 신한은행의 부탁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통화 관련 입장을 전했다. 전‧현 오마이뉴스 관계자에 따르면 지부는 내부 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려 회사에 유감 표명과 함께 A 부사장에 대한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지부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A 부사장은 19일 통화에서 “신한은행에게 전혀 그런 걸(부탁) 들은 적이 없다. 저는 전혀 그런 걸 한 적이 없다. 대부분의 대화는 취재와 근황 관련”이었다고 말했다. A 부사장은 통화와 경위와 관련해 “8월 중순에 신한은행 관계자를 만나러 사옥을 찾았더니 ‘채용비리 보도를 하는 셜록의 박 대표가 오마이뉴스 출신이더라. 맞느냐’고 해서 ‘맞다’고 했다. 그 외에 ‘오마이뉴스에 얼마나 있었느냐’ 등을 물어 얘기를 나눴다. 나오는 길에 박 기자에게 안부 전화를 해 안부를 물으며 ‘신한은행에서 네가 오마이뉴스 출신이냐고 묻더라’고 전했을 뿐”이라고 했다.
A 부사장은 ‘신한은행의 부탁으로 박 기자에게 은행 측 뜻을 전달했다’는 페이스북 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압력’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밝히는 한편 “아직 박 기자에게 관련해 항의 등 연락을 한 적은 없다. 가볍게 생각했는데 (항의할지) 생각해봐야겠다”고 했다. A 부사장은 “이 일은 오마이뉴스의 광고와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19일 미디어오늘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 기자는 해당 페이스북 글에서 “신한은행이 ‘셜록’에게 연락해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 특이하다. 우선, 사장인 내게 직접 연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기자는 신한은행 측이 셜록 기사를 연재하는 프레시안에 채용비리 연속보도 관련해 접촉을 시도했다고 했다. 셜록이 기사를 내면 신한은행 측이 홍보성 보도자료를 뿌려 다른 매체들이 받아쓰는 이른바 ‘밀어내기’ 전략을 쓴다고도 했다.
셜록은 9월10일부터 신한은행이 이상구 당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은행‧비은행 검사 담당) 아들 이아무개씨(2016년)와 라응찬 전 신한은행장의 조카손자 나아무개씨(2015년),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조카 A씨(2013년), 그 외 신한은행 내부 임직원 자녀 9명을 부정 채용한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