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공산주의자 유죄 고영주 재판부, 청와대 압력에 굴복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던 공안검사 출신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사장이 발언 7년 만에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면서, 1심 무죄판결이 뒤집힌 결과여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3년 1월4일 당시 고영주 이사장은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자신이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했다며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그 사건에 문재인 후보도 변호사였다”면서 “나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9월 당시 문재인 의원은 고영주 이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검찰은 정권교체 이후인 2017년 9월에서야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그리고 2018년 8월23일 1심 재판에서 고영주 전 이사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피고의 발언은) 의견을 표명한 것이며 사회적으로 이론의 여지 없이 받아들일 만한 자유민주주의 혹은 공산주의 개념이 있는지 의문이고, 이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적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더불어 1심 재판부는 논란의 발언에 대한 평가는 형사재판이 아닌 시민들의 논박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고영주 전 이사장은 1심 선고 직후 “공산주의자 발언은 의견 표명이자 논평이었기 때문에 기소 대상이 아니었다”며 “법리상으로는 이미 무죄였다. 이번 판결은 양심과 소신에 따른 판결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이사장에게 1심과 달리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족상잔과 이념 갈등 등을 겪은 우리 사회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 시키는 표현”이라 판단했으며 “발언 내용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된 결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이념 갈등상황을 비춰보면 피고인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는)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는 사실을 논증했다”며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이고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는 주장은 부림사건 피해자들로부터 들은 사실을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공산주의자” 주장을 의견 표명으로 해석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실 적시로 판단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결론 낸 것이다.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심 재판부는 청와대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지만 2심 재판부는 굴복했다”며 상고의 뜻을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2심 재판부가 민사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재판장이 바뀌더니 갑자기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이유로 재판이 재개됐고 대통령 대리인이 나와 재판을 빨리 끝내 달라고 했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끝난 뒤 판결해달라고 했지만 결국 재판부가 청와대에 굴복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형사고소와 함께 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6년 9월28일 1심 재판부는 고 이사장에게 3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에서는 액수가 낮아져 1000만 원 배상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남북이 대치하고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공산주의 표현이 갖는 의미에 비춰 볼 때 원고(문재인)가 아무리 공적 존재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감정적, 모멸적인 언사까지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순 없다”며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날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 사건을 결론 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앞서 재판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이 말한 것처럼 피해자(문재인)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은 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측 대리인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명예훼손 법리에 부합하는 판결”이라며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