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도로의 왕' 지프니 사라지나…현대화 정책에 운전사들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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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도로의 왕' 지프니 사라지나…현대화 정책에 운전사들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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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발 지프니…환경오염 우려로 전기차로 교체 추진
운전사들 "생계 파괴" 규탄에 파업 나서…정부 강력 대치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민들이 지프니를 기다리고 있다. 2020.07.03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필리핀 서민의 발로 불리는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인 '지프니' 현대화 정책을 두고 정부와 지프니 운전사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프니 운전사들은 정부 정책이 비현실적이고 운전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이라며 파업에 나섰고 정부는 환경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강경하게 나서는 등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필리핀 대중교통 노조 등은 정부의 지프니 현대화 정책에 반대하며 이날부터 일주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지프니는 미군이 사용하던 군용 지프를 개조해서 만든 차량으로 필리핀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도로의 왕'이라고도 불리는 지프니는 화려한 도색과 그림 등의 개성적인 외관과 저렴한 요금으로 서민의 발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부분 노후한 경유 엔진을 사용해 매연을 내뿜거나 도로 한가운데서도 승객을 태우고 내려주는 등의 피해가 발생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민들이 지프니에 탑승하고 있다. 2020.07.03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이에 필리핀 정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17년부터 경유 지프니를 전기 소형버스나 리튬 배터리로 작동하는 'e-지프니'로 교체하는 대중교통 현대화 정책을 펼쳤다.

당시 지프니 운전사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한다면서도 정부가 막대한 교체 비용을 운전사들에게 전가한다고 강력히 반발했고 여론 역시 정부에 비판적이었다.

필리핀의 교통 관련 인허가나 감독권을 지닌 육상교통가맹규제위원회(LTFRB)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 15만대의 지프니가 운행 중이며 이중 전기 지프니는 7000대 미만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프니의 "완전한 단계적 폐지"에 반대한다며 정부가 "차량의 연식보다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마르코스 행정부는 지난달 전국 모든 지프니를 전기 지프니로 교체하고 연말까지 운송 협동조합과 법인에 가입하지 않을 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또 정부는 2021년 필리핀 데라살대학교 연구를 인용해 지프니 교체로 이산화탄소와 유해 화학물질 등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화려한 색감의 지프니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2019.01.28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이에 지프니 운전사들은 정부 결정을 규탄하며 마르코스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한 대중교통 노조 중 하나인 마니벨라의 마르 발부에나 대표는 정부 발표에 대해 "우리의 죽음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생계수단을 뺏어 버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프니들이 여전히 주행 가능한데 왜 빚을 져가며 교체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강도 높은 외출금지 정책으로 지프니 운전사들이 직격탄을 맞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정책은 특히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UP 교통노조 대변인 놀란 그룰라는 "마르코스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을 잊어버렸다"며 "우리만의 지프니 제조사들이 있지만 전기 지프니들은 모두 수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프니 운전사 베니토 가르시아는 AP통신에 "돈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대화하는 것은 괜찮지만 우리 지프니 운전사들은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로 그동안 필리핀의 정체성으로 여겨지던 화려한 지프니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이번 파업으로 우려됐던 교통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에 대비해 무료 교통편을 제공하고 마르코스를 지지하는 지프니 운전사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닐라 일부 지역에서 학교들이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하고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이번 파업이 "공산주의 반군에 영향을 받아 학생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라고 주장해 비난을 샀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지프니 아티스트 빅 카푸노(52)가 새로운 지프니에 화려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9.11.29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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