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ㆍ소비 모두 하락… 경기 버팀목이 흔들린다
지난달 국내 산업의 생산과 소비가 모두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폭 증가한 투자 역시 전달 큰 폭의 마이너스와 비교한 기저효과임을 감안하면, 주요 실물 경제지표가 모두 고꾸라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그간 최악의 제조업 부진을 상쇄하며 내수 경기를 지탱해온 소비와 서비스업마저 최근 가라앉고 있어 경기 악화 추세가 장기화할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ㆍ투자ㆍ소비 모두 부진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106.4(2015년=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하며 5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은 0.2% 늘었지만, 서비스업 생산이 1.0% 줄며 전체 생산을 끌어내렸다. 서비스업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올 2월(-1.5%)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는 최근 소비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1.6%를 기록했다. 하반기 출시될 신차를 사기 위해 ‘잠재’ 고객들이 지갑을 닫은데다, 이른 무더위로 에어컨 등 냉방제품에 대한 구매가 5월로 앞당겨진 게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서비스업 생산 중) 도ㆍ소매업이 1.6% 줄었는데 이는 승용차 판매 부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0.4% 늘었다. 비교시점인 지난 5월 설비투자 증가율이 -7.1%로 주저 앉은 데 따른 기저효과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98.5로 집계됐다. 동행지수는 작년 4월 이후 줄곧 감소하다 올해 5월(+0.2포인트) 14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는데, 한달 만에 다시 꺾인 것이다. 6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떨어진 97.9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동행지수 하락은) 경기가 안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소득둔화→소비부진→서비스업 침체’
전문가들은 이날 지표에 대해 “제조업 불황이 내수(투자+소비)의 핵심인 소비와 서비스업 부진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2분기(4~6월) 제조업 생산능력 지수는 101.3으로 1년 전보다 1.2% 감소, 작년 1분기(-0.2%) 이후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를 작성한 1971년 이후 처음이다. 폐업, 해외이전 등으로 문을 닫는 공장이 많다는 뜻이다.
이처럼 제조업 불황이 장기화하자 서서히 ‘소득둔화→소비부진→서비스업 침체’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2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0%대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분기(+0.9%)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5→3.5%)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등 내수 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경기를) 앞에서 끌어가는데, 이게 안 좋으니 서비스업도 침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부진 흐름이 제조업뿐 아니라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부진을 상쇄했던 소비와 서비스업마저 고꾸라지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흐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5~6월 생산 지표를 볼 때 3분기 상황도 부정적이라, 경기부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2%까지 낮췄는데 이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