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70% 찬성으로 파업 가결…실적 ‘먹구름’ 짙어져
현대자동차 노조가 전체 조합원의 70%를 넘는 높은 찬성률로 올해 파업 찬반투표안을 가결시켰다. 여름 휴가기간 직후인 다음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파업이 예고되면서 모처럼 살아나던 현대차의 실적에도 다시 ‘먹구름’이 끼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가 전체 조합원들의 70.5%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84.1%가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조는 이날 파업 가결 소식을 전하며 "사측과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에서 승리하는 날까지 전체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지침에 함께 해 달라"며 사실상 올해 파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하게 전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다음달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과가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에 나설 권리를 얻는다. 현대차는 노조가 여름 집단휴가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중순부터 파업을 진행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도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현대차 노조는 2012년 이후 8년 연속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5월 30일 사측과 임단협 첫 만남을 가진 뒤 16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여러 핵심쟁점에서 좀처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지난 19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에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인력 충원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정년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정년 연장과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에서 노사가 강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가 최근 직원들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정년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전기차 비중 확대로 현재와 같은 규모의 인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고 막대한 인건비가 추가로 지출된다는 점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또 통상임금 기준을 기아자동차와 동일하게 적용해 미지급금을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두 차례의 소송에서 모두 노조가 패소했다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만약 노조가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할 경우 최근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현대차의 실적도 다시 부진한 흐름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실적 개선을 이끈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 등의 생산이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특히 팰리세이드는 이달부터 미국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됐는데 파업이 이뤄질 경우 물량 조달이 어려워져 기대했던 수출 실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팰리세이드처럼 큰 인기를 끄는 신차는 없었지만, 여름 휴가 전에 임금협상을 타결해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은 거의 없었다"며 "다음달부터 하투(夏鬪)가 본격화되면 하반기 실적은 다시 기대치를 밑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상훈 기자 caesar8199@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