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김성태 "딸 KT 입사과정 불공정한 부분 사죄"
"KT 내부 의사결정 몰라…이력서 준 적 없어" 결백 강조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30일, 딸의 계약직 지원서를 KT 전 사장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관련해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딸의 이력서를 준 사실이 없다"고 적극 반박했다.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의혹을 받는 김성태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의원이 2011년 3월쯤 평소 알고 지내던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에게 딸의 이력서가 담긴 봉투를 건넸다는 내용을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담았다.
◆김성태 "재판에서 檢 주장 사실로 드러나면 응분의 정치적 책임질 것"
김 의원은 "KT 내부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왜 그런 의사결정을 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 누구에게도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결백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이제 막 재판이 시작되려는 시점에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검찰의 여론몰이는 깊은 유감"이라며 검찰의 공소장 내용 일부가 공개된 데 대해 비판했다.
그는 "서울남부지검이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기소를 강행했다"고 말한 데 이어 과거 고용정보원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채용을 거론하면서 "문재인 아들 문준용의 공소시효는 존중돼야 하고, 김성태 딸의 공소시효는 이렇게 문제 삼아도 되냐"고 반문했다.
다만 김 의원은 "딸 아이가 KT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과정에 부당하고 불공정한 절차가 진행된 부분에 대해 아비로서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딸은 2011년 계약직으로 KT에 입사해 일하다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그러면서 "재판을 통해 (검찰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면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하지만 검찰 또한 그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지 않는다면 응분의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부당한 행위 vs. 정당한 기업활동…누구 말이 맞나?
유력인사 자녀나 지인에게 채용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KT 전 임원 재판이 향후 치열한 법리다툼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KT 인사담당 실무자가 증인으로 참석한 첫 재판에선 이미 일부 지원자에게 특혜가 주어진 정황이 드러났다.
이를 부당한 행위로 볼지, 정당한 기업활동으로 볼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2년 KT 하반기 대졸공채 실무를 담당했던 A씨는 지난 2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 심리로 열린 이석채 전 KT 회장, 서 전 사장, 김상효 전 전무, 김기택 전 상무의 업무방해 혐의 1차 공판기일에서 김 의원 딸 김모씨와 관련해 "인적성 검사가 끝난 후에 채용 프로세스에 태우라는 '오더(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딸 김씨가 정상적인 과정을 밟지 않고 상당한 특혜를 입은 사실이 당시 담당 실무자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
이는 검찰 수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당시 KT 공채 서류접수는 2012년 9월17일 마무리됐는데, 김씨는 10월19일에야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또 뒤늦게 인성검사를 치른 결과 불합격 대상인 'D형'을 받았음에도 다음 전형인 면접에 응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증언석에 선 A씨는 "이메일 지원서에는 (다수의) 작성 항목이 공란으로 남겨져 있는 등 지원할 생각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며 자신이 김씨에게 외국어 부분, 자격증, 장점, 보완점 등 누락한 부분들을 다시 채워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또한 A씨는 상급자인 B팀장에게 김씨의 인성검사 결과를 알렸을 때 "(B 팀장이) 당황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검찰 측은 김씨에게 특혜가 제공되는 과정에 수뇌부의 지시가 작용했다는 주장을 부각시키기 위해 실무진들의 불만이 상당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입사 의지가 크지도 않은 이를 윗선 지시 때문에 무리하게 채용하려다 보니 잡음이 생겼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검찰 vs 변호인단 치열한 법적 공방 벌일 듯
A씨는 '끼워넣기 해야해서 인사팀 실무자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맞다"며 "(B팀장은 팀원들을) 다독이기 보다 본인도 위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대로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참고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김씨 채용 과정이 비상식적이었다는 정황도 어느 정도 드러난 모습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단 한 번의 재판으로 적지않은 소득을 얻은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일부 지원자에게 주어진 특혜가 곧 불법적인 사항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당시 가장 '윗선'인 이 전 회장측 변호인은 "KT가 경영과 관련해 공적인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며 "사기업 채용은 해당기업의 자율에 전적으로 맡기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적합한 인물을 채용하는 자유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 측은 KT가 과거부터 내부임원추천자에 혜택을 주는 채용방식을 운영해온 점을 부각하면서 특혜가 있었더라도 이를 '부정'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내부임원추천자에 대해서는 서류와 인적성을 통과시켜주는 관행이 있었고, 이를 면제받은 추천자들이 모두 합격증을 받아들지는 못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동일 사안, 서로 다른 해석…추가 증인·증거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이번 재판이 결국 법리 다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회장 등 KT 전 임원들은 김 의원 딸을 포함해 다수의 유력인사 자녀들을 위해 부정채용을 지시하거나 주도·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KT 채용과정서 벌어진 총 12건의 부정채용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채용 과정별로는 2012년 상반기 KT 대졸신입사원 공채에서 3명, 하반기 공채에서 5명, 2012년 홈고객부문 공채에서 4명이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의원 외에도 허범도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전 사장,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전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사장 등의 자녀나 지인이 채용 과정서 특혜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KT 채용비리 사건의 두번째 재판은 다음달 6일 진행되며, 당시 인사담당 상무보로 근무했던 김기택 전 상무가 증인석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