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멈췄다‥비행기 지하철 버스 운행 중단
홍콩이 멈췄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대대적인 총파업이 벌어졌다. 지하철 운행이 끊기고 수백편의 항공이 취소되는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시민들은 금융계, 교육계, 운송계, 예술계, 요식업계 등 각종 영역에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파업은 공항에서 시작됐다. 전날(4일) 홍콩 첵랍콕 공항이 5일 정오부터 6일 아침 6시까지 활주로 2곳 중 한 곳만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콩 민항처 소속 관제사 20여 명이 총파업 동참을 위해 병가를 냈기 때문이다.
파업에 참여한 항공 관제사는 전체 관제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력이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총파업 여파로 항공기 이착륙이 시간당 68편에서 34편으로 줄어들게 됐다.
또 항공사의 조종사와 승무원 등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수백 편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특히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경우 출발편 70편, 도착편 60편 이상이 취소됐다.
홍콩의 출근길 대중교통도 곳곳에서 차질을 빚었다. 홍콩 버스노조원 상당수가 병가를 내며 운행이 크게 축소됐고 일부 노선은 아예 운행을 멈췄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비협조 운동’이라 불리는 게릴라식 시위를 곳곳에서 일으키며 지하철 운행을 막았다. 지하철 승차장과 차량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는 등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는 식이다. 게릴라식 시위로 홍콩 내 8개 노선 중 쿤퉁 노선과 홍콩섬과 홍콩국제국항을 잇는 공항 고속철 노선이 전면 중단됐다. 공항 고속철 노선은 오전 11시 가까이 돼서야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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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민들은 총파업과 함께 대규모 시위도 진행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홍콩 시민단체는 홍콩섬 정부청사 밀집 지역인 애드머럴티, 관광객이 많은 쇼핑센터 몽콕, 디즈니랜드 등 8개 지역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날 파업에는 50만명 이상의 시민이 동참했다. 홍콩 시민이 총 72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14명 중 한 명이 참여한 셈이다.
총파업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를 비난했다.
람 장관은 총파업에 대해 “(시위대는) 700만 홍콩인의 삶에 대해 도박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어떠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를 평화롭게 표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국기를 바다에 던지는 등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위협하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며 “홍콩 정부는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결연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군사를 투입하는 ‘계엄령’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콩의 시위는 홍콩 정부가 지난 6월 추진한 송환법이 도화선이 됐다.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대만 등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송환법이 통과되면 홍콩의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지난 6월 9일과 16일에는 각각 103만명과 200만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오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여론에 밀린 람 장관은 지난달 9일 “송환법은 죽었다”(The bill is dead)라고 선언했지만, 시위는 더욱 격화되는 분위기다. 시위대는 람 장관이 애매한 표현 대신 법률적 용어로 완전한 ‘철회’ 의사를 밝히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반중(反中) 정서도 더 뜨거워졌다.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마카오 연락판공실의 휘장에 검정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게양돼 있던 중국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로 던지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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