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일본' 文대통령 "日, 과거 기억 않는 나라…한국 경제도약 못 막아"
"경제강국 의지 자극제" / "日, 과거 기억 않는 나라…경제력만으로 세계 지도자 될 수 없어" / "도덕적 우위 토대 평화국가·경제강국 열 것" 日과 차별화 강조 / "무역보복 극복에 그치지 않고 日경제 넘을 안목과 비상한 각오 필요" /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문대통령 '적반하장' 발언에 "과잉 주장"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일본은 결코 우리 경제의 도약을 막을 수 없다"며 "오히려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더 키워주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무역보복에 정부·기업·국민이 한마음으로 대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번 일을 겪으며 평화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본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 시장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대일 메시지는 지난 2일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공식 제외한 직후 긴급 국무회의에서 일본을 고강도로 비판한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평화경제야말로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미래라는 확신을 갖고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비핵화와 함께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그 토대 위에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일본 정부는 그간 아픈 과거를 딛고 호혜 협력적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온 양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나라 일본이라는 비판도 일본 정부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의 자유무역질서 훼손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도 매우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경제력만으로 세계의 지도적 위치 설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는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하면서도 민주·인권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기며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평화·협력의 질서를 일관되게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 평화 질서를 주도적으로 개척하며 국제무대에서 공존공영과 호혜 협력 정신을 올곧게 실천해 나가겠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류 보편 가치와 국제규범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도덕적 우위를 토대로 성숙한 민주주의 위에 평화국가와 문화강국 위상을 드높이고 경제강국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일을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일본의 무역보복을 극복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를 넘어설 더 큰 안목과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과 함께 경제 전반 활력을 되살리는 폭넓은 경제정책을 병행해 나아가야 한다"며 "당장 이번 추경에 이어 내년도 예산 편성부터 그런 정부 정책 의지를 충분히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또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장점인 역동성을 되살리고 더욱 키워야 한다"며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최고 정보통신기술을 갖춘 IT 강국이며 혁신역량에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2 벤처 붐 조성으로 혁신 창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고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뤄냈다"며 "우리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시스템반도체, 전기차·수소차,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신(新)남방·북방정책을 통해 수출입을 다변화하는 등 우리 경제 영역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우리 경제 외연을 넓히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언급했다.
◆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문대통령 '적반하장' 발언에 "과잉 주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적반하장' 발언에 대해 '과잉 주장'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지난 2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각의 결정을 한 것을 문 대통령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말에 "각국 정부 수뇌의 발언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은 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안보 관점에서 수출 관리제도를 적절히 시행하는 데 필요한 운용의 재검토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 "한국 측의 우리나라에 대한 과잉 주장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이 언급한 '한국 측'은 문 대통령을, '과잉 주장'은 '적반하장'이란 표현을 포함해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임시국무회의에서 발언한 내용 전반을 각각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열린 일본 각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지 약 4시간 만인 지난 2일 오후 2시께 청와대 여민관에서 긴급 국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절대로 바라지 않던 일이지만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며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인사로는 외무성 차관급인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무성 부(副) 대신(부장관)이 같은 날 BS후지 프로그램에서 일본에 실례한 것이라며 "품위 없는 말을 쓰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異常だ)"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외교부는 사토 부대신의 발언이 알려진 뒤인 지난 3일 "국제 예양과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측에 강한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