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코' 챙겼고 그런데…전기 콘센트 모양 왜 국가마다 다를까?
'돼지코', 해외여행 시 반드시 챙겨야할 물품인 멀티어댑터를 이렇게 칭하기도 한다. 원래는 220볼트(V) 콘센트 구멍이 돼지 콧구멍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여행짐을 싸면서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궁금증이 하나 있다. '전기 콘센트 모양은 왜 국가마다 다를까?'
◇너무 늦어버린 전세계 ‘범용 플러그 국제표준’=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전기가 가정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건 대략 19세기 말부터다. 이때부터 전기를 이용한 가전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들이 각자 다른 플러그와 콘센트를 개발했다. 당시에는 해외 여행객이 드물고, 전자제품도 대부분 크고 무거워 휴대가 어려웠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콘센트 모양을 통일시킬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전기장치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국가간 교류가 늘면서 각기 다른 형태의 플러그 때문에 불편을 겪게 됐다. 플러그 규격 통일, 상호 호환이 가능한 국제규격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1906년 영국 런던에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출범했다.
IEC는 산업, 가정, 의료용 등 다양한 분야의 전기기구에 대한 호환 및 통일규격 등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IEC 설립 초기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전기 규격을 통일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중단됐다. 전쟁 종식 후 1970년대에 들어 IEC는 범용 플러그 국제표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국가마다 수억개의 콘센트가 설치된 뒤라서 이 표준을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韓, 110V→220V로 전환 성공 대표 국가=이처럼 전기 규격을 바꾸기는 말처럼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전기 인프라를 교체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일본 식민통치와 미군정을 거치면서 110V를 사용한 역사가 있다. 현재도 미국은 220V 60hz, 일본은 100V 50hz(동일본)·60hz(서일본)를 쓰고 있다.
1970년대까지 발전소가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전력 사정이 열악했다. 정부는 경제성 있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구축을 위해 1973년 가정용 전력 접안을 110V에서 220V로, 동력용 전압은 200V에서 380V로 높이는 ‘2차 배전 승압 사업’을 추진한다.
승압이란 전압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전기의 압력을 높이면 저항으로 인한 전기 손실이 줄어 더욱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시작한 지 32년만인 2005년 11월에 마무리 됐다.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장은 “220V는 설비 증설 없이 2배 정도의 전기 사용이 가능하고, 전기 사용시 손실도 75% 가량 감소시켰다”며 “세계 최저 수준의 전기손실율(4.5%대)을 유지하게 돼 매년 40억kWh의 전력손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20V 전력을 사용하는 국가는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 등 141개국에 달한다. 110V와 220V 전력을 함께 쓰는 국가는 미국, 일본, 러시아 등 51개국, 110V만 쓰는 국가는 세네갈 등 8개국이다.
류준영 기자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