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논란’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사퇴만으로 해결될까
사내 직원조회에서 여성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을 빚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한국콜마 불매운동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윤 회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제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번 일로 많은 심려와 상처를 드린 저의 과오는 무겁게 꾸짖어 주시되 현업에서 땀 흘리는 임직원과 회사에는 격려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윤 회장은 지난 7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의 영상을 직원들에게 시청케 했다. 이 유튜버는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 등의 발언을 했다.
재계에선 한국콜마의 해명과 ‘윤 회장의 전격 사퇴’로도 사태를 온전히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한국콜마홀딩스의 지분 28.18%를 가진 최대주주로서 사실상 회사 경영에 여전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공시내역을 보면 윤 회장과 부인 김성애씨, 장남인 윤상현 한국콜마 대표이사, 차녀인 윤여원 한국콜마 전무 등 총수일가가 한국콜마 등 23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한국콜마홀딩스의 지분 45.2%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를 제외한 지분 5% 이상 보유 주주는 일본 콜마(7.46%), 왓슨홀딩스유한회사(6.63%), 국민연금(6.22%) 등 단순 투자목적 보유 주주들이라 딱히 경영권을 위협하거나 총수일가를 견제할 세력도 없다.
한국콜마의 경우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적돼 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공정성 등 평가에서 지난해 최하등급인 ‘D’를 받았다.
국민연금도 한국콜마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주총회에서 윤상현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국콜마 사내이사 외에도 씨제이헬스케어, 콜마스크 등 13개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는 윤 대표의 과도한 겸임과 이해관계로 인한 독립성 취약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윤 회장 사퇴 이후에도 사실상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등돌린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의 소비자운동이 해당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사회적 기여도나 평판 등도 고려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윤 회장의 경우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공개한 ‘조세포탈 기업인’에 이름을 올린 전력도 있다.
윤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한국콜마의 경영승계 작업이 가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