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경고하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고사총 사격훈련, 인공기 깃대가 사라진 모습 등의 보도가 나오자 국방부는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연일 공세의 수위가 높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이 13일 비핵화라는 개소리를 집어치우라고 한 데 이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같은날 저녁 담화를 통해 △“남조선 것들과 결별”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너뜨릴 것이며 △총참모부에 행동의 행사권을 넘겨주려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같이 계속되는 공세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원론적인 입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청와대는 14일 새벽 NSC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군사도발을 위협에 우리 군 대비태세 변동사항이 있느냐’는 질의에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군 동향 관련 임진각 북측 초소에 인공기 깃대가 없어졌다’는 보도, ‘개성공단 주변 군사 동향’이나 ‘6·25 열병식 가능성’과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면서도 “추가적으로 설명할 만한 사안은 없다”고 답했다.

이밖에 조선일보 보도의 진위여부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15일자 1면 머리기사 ‘“남조선 것들과 결별 군이 곧 행동 취할 것”’에서 “동·서부 전선 일부 북한군 부대가 이날 GP(감시초소)에 있던 14.5㎜ 고사총을 밖에 꺼내놓고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이 한국군 정보 자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통한 소식통이 “북한군이 사격 자세를 잡는 연습을 했다”며 “대북 전단이 날아오면 쏠 수 있다는 무력시위 성격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고 썼다.

이를 두고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 동향 관련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감시하고 있다”며 “추적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드릴 사안은 아닌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 군사정보 사안이나 그런 판단이나 평가에 대해서는 저희가 내부적으로 하고 있지만 여기서 추가로 설명드릴 만한 사안은 없다”고 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1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갈무리

같은날 오전 진행된 통일부 브리핑에서는 남북간의 각종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 예고’ 담화를 두고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고, 남과 북은 남북 간의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남북연락사무소에 우리측 상주인원이 없는데 북측이 철거할 경우 어떻게 확인할지와 관련 여 대변인은 “북측이 그러한 행동을 한다면 북측이 방송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도 나름대로 관찰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한 것의 의미를 두고도 여 대변인은 정부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6·15 선언은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함께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데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며 “지난 20년간 여러 난관에도 남북관계는 6·15 선언의 정신 위에서 진전을 거듭해왔다”고 평가했다. 여 대변인은 “정부는 6.15 선언을 비롯한 남북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