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직격 국회 촬영 제한 방침이 진짜 우려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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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직격 국회 촬영 제한 방침이 진짜 우려되는 이유

국회사무처가 15일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 제작팀이 12일 신청한 국회 본회의장 등 촬영허가 신청을 거부한 이유를 밝혔다. 시사직격이 지난달 7일 촬영 목적을 허위로 기재하고 청사보안·취재질서를 저해해 국회사무처 법규에 따라 조치했다는 설명이다. 시사적격 제작진뿐 아니라 다른 방송사 PD들도 특정 의원에게 공적인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취재를 제한해선 안 된다며 국회를 비판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과 직원에 대한 업무방해를 이유로 들었지만 시사직격 방송을 보면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선 취재진에게 적대적이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국회사무처는 시사직격팀의 문제를 지적하며 청사안전과 취재질서를 강조했지만 이번 논란은 일부 제작진의 문제로 한정할 수 없다. 달라진 취재환경과 이에 대처하는 국회의 언론관 전반을 되돌아봐야 할 문제다. 

1. 비출입언론인 취재 제약은 여전

국회사무처는 “관련법규는 촬영허가 신청에 대해 국회사무처가 촬영의 공익성, 질서유지 등을 고려해 허가하도록 규정한다”며 “이번 사안과 같이 촬영목적을 허위로 기재해 국회의사당에 출입해 임의로 촬영하는 것은 촬영허가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며 청사 보안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시사직격팀이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문체위 회의 등을 촬영하겠다고 해서 촬영허가를 받았는데 회의장으로 향하던 김 의원에게 ‘채용청탁’ 관련 취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국회에 취재장소 뿐 아니라 취재내용까지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 지난달 KBS 시사직격 ▲ 지난달 KBS 시사직격 '대한민국 채용 카르텔 2부작 - 1부 은행과 청탁자들' 화면 갈무리
▲ 지난달 KBS 시사직격 ▲ 지난달 KBS 시사직격 '대한민국 채용 카르텔 2부작 - 1부 은행과 청탁자들' 화면 갈무리

 

왜 촬영목적을 이렇게 쓸 수밖에 없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 국회를 취재할 때 시사직격팀이 써낸 ‘문체위 회의’와 같이 공식적인 행사를 써야 허가증을 쉽게 내준다. 공식 일정이 확인이 안 되거나 여러 의원을 취재하려는데 의원실에서 약속을 잡지 않았다고 할 경우 허가증을 못 받을 수 있다. 의원실이나 정당에서 취재를 원하지 않지만 공익성이 있는 사안도 있다. 

시사직격 방송을 보면 은행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의 야당 간사였던 김영주 의원의 지역구 구의원 자녀가 신한은행에 채용됐는데 김 의원 관련 메모가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인사부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언론에서 충분히 김 의원의 입장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다. 더구나 김 의원이 이번 국회에서도 정무위를 희망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지난 15일 외통위에 배정됐다.)

국회사무처 판단을 보면 시사직격팀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김 의원실에 취재허가를 받아오는 것이다. 방송을 보면 제작팀은 김 의원을 수차례 찾지만 김 의원은 답변을 생략했다. 

국회 출입기자들은 국회 내부를 자유롭게 다니며 이런 취재가 가능하지만, 일상적으로 국회와 원내정당 주요일정을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탐사보도를 현실적으로 하기 어렵다. 

2. 취재질서를 해친 유일한 곳인가

국회사무처는 “참고로 촬영허가 신청자에 대해 취재질서 위반 등에 따라 촬영허가 제한 조치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했다. 시사직격팀의 취재방식이 명백하게 전례없던 잘못이어야 국회사무처 설명의 설득력이 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고발뉴스는 “KBS 시사직격 촬영 제한 논란과 기자들의 침묵”에서 지난달 윤미향 민주당 의원실 취재 사례와 비교했다. 고발뉴스는 “국회 출입기자들은 거의 하루 종일 윤 의원실 앞에서 진을 치고, 도둑촬영을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다시피 했지만 국회로부터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윤 의원 쪽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면 당시 분위기상 윤 의원이 거센 비난을 받았을 수 있다. 윤 의원을 향한 취재는 공익적이고 시사직격 취재만 무리했다고 보기 어려운 지점이다. 

국회 의원회관에는 최근 층별로 게이트를 설치했다. 의원회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의원실의 허락을 맡아야 하고 해당 층만 출입하도록 하는 조치다. 역시 비출입기자·PD들은 의원 비판취재를 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디어오늘은 취재 결과, 의원실을 다니는 종교·영업활동을 하는 이들과 함께 보수유튜버들의 과격한 행위도 게이트 설치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1인미디어 아이엠피터의 “극우유튜버 국회 취재, ‘뒷배’는 따로 있다”를 보면 일부 유튜버들은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국회사무처를 통하지 않고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원내대표실의 허락을 받고 국회를 출입했다. 또한 유튜버들이 당시 황교안 대표에게 물려가 국회사무처 통제에 항의하자 황 대표가 ‘취재에 협조해달라’는 지시도 내렸다. 시사직격과 같은 PD들 입장에선 형평성에 의문을 가질만한 지점이다.

3. 높아지는 국회 장벽 

국회는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공간이지만 국민은 국회에서 손님에 불과하다. 국회 본청 앞문으로 드나들 수 없거나 국회 직원(출입기자 포함)에 비해 식당 밥값도 비싸다. 국회를 출입하지 않는 언론인 입장에서도 국회는 드나들기 까다로운 곳이다. 국회출입기자가 있는 언론사 소속인 게 확인돼도 건물마다 출입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국회 본청에서 정론관이 사라지고 별도 건물 ‘소통관’이 생기면서 심지어 국회 출입기자조차 의원들 취재가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의혹마다 소통관에서 명확하게 해명하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실이 행정기관처럼 자료를 제대로 기록하거나 그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는 기관도 아니다. 

▲ 국회 의원회관에 설치한 스피드게이트,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사진=장슬기 기자▲ 국회 의원회관에 설치한 스피드게이트,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사진=장슬기 기자

 

다수 국회기자들은 기자들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의원들이 기자 접촉을 줄인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7월부터 의원회관 게이트를 본격 작동하면 장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벌어진 이번 일은 방송사 PD들이나 비출입기자들은 국회에 허가받지 않은 질문을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국회를 취재하는 언론인이 늘어나는 등 변화하는 취재환경에 대해 국회는 ‘통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사무처는 “적법절차에 따른 취재·촬영은 적극 보장하되 취재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적용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시사직격의 사례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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