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자원외교 의혹 보도 PD수첩 소송서 패소
MBC PD수첩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던 포스코가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정은영)는 지난 17일 포스코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반론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포스코가 문제 삼은 보도는 MBC PD수첩이 지난 2018년 3월 보도한 ‘MB형제와 포스코 2부-백색황금의 비밀’ 방송이다.
당시 PD수첩은 “정권에서 포스코에 외압을 넣어 리튬 자원개발사업을 맡도록 지시했고 포스코가 그 사업을 떠맡았다”, “포스코가 2016년 아르헨티나 Lithea사가 보유한 포주엘로스 염호(염분이 많아 물맛이 짠 호수)를 대규모 개발한다고 밝히고 2016년 2월 리튬생산공장 착공식도 했지만 포주엘로스 염호 주변에 공장의 흔적이 없다”는 등 정권의 포스코 외압과 부실한 해외 자원개발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2015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2009년 초 정준양 포스코 회장 선임과정에 개입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전한 보도 △“포스코 회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포스코가 리튬 추출 연구비를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의 이상득 전 의원의 자서전 △포스코가 제출한 소장에 “2009년 정부의 리튬기술개발 제안을 받은 후 리튬추출기술 개발에 착수했다”는 표현 등을 근거로, 리튬 자원개발사업을 위한 정권의 포스코 외압 의혹 보도가 객관적 진실에 합치된다고 봤다.
포스코의 리튬 자원개발사업은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염호사용권을 얻어 리튬 생산원료인 염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현지 공장에서 리튬을 생산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었다.
PD수첩은 전직 포스코 관계자·임원·대외협력팀장 등을 인터뷰했고, 인터뷰이들은 실제 포스코가 현지에서 염호사용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리튬 생산공장을 건설하지 않은 채 현지 철수했다는 점 등을 들어 ‘포스코의 리튬사업은 실체가 없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PD수첩 보도를 정정하고자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인터뷰이들의 평가 내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포스코의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PD수첩 보도 취지는 정권 실세가 자원외교를 추진하면서 포스코를 동원하고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포스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례를 고발하고 문제점을 공론화함으로써, 유사 사례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포스코는 철강 분야 세계 최고 위치에 있는 기업으로 우리나라 중요 산업 근간을 이루고 있고, 국민연금공단이 대주주로 있어 국민 전체 이해와도 관련성이 있다. 이 보도는 공공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PD수첩 보도는 공익성 등이 인정되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되고, 포스코의 손해배상청구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학수 MBC PD수첩 앵커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의 현명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비록 이번 소송에서 포스코가 패소했지만 앞으로 국민기업으로 더욱 더 건강하게 발전해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