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적 뉴스이용자의 나라, 대한민국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참여하고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수행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보고서가 한국의 뉴스수용자들이 갖는 특성으로 ‘편향적 뉴스이용’을 꼽았다.
한국은 다른 조사대상 국가에 비해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나와 같은 관점을 공유하는 언론사 뉴스’와 ‘특별한 관점이 없는 언론사의 뉴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언론사의 뉴스’ 중 어떤 유형의 뉴스를 선호하는지 묻고, ‘모름’ 응답자를 제외해 응답 비율을 산출한 결과 한국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이는 40개국 평균인 28%에 비해 16%p 높았으며, 터키·멕시코·필리핀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지표였다. 반면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4%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말한 “해장국 언론”이 한국언론계가 처한 현실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같은 지표는 “정치관심도가 높고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사람들에 의해 견인된 것”이라는 게 보고서 설명이다. 자신을 ‘매우 보수’라고 답한 사람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 선호비율이 66%로 가장 높았다. 자신을 ‘매우 진보’라 답한 사람의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 선호비율도 55%로 역시 높은 편이었다. 이 상황에서 언론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더욱 편승할 것이냐’, 혹은 ‘편승하지 않고 양쪽으로부터 얻어맞을 것이냐’ 정도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7일 미디어이슈 보고서에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보고서 주요 내용을 요약하며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며 특정 관점 혹은 의견에 초점을 맞춘 뉴스를 생산함에 따라 뉴스의 정파성 또한 세계 각국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의 공영방송이 존재하는 독일, 영국, 노르웨이, 일본의 경우 다수 국민이 ‘특별한 관점이 없는 뉴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한국에서 편향적 뉴스이용이 높아진 이유는 ‘승자 독식 체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치세력이 모든 것을 갖기 때문에 양당제 구도에서 집단과 개인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게 되며,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뉴스수용자들의 편향적 뉴스이용은 그 자체로 하나의 권력투쟁이자 생존투쟁이며, ‘내로남불’은 사회에서 보편성을 획득하게 된다. 언론은 이 같은 지형에서 정파성을 최상위 가치로 여기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는 게 강준만 교수의 지적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뉴스 전반에 대한 한국의 낮은 신뢰도가 이용자의 뉴스이용 편향성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비춰보면 2016년 조사대상으로 포함된 이후 매년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최하위권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저널리즘 자체의 품질보다는 언론이 전달하는 뉴스의 관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은 ‘뉴스 전반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이 21%로 조사대상 40개국 가운데 올해도 최하위였다. 40개국 평균 비율은 38%다. 다만 한국은 ‘중립’ 응답 비율이 45%로 40개국 평균인 32%보다 높아서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뉴스 전반에 대해 신뢰 여부를 표현하기보다 판단을 보류한 응답자가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보 출처별 허위정보·오보에 대한 우려를 따져보면 40개국 평균은 정치인 40%, 정치행동가 14%, 언론사·기자 13%, 대중 13% 순이었으나 한국의 경우 정치인 32%, 언론사·기자 23%, 대중 20%, 정치 행동가 18%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있는반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상당이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대중에 대한 우려도 높았는데,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털 상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조직적 선동가들이 있다고 의심하는 탓으로 보인다.
연령별로 보면 한국에선 20대 여성(13%)이 뉴스 신뢰가 가장 낮은 집단으로 나타났다. 뉴스 신뢰가 가장 높은 집단은 50대 여성(26%)이었다. 20대 남성은 21%, 60대 남성은 24%로 연령대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 한국은 또한 지역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낮은 국가로 나타났다. 40개국 평균은 47%이지만, 한국은 12%에 불과했다. 서울에 모든 권력이 집중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에서의 유튜브 영향력이다. 한국에선 허위정보·오보 채널로 우려되는 미디어플랫폼 1위가 유튜브(31%)였다. 반면 40개국 전체로는 페이스북(29%)이 가장 높았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보편화에 따라 유튜브 이용 시 발생하는 속도·데이터의 장벽이 무너진 결과 유튜브의 영향력이 해외에 비해 높은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40개국의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평균 27%였지만, 한국은 45%로 무려 18%p 높았다. 2019년 같은 조사에 비해 1년 사이 7%p 증가한 수치다. 뉴스 소비 선호방식을 묻는 질문에서도 40개국 전체 평균은 뉴스 읽기(50%), 뉴스 보기(36%) 순이었지만, 한국은 뉴스 보기(45%), 뉴스 읽기(44%)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영국 설문 조사 업체 ‘유고브’가 이메일 온라인 설문으로 지난 1월부터 2월 말까지 진행했으며, 한국 뉴스이용자 2304명이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