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헌 한명숙 사건 보면 판사들 인권감수성 미약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 과정을 질타했다. 법사위는 23일 국회 보이콧 중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법제처, 대법원 법원행정처·양형위원회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보면서 판사들께서 인권에 관한 감수성이 굉장히 미약하지 않나 생각을 많이 했다.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던 한만호라는 분이 검찰 측에 70여 번을 조사 받았는데 조서는 5번 정도 밖에 안 썼다고 한다”며 “(법원이) 나머지는 무엇을 했는지 관심을 안 둔 게 아닌가. 사건의 판결을 보면 정상적으로 조사되지 않은 사정까지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질책이 없었던 부분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재판이 이뤄지는 가운데 검사는 증거를 계속 수집하고 강제수사와 가깝게 제소자를 불러서 수사한 것이다. 그런 수사 과정에 관해 법원이 아무런 인식이 없었다는 게 이상했다”며 “그런 점에 있어서 좀 더 생각을 많이 해주시기 바란다. 특히 재판 중에 검사가 계속 사건에 대해 수사하는 데 대해서는 어떤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재판하는 사건에 대해서 검사가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박범계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 있어서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1심 무죄, 2심 유죄의 결론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1심에서 23번의 공판을 했는데 2심에서는 그렇게도 한번만 더 불러달라던 증인을 굳이 부르지 않으면서까지 5번의 재판으로 끝냈다”며 “한만호씨 증언 중에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1심에서 했던 법정 증언은 신빙성 없다는 2심 판단에 대해 ‘공판중심주의 후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에게 합당한 징계 등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박주민 의원은 “최근 임아무개 판사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에 관여를 했다. 그런데 이 관여한 행위가 사법적인 처벌의 대상이나 징계의 대상이 되는 건 별론으로 하고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걸로 판단된다’는 표현이 있다”며 “‘위헌적이지만 무죄’라는 판결이 나온다면 징계에서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징계는 ‘정직’까지만 가능하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징계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정직 밖에 못하고 정직 기간이 끝나면 이분은 다시 당당하게 재판업무에 복귀해서 재판을 진행하게 되지 않느냐”며 “일반 국민이 보기에 ‘심지어 법원에서도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는데 다시 복귀하네, 나는 저 사람에게 재판을 받아야 할까. 과연 저 사람에게 공정한 재판 받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조 처장은 이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판 독립을 위해서는 법관 독립이 필수적이다. 법관 독립과 관련해서 결국 우리 법은 그 사람을 도저히 법관의 직에 둬선 안 된다고 할 경우에는 국회에서 탄핵을 논의하고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을 하고, 그에 이르지 않은 경우 현행 법률 범위 내에서 징계처리로 그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말씀 잘 해주셨다. 그래서 우리 제도, 헌법, 법률은 문제가 있는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국회가 탄핵 의결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후 국회에서 그런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 그것은 헌법과 법률에 의한 것이라는 점,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점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검찰을 비판한 게 자기 식구 챙기기, 감싸기인데 법원이라고 다르지 않다”며 “지난 10년 비위 판사 현황을 요구했더니 지난 5년 분만 왔는데 대부분 (징계 사유) 이름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지만 금품수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이 많다. 22개 사안이 있는데 여기 없는 게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다. 정직은 1년이 딱 2건, 나머지는 감봉 4개월 식이다. 성범죄나 다른 범죄로 벌금 300만원, 100만원 형을 받고 아직도 재직하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처장이 “법관 임기는 10년마다 연임 여부를 심사해서 결정한다. 징계를 받더라도 법관 연임기간에는 신분이 보장된다. 벌금형을 받은 경우 본인이 사임을 원하지 않으면 연임 기간 동안에는 재직을 할 수 있다. 그것 자체가 법관 독립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 뒤 “벌금 100만원 300만원을 받은 경우 법관 연임심사는 통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김 의원은 “이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고쳐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느냐”며 “우리(국회의원)도 4년마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 지방의회도 4년, 대통령도 5년 만에 뽑는다. 법관이 뭐길래 10년씩 보장을 해줘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도중 판사 출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보며 “죄송하다. 박범계 전임 판사님 죄송하다”며 농담 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조 처장은 “김진애 의원 말씀에 담긴 진의나 진심은 저도 충분히 공감한다. 법관이 조금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잘해야겠다는 충심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양형기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치사죄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소병철 의원은 최근 서울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폭행’ 피의자에 대한 구송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것을 두고 국민이 느끼는 문제의식을 파악해야 진정한 사법개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