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희 교수 언론비평이 불신 자극한다는 사람 있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2020’에서 조사 대상 40개국 중 한국이 언론 신뢰도 21%로 최하위를 기록한 가운데 언론 전문가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가 22일 한국 언론 신뢰도의 추락 이유를 분석했다.
정 교수는 한국 언론 신뢰도가 추락세인 이유를 분석하면서 △나 외에 다른 사람도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 △언론인들이 언론 비평 등 언론 비판에 방어적 분위기 △언론 소비자들이 중립적 저널리즘을 통해 유익을 얻은 경험이 적어 자기 관점에 맞는 뉴스를 소비하는 분위기 등을 언급했다.
앞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40개국 중 언론 신뢰도 21%로 올해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조사에서 22%로 최하위였고 조사에 포함된 이래로 매년 최하위권이었다. 핀란드가 1위, 미국은 3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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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22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은 객관적으로 나라별 비교를 한 것이 아니고, 각 나라 수용자들이 자기 나라 언론에 주관적으로 평가한 말을 수치화시키고, 수치로 비교했을 때 한국이 최하위에 속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한 번 굳어진 신뢰도 하락 추세는 바뀌기 어렵다. 그 이유는 (뉴스 구독자) 스스로 언론을 믿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 역시 언론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이 같은 추세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언론 신뢰도가 낮아진 변곡점은 세월호 참사 등 보수적 정부에서 나타났는데, 정부가 바뀌고 언론 자유도는 높아졌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언론 때문에 신뢰도는 여전히 높아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그는 언론 종사자 역시 언론 비판에 방어적 태도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일부 기자들이) 이번 조사를 가지고 ‘또 이걸 빌미로 우리를 욕하겠구나’라는 방어적 태도가 굉장히 강하다. 그 이면엔 ‘그 조사를 믿을 수 있겠어?’라는 불신감도 없진 않다”며 “해당 조사가 객관적 뉴스 신뢰도를 평가한 게 아니고, 주관적 감성도 표현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언론 비평에 불편함을 표시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며 “언론 비평이 오히려 불신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언론 비평이) 좋은 것들을 이야기해주기보다 나쁜 것을 파헤치다 보니 사람들의 불신감을 가중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 교수는 이번 디지털뉴스 리포트 결과 가운데 언론 소비자가 편향적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국 언론 소비자는 자신과 관점이 유사한 뉴스를 더 믿는 경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다”며 “어떤 언론은 ‘소비자가 편향적 뉴스 소비를 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된다’, ‘언론 비평이나 해장국 저널리즘, 사이다 저널리즘(독자들이 듣고 싶은 것만 말해주는 언론)이 인기가 있고 제대로 객관적 저널리즘을 하는 곳은 굉장히 힘들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소비자가 편향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언론들의 논리에 “제대로 된 태도가 아니다”라며 “(뉴스 소비자들이) 기존의 편향적이지 않은 뉴스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고, 그걸 통해 유익을 얻어 보지 못해 차라리 자신의 관점과 일치하는 곳을 찾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