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철 안 밟으려면 공수처 수사·기소 전면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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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철 안 밟으려면 공수처 수사·기소 전면 분리

오는 7월 설립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두고 운영·조직·인사 구조상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 분리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검찰 개혁 일환인 공수처는 자의적 수사·기소 등 기존 폐해를 답습해선 안 되기 때문에 구조적 원인을 해소한 후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총리실 산하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25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 방향’ 주제로 각계 의견을 듣는 첫 공청회를 열었다. 김영중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원, 한상훈 연세대 교수,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 등이 발제를 맡았고 그 외 법률 전문가 7명도 토론에 참여했다.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참가자 모두가 공감했다. 발제를 맡은 한상훈 교수는 “수사와 기소를 같은 사람이나 부서가 담당했을 때 수시로 발생하는 과잉수사, 무리한 기소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범죄 규명 의욕을 가진 수사팀을 영장팀이 견제하고, 수사팀 결론을 공소팀이 다시 검토하면서 인권침해 요소나 확증 편향에 따른 과잉기소를 교정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25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 방향’ 주제로 각계 의견을 듣는 첫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25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 방향’ 주제로 각계 의견을 듣는 첫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한 교수는 조직 체계를 수사부와 공소부로 동등하게 이원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수사부와 공판부로 나뉘어, 수사부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가진다. 한 교수는 공수처 수사부엔 검사가 아닌 수사관을 배치하고 공소부에 검사를 배치해, 수사관은 검사와 독립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소부 검사는 수사관의 영장청구나 기소 의견만 검토·결정하게 된다. 수사관은 경찰, 변호사, 조사 경력이 있는 자 등이 대상이다.

검찰 조직이 위계질서가 뚜렷하다면 공수처는 수평적 업무 관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예로 ‘수사 착수’와 관련 한 교수는 “처장, 차장, 수사부장, 공소부장으로 내부 수사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말하며 “단순히 이들이 처장에 보고하고 명령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타당한 결론을 함께 찾아가는 구성원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공수처법 12조·21조 개정도 주장했다. 수사관과 검사의 보수 등 처우 차이와 지휘·감독 관계를 명문화한 조항이다. 한 교수는 “수사관은 언제나 검사보다 직급이나 대우가 낮게 돼 검사로부터 직무상 독립성 보장이 힘들게 된다”며 “나아가 수사관을 지휘할 수사부장도 검사보다 높은 직급을 받기 어려워 수사전문가 채용과 양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의 한계로 ‘내용상 분리’만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수처법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판사, 검찰총장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의 재직 중 범죄만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기소 대상이 수사 대상보다 대폭 적다. 조기영 전북대 교수는 “기소가 가능한 경우에만 기능적으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 운영하는 게 무방해 보인다”며 “상대적 소규모의 공수처를 조직적으로 이분하는 건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25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 방향’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25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 방향’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기소권 제한한 현행법, 공수처 ‘또 하나의 경찰’ 만들어”

외부 견제 기구도 강조됐다. 현행법상으로 조직 수장에 의사결정 권한이 몰린 피라미드 구조는 검찰과 공수처가 비슷하다. 이 경우 공수처장의 부패나 권한 남용, 정치적 편향 등 문제를 통제하기 어렵다. 한 교수는 기관·기업의 감사위원회처럼 “변호사, 교수 등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가칭 공수처공정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수사와 기소의 부당성 여부를 감시하게 하는 방안”을 들었다. 

또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해 최운식 변호사는 공수처장의 임명 권한을 강조했다. 차장 임명을 제청할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청와대 입김을 차단하자는 안이다. 야당이 후보자를 대통령에 추천하는 특검 방식처럼, 공수처장이 차장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해 선발하는 규정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정영훈 변호사는 “이미 법조계엔 공수처 인기가 높다”며 “공수처 수사 경력은 대형 로펌 스카웃 제의를 받을 수 있고 변호사 개업 후 형사사건 수임에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엔 ‘퇴직 후 1년 동안 공수처 사건을 변호사로 수임할 수 없다’고만 정한다. 정 변호사는 이에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도 취임 시 ‘퇴임 후 공수처 사건은 일체 수임하지 않는다’는 선서를 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제한된 기소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근본적 지적도 나왔다. 오병두 홍익대 교수는 “현재로서 공수처는 극히 일부 사건의 기소권을 가진 수사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기소권 없는 사건에서 공수처는 또 하나의 경찰에 불과하다”며 “아무리 수사를 열심히 해도 검찰이 제대로 공소유지를 하지 않는다면 부패 방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소권과 수사권이 일치해야만 오늘 제시된 다양한 내·외부적 통제 방안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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