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부터 사설까지 이재용 검찰 수사 무리수 강조한 중앙일보
지난 26일(금) 오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하면서 29일자 월요일 아침 종합 신문들엔 이에 관한 후속 취재가 많이 실렸다. 보도 방향은 진보와 보수 성향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수사심의위가 의결한 내용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 등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관한 것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 성향 신문들은 수사심의위의에 포함된 위원들의 전문성을 부각하며 심의위 결론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인상을 받게 했다. 진보 성향의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수사심의위 성격을 파고들며 불기소 결정의 한계를 짚으며 기소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중앙일보, 이재용 검찰 수사 무리수 프레임 만들기
중앙일보는 1면에서 사설까지 검찰의 이재용 수사 무리수 프레임을 만들었다. 수사심의위 결론의 의외성을 강조하며 검찰이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을 부각해 이재용 부회장에 유리한 기사를 썼다. 중앙일보는 “이재용 변호인도 수사 중단까지 권고할 줄 몰랐다”는 기사를 1면에 싣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발표되자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은 멘붕에 빠졌다”고 전했다. 특히 ‘특수통 정예 검사’로 구성된 삼성 측 변호인단도 이런 결과에 놀란 건 마찬가지라고 보도해 이번 권고의 의외성을 부각했다. 또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 말을 빌려 “변호인들도 이 부회장 ‘불기소’ 정도 기대했지 전원 불기소에 이 부회장 수사 중단 권고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각계 전문가 위원 13명 중 10명의 눈에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고 비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검찰 수사에 무리수가 있었다는 프레임을 강하게 설정한 셈이다.
1면에서 이어진 5면엔 “집에서 결과 들은 이재용, 담담하게 ‘이런 일도 생기네요’”란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3자를 통해 전해들은 이 부회장의 담담한 반응으로 시작했지만 주된 내용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주장을 취재한 내용이었다. 이 신문은 양측의 주장을 전하고 “이날 심의위원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임하며 수준 높은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원래 30분이었던 질의응답 시간이 1시간30분간이나 이어졌다”며 심의위의 전문성과 관심도를 드러냈다. 기사의 결론은 한 법조계 인사의 멘트였다. 이 법조계 인사는 “변호인단이 검찰 수사팀을 접촉해보니 기소를 정해놓고 요식행위만 하는 감이 들었다고 하더라”, “이 부회장이 특검 재판만 3년6개월 받았고 수사부터 재판까지 검찰과 법원 출정 횟수가 68회라고 한다. 이 건으로 기소되면 다시 3년6개월 이상 더 끌려다닐 것을 우려했던 것 같다”, “일본 검찰이 소니를, 미국 검찰이 애플·구글을 1년7개월 이상 수사한다면 그 나라 국민이 납득하겠나”라는 말을 쏟아냈다.
중앙일보 4면 머리기사도 이 문제를 다뤘다. “수사심의위 10대 3 압도적 결론, 윤석열 고민 깊어졌다” 기사에서 어느 고검장 출신 변호사 말을 빌려 검찰의 무리수를 재차 부각했다. 그는 “검찰이 자꾸 거물을 잡다 보니 더 큰 거물을 잡고 싶어 한 결과”라며 “전직 대통령 2명, 대법원장 등을 구속한 다음에 최대 재벌을 겨냥했으면 수사를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라온 중앙일보의 해석은 검찰이 외통수에 빠졌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든, 이 부회장을 불구속 재판에 넘기든 무리한 수사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지적에 힘을 보탰다. 이 신문은 “수사팀이 진짜 뼈저리게 여겨야 할 점은 사건 관련자를 400번 이상 소환조사하고도 법관과 국민을 모두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재벌을 봐주는 것도 안 되지만 거꾸로 재벌이라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도 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단언했다.
중앙일보의 ‘이재용 무리한 수사’ 프레임은 사설에서도 이어졌다. “검찰, ‘이재용 기소 불가’ 심의위 결론 충분히 성찰하길” 사설에서 “비판을 무릅쓰고서라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수는 있다. 법원 판단이 심의위 견해와 다를 수도 있다”며 “그렇더라도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과잉수사 관행과 혐의 적용의 법리적인 논란에 대해서는 검찰 스스로 반드시 성찰해 보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동아일보 2면 “‘10대3’ 이재용 불기소 권고에 자본시장법-회계전문가 다수 포함” 기사도 외형적으로는 수사의 핵심 쟁점이었던 자본시장법 관련 변호인단과 검찰의 주장과 질의를 소개했지만 제목 등에선 심의위가 전문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동아일보는 “사전에 무작위로 추첨된 심의위원 중에는 자본시장법 교과서를 집필한 교수 등 학계 인사 4명, 변호사 4명, 회계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수사팀에 자본시장법 해석과 증거관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겨레, 수사심의 위원 편향성 드러낸 단독
반면 한겨레는 수사심의 위원의 편향성이 드러나는 지점을 파고 들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삼바 불법 없다는 김병연 교수, 수사심의위 참여했다”에서 “수사심의위원회에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에 불법 요소가 없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한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고 전했다. 피의자 입장을 공개적으로 적극 대변해온 인사가 사전에 수사심의위에서 배제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이 기사를 포털에 ‘단독’을 붙여 내보냈다. 한겨레는 인터넷에서 김 교수 관련 인터뷰와 기고 8건을 확인하고 김 교수가 검찰 수사를 비판해 온 사실을 전했다.
한겨레는 “자본시장법 전문가로 알려진 김 교수는 검찰과 이 부회장 변호인의 진술을 들은 뒤 이어진 질문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날 회의에는 삼성이 재단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성균관대의 법학전문대학원 이아무개 교수도 현안위원으로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심의위원의 편향성을 강조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김 교수는 “삼성바이오가 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의심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유죄를 전제로 몇 단계 건너뛰고 수사하는 양상”, “이번 수사를 계기로 이 부회장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지 않겠느냐” 등의 발언을 했다. 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사심의위는 삼성바이오 사건만으로 논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피 신청할 이유가 없다. 삼성 쪽, 사건 당사자와도 관련이 없고 자문한 적도 없다. 수사심의위는 전문가·학자로서 다른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3면 “‘삼성 옹호’ 인물이 논의 주도…‘깜깜이 수심위’ 우려가 현실로” 기사에서 “김 교수가 수사심의위에 참여하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것이 명확했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수사심의위 현안위원이 될 수 있었다”며 “위원 선정 과정 등에서 사전검증이 봉쇄돼있던 ‘깜깜이’ 수사심의위가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가 ‘전문가’라는 권위로 다른 위원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사후검증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경향신문, 이재용 기소에 무게 둔 분석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수사심의위 권고에도…검찰, 이재용 기소에 무게”에서 “검찰 내부에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겨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첫 사례가 된다. 경향신문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수사팀과 윤 총장 및 이 지검장 등 지휘부 간 의견이 일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이 자신들의 논리와 배치되는 ‘불기소 결정서’를 작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이 부회장을 기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기각 사유에 담았다”며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의 불기소를 결정하긴 했지만, 이 부회장을 기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혐의는 인정될 수 있지만, 어려운 경제 여건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불기소 의견을 낸 위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문제 본질은 안정적인 일자리로 분석한 신문들
29일 언론은 인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나온 취업준비생들의 반발을 두고 엇갈리는 보도를 냈다. 한국일보, 한겨레 등은 이런 갈등의 배경을 짚은 노동 정책을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조선일보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 배경은 누락하고 휘발성 있는 부분만 부각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쓴 “‘을과 을의 전쟁’을 반기는 세력이 있습니다”라는 글은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 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입니다”란 부분만 부각됐다. 하지만 김두관 의원의 글 전체를 보면 갈등을 미리 조정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반성하는 내용부터 시작한다. 이어 김 의원은 “2019년 기준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9100만원에 달한 반면, 이번에 정규직 전환하는 분들의 연봉은 3850만원 수준으로 설계됐다고 한다”며 “아르바이트하다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아닙니다. 청원경찰 분들은 교육을 받고 몇 년 동안 공항보안이라는 전문분야에 종사했던 분들이지 알바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저는 국민청원에 서명한 청년과 함께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본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입니다. 이것이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불공정한 능력주의를 공정하다 느끼게 하고, 사회적 연대를 가로막고, 드디어 노동자를 일등국민과 이등국민으로 갈라놓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7일에도 26일 글에 이어 안철수, 하태경, 오세훈 등 야권 정치권 인사들에게 재차 사실을 호도하지 말라고 썼다.
이런 김 의원의 글을 두고 조선일보는 “김두관 ‘생트집’ 또 논란 발언”이라고 1면에서 다뤘다. 이어 4면 “김두관 아들은 英유학·딸은 中유학, 이런게 금수저” 기사에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온 김두관 자녀들의 외국 유학 소식을 다뤘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고시 준비생인 한 20대의 발을 빌려 “공부해서 대학 편입은 왜 한 거냐. 이장 하다가 군수, 장관, 국회의원까지 하려고 한 것 아니냐”며 “서울 대학과 정규직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 때문에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1면 “청년 43% 비정규직 출발...분노 이유 있었다” 머리기사에서 청년들의 분노를 통계 등을 들어 분석했다. 이 기사는 한 공공기관 계약직 연구원의 “나는 정규직 전환 여지가 없는데,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소식을 듣고 심란했다”며 “애초 좋은 일자리가 적으니 청년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각종 통계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임을 잘 드러냈다.
한겨레도 4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민간으로 확산안돼 격차 심화” 기사에서 정규직 전환 갈등 원인과 구조를 짚었다. 또 같은 면 “‘X중소’ 자조하는 취준생 현실도 모르면서” 기자 칼럼에선 “김두관 의원의 발언 취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가짜뉴스’와 ‘보수정권’에 논란의 책임을 묻기 전에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부터 돌아보라”는 충고해 여당의 책임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