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기소 권고에 중앙일보 여론 이끈 삼성 판정승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저녁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불기소뿐 아니라 수사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삼성 측 요청으로 열린 대검 수사심의위 결과가 삼성의 바람대로 나온 것이다.
이날 대검은 오전 10시30분부터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를 열어 저녁 7시30분까지 약 9시간 동안 토론을 벌인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 김종중 전 사장에 대해 불기소가 타당하고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수사심의위에는 양창수 위원장을 제외한 14명 위원이 참석했다. 양창수 위원장은 최지성 전 부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자리를 회피했다. 14명 중 1명은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출됐는데, 표결에 참여한 13명 중 10명은 불기소 찬성 의견을, 3명은 불기소 반대 의견을 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 전 과정에서 각 분야의 외부인사가 수사 과정과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수사심의위 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갖는다. 강제성은 없다.
27일자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일제히 1면에 다뤘다. 조선일보는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는 검찰 수사가 너무 무리였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개최를 앞두고 현장 경영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검찰의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겨레는 검찰권의 부당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인 수사심의위가 막강한 경제권력인 재벌 총수에 의해 활용된 것은 애초부터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검찰 수사팀은 수사 결과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27일자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1면.
경향신문 : ‘이재용 불법승계 의혹’ 기소 난관
동아일보 : 심의위 “이재용 檢(검)수사 중단·불기소 권고”
세계일보 : ‘이재용 불기소’ 권고 “檢 수사도 중단하라”
조선일보 : “이재용 기소말라 수사도 중단하라”
중앙일보 : “이재용 기소 적절치 않다”
한겨레 : 수사심의위, 이재용 불기소 권고
한국일보 : 이재용 손 들어준 檢수사심의위 “불기소’·수사 중단을”
매일경제 : “이재용 수사중단 불기소 처분해야”
서울경제 : “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한국경제 : “이재용 수사 중단하고 기소 말라”
중앙일보는 3면 대부분을 할애해 ‘이재용 불기소 권고’ 소식을 다뤘다. 중앙일보는 “‘이재용 불기소’ 여론 이끈 삼성 판정승…검찰 부담 커졌다”라는 제목으로 “법조계 전문가들은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뿐 아니라 수사 중단을 권고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 중단 권고는 3년 이상 진행된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경영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삼성이 큰 짐을 덜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삼성으로선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가 나오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최근까지 이 부회장은 수사심의위 개최를 앞두고 현장 경영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 19일에는 수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았고, 지난 23일에는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경영환경이 우리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위기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삼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그동안 무리였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이 부회장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경청하길”이라는 사설에서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은 4년 가까이 이어졌다. 특정 기업과 특정 기업인이 이처럼 장기간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결국 이같은 검찰 수사가 너무 무리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도 이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옥죄는 무분별한 수사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삼성은 과도한 거찰 수사로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며 “수사심의위 결정만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법적 절차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도 기존 수사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썼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면 “‘이재용 불법승계 의혹’ 기소 난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권 남용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의 혜택을 결과적으로 삼성이 가장 먼저 누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3면에서 경향신문은 “검찰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기소를 밀어붙이면 ‘수사심의위 제도를 무력화했다’고 비판받게 된다. 권고대로 기소하지 않는다면 1년8개월 간 ‘과잉수사’를 했다고 자인하는 격이 된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법원 등 사법부의 앞선 3차례 판단과 배치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검찰 수사와도 어긋나는 결론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동의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이 부회장 구속영장 심사 당시 법원이 내린 판단과 어긋나는 결론인데다 엄정한 법적 잣대로 심의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도 있다. 여로모로 수긍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검찰에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다시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수사에서 부족한 점을 살펴 보강하고 다시 한번 불편부당한 기준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검찰은 수사 결과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된 수사가 적정·적법했는지, 의심은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이 사건은 단순한 기업비리가 아니다. 검찰은 사회와 경제의 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이번 사건에 비장한 각오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