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은 왜 국회에서 준 이메일을 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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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왜 국회에서 준 이메일을 쓰지 않을까

국회에서 국회의원과 의원실 보좌진에게 이메일 계정을 제공하지만 실제 의원실에선 이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이 불편해서 대다수는 지메일, 네이버 등의 이메일을 사용하거나 별도로 도메인을 구입해 사용했다. 

디지털 디자인 전문회사 ‘슬로워크’의 조성도 대표는 미디어오늘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 기사를 읽고 국회의원 300명 전원의 이메일 주소를 확인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의당 차원에서 소통을 위해 협업툴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며 자신의 의원실에선 협업툴을 사용 중이고 자체 도메인을 만들어 이메일 체계를 통일했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또한 “카톡·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기반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 이슈를 한눈에 살피기 어렵고 자료보관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며 “담당직원이 떠나면 역사가 쌓이지 않고 다음 직원이 오면 구전하는 식이라 체계가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노동운동 홍보 전문가였던 류호정 정의당을 혁신할까]

▲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국회의원들이 다 각각의 메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전수조사에 나선 것이다. 조 대표는 “의원과 보좌진에게는 국회에서 id@assembly.go.kr 이메일 계정을 제공하는데 별도 도메인네임을 사용한다는 건 국회에서 제공하는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국회 홈페이지 ‘국회의원현황’에 의원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지 않은 의원이 124명이었다. 이메일 주소를 기입한 176명(58.7%) 중 국회에서 제공하는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의원은 1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58명은 그 외의 이메일을 썼다. 약 40%는 네이버 메일, 약 34%는 Gmail, 약 13%는 다음 메일을 사용했다. 국회 ‘의원실채용’ 게시판에도 보면 보좌진들이 채용지원서를 받는 이메일 주소가 Gmail이나 네이버메일 등으로 다양했다. 

▲ 자체 도메인을 사용하는 의원실. 자료=조성도 슬로워크 대표 제공▲ 자체 도메인을 사용하는 의원실. 자료=조성도 슬로워크 대표 제공

 

의원실 자체 도메인을 사용하는 의원은 류 의원을 포함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peacehong)과 같은당 이소영 의원(@imsoyoung.kr) 등 3명이었다. 

의원이나 보좌진들이 국회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을 쓰지 않는 이유는 불편해서다.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29일 미디어오늘에 “일단 폰과 연동되지 않고 기능적인 측면이 다른 일반 메일보다 떨어진다”며 “바로바로 메일을 확인하기 어려우니 국회 경험이 있는 보좌진들은 (국회 이메일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류 의원의 제안은 협업툴, 공용드라이브, 인트라넷, 이메일도메인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 원내-중앙당-지역위원회가 긴밀하게 소통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이를 정의당 차원에서 마련해야 하고, 현재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니 의원실 수준에서 진행한 것이다. 

류 의원은 29일 미디어오늘에 “우린 팀메일도 사용하고 의원실 구성원이 아닌 사람들도 프로젝트에 초대할 일이 있어서 자체 도메인을 쓴다”며 “정의당에 협업툴을 도입하면 정의당 중앙당의 도메인(@justice21.org)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서 제공한 이메일 계정은 정부부처나 국회에 요청했던 자료들을 받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 국회 홈페이지에 국회의원 메일을 공개한 비율(왼쪽)과 국회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을 적은 비율. 자료=조성도 슬로워크 대표 제공▲ 국회 홈페이지에 국회의원 메일을 공개한 비율(왼쪽)과 국회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을 적은 비율. 자료=조성도 슬로워크 대표 제공

조 대표 역시 국회 차원에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고 그게 안 된다면 소속 정당 차원에서라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임기 동안 본인 계정으로 소유하고 관리한 데이터는 임기가 종료되면 중요한 공공기록물로 관리돼야 한다”며 “법률상 공공기록물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사적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면 추후 관리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대표는 사칭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이메일 주소가 58.7%라도 공개됐으니 다행이지만 보좌진들 이메일 주소는 파악조차 할 수 없다”며 “이메일을 활용한 피싱 사건이 상당히 많은데 어떤 의원 계정과 유사한 계정을 만들어 사칭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2018년 의원실을 사칭한 암호화폐 관련 피싱메일이 유포돼 논란이 됐다. 

국회 쪽에선 보안성을 이유로 들었다. “보안과 편의는 반비례 관계”라는 입장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회 메일은 인증서가 필수”라며 “인증서가 없으면 로그인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피싱메일을 받아도 안전하고 계정유출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네이버 등 일반 메일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알면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국회는 2009년 인증서를 통해 로그인하는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기사 수정 : 30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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