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위원 메인뉴스에서 불법촬영기기 사건 안 다뤄
KBS 시청자위원회가 지난 5월 말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발생한 불법촬영기기 설치 사건을 KBS 메인뉴스를 통해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엄경철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2차 피해 등을 이유로 다루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 시청자위원인 권오주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KBS조차 몰래카메라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고 불법촬영 기기가 보조배터리, 이어폰 등 누가 봐도 불법촬영 기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두려움을 키웠다”며 “그런데 정작 KBS 메인뉴스 ‘뉴스9’과 ‘뉴스7’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가 보도하지 않는 와중에, 범인이 KBS 직원인가 아닌가라는 엉뚱한 논란만 커지는 모양새여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권 위원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건 범인이 KBS 직원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지, 만약 피해자가 있다면 피해자 보호 조치는 적절하게 취하고 있는지, 향후 재발을 방지를 위해 어떤 대안들을 마련하고 있는지”라며 “KBS는 이번 사건 피해 현황 파악과 피해자 보호 조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신속하고 책임 있게 보도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권 위원은 “KBS 메인뉴스에서 이번 불법촬영기기 사건을 다루지 않았을 뿐더러 KBS 홈페이지를 보니 관련 뉴스가 총 4건에 그쳤다”며 “KBS가 이번 사건의 직접적 피해자 또는 잠재적 피해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 대책을 책임 있게 시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은 “이 사안의 특수성에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엄 국장은 “이 사건 용의자와 피해자 모두가 KBS 관계인”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여성가족부나 한국기자협회가 권고하는 성범죄 보도준칙을 보면, 언론은 성범죄 보도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이 겪는 혼란, 인권 문제를 고려해 유의미한 성폭력 사건이 아닐 경우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성폭력 사건이 무엇이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KBS라는 공간이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KBS 직원이거나 KBS 관계인일 경우가 많겠다고 생각해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꼭 모두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엄 국장 해명에 이종임 위원장 직무대행(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이미 다른 매체가 많이 언급했고 오히려 KBS에서 더 정확하게 입장을 정리해 보도했다면 다른 보도와 구분되는 보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2차 피해 같은 경우 뉴스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더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뉴스9 수어통역’을 제공하라는 권고를 받았는데도 여전히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도 지적됐다.
엄 국장은 “이와 관련해 오는 8월13일까지 법적으로 의견을 내야 해서 내부 논의 중”이라면서도 “수어방송 법적 기준이 5%인데 이미 KBS는 5%를 상회해서 편성하고 있다. 수어방송이 아닌 자막방송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엄 국장은 “수어방송을 할 경우 우측 하단에 고정적으로 화면 제약을 받는데, 기타 다른 동영상 일부분이 훼손되는 면이 있어서 제작진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