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PD 김어준,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뉴스타파가 지난 3일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누군가 1천여 척의 선박, 16만 개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영화 ‘유령선’의 주장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 가운데, 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인 김어준씨를 공개 비판해 주목 받고 있다. 최PD는 한국 사회에서 ‘PD저널리즘’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어준씨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를 뉴스타파가 검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최승호PD는 “18대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더 플랜’과 누군가가 고의로 세월호 앵커를 내려 침몰시켰다고 주장하는 ‘그날 바다’의 핵심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검증했다”며 “김어준 총수나 김지영 감독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실에 대한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최PD는 김어준 총수가 “어떤 중요한 문제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곧바로 누군가의 조작이나 음모로 연결시키는 태도”가 있다고 지적하며 “‘유령선’ 제작진이 취재를 했다면 아마 오래지 않아 AIS데이터를 수신한 수신기가 중국 선전에 있는 회사 것이라서 그 회사 위치 데이터가 수신기의 초기값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지 중국 선전에서 어떤 세력이 고의로 세월호 AIS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아니라는 업체 관계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PD는 “취재자가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그럴 때는 음모론적인 추론을 하기보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선 알아봐야 한다. 세월호 AIS데이터가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라는 것을 발견했으면 왜 그런지 알아봐야 한다”며 “그랬다면 굳이 김어준 총수와 김지영 감독이 중국 선전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너무나 많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한 비극적 사건에 대한 섣부르고 위험한 주장을 세상에 내놓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PD는 영화 ‘더 플랜’과 관련해서도 “(김어준씨가) 18대 대선 개표 결과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했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먼저 취재했어야 했지만 선관위를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채 누군가의 조작과 음모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지적한 뒤 “그런데 19대 대선 결과 K값은 18대 대선과 비슷하게 나왔다. ‘더 플랜’ 주장이 사실이면 문재인 대통령도 부정 개표에 의해 당선된 것이 된다”고 꼬집었다. 최PD는 이어 “중앙선관위는 ‘더 플랜’ 측에 18대 대선의 투표지를 함께 검증하자고 요구했는데 김어준 총수는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PD는 김어준씨를 가리켜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그것에 대해 취재하기보다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친다. 때로는 영화를 만든다. 그러다가 마침내 강한 반박이 나오면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는다. 그냥 무시한다”고 비판한 뒤 “대중들은 그의 이런 행동방식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PD는 “그가 언론이 얼어붙었을 때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PD수첩에서 쫓겨나 아무 일도 못 할 때 ‘나꼼수’의 역할이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언론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를 구하러 나타난 어벤져스 같은 느낌이었다”며 김씨의 ‘공’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제 김어준 총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인이다. 계속 이런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압도적인 라디오 청취율 1위 프로그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을 맡고 있다. 그가 총수로 있는 딴지일보의 유튜브채널 ‘딴지방송국’ 구독자는 77.8만명이다.
최승호 PD는 “김어준 총수가 자신의 위상만큼의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만약 뉴스타파의 보도에서 틀린 점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상세하게 지적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상상과 단정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견고한 취재를 바탕으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사실이 확립돼야 우리 사회가 진영의 나뉨이 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