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인권침해 논란 테러방지법 서명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자료사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체포·구속 영장 없이도 테러 용의자를 최장 24일간 구금하도록 해 인권침해 논란이 인 테러방지법에 서명했다.
4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오후 이 법안에 서명했다고 해리 로케 대변인이 전했다.
로케 대변인은 "대통령의 서명은 오랫동안 필리핀을 괴롭히고 많은 국민에게 상상할 수 없는 공포와 슬픔을 야기한 테러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다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은 당국이 영장 없이 테러 용의자를 최장 24일간 구금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도청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테러 행위를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가와 민간의 시설 및 재산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 폭발물이나 무기의 제조 및 유통 등으로 규정하고 연설, 성명서 발표, 배너 등으로 이를 부추기는 행위자도 처벌하도록 했다.
이달 초 하원을 통과한 이 법은 2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신속 처리 법안으로 지정한 뒤 상원을 통과했기 때문에 대통령 서명을 거쳐 공포하면 곧바로 발효된다.
필리핀 테러방지법 반대 시위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2020.06.04 송고]
필리핀 인권단체 등에서는 테러 행위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해 남용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해 왔다.
특히 인권 보호 활동을 무책임하게 테러 행위로 낙인찍어 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측은 서명과 관련해 "두테르테 대통령 치하에서는 조금이라도 정부를 비판하면 테러리스트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AFP 통신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테러방지법에 서명함으로써 필리핀 민주주의를 깊은 구렁으로 밀어 넣었다"면서 "4년 전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급락한 필리핀 인권 상황을 현저히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