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정의당 쓰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지난달 26일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정의당은 범여권이 아니다”라며 “정의당은 정의당의 길이 있다”고 밝히며 진보정당으로서 정체성과 여당과 다른 야당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이 선거법 개정 등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비판을 자제하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21대 국회 들어와 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에선 정의당을 ‘범여권’ 범주에 넣어 보도했다.
지난 1일 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요구했다. “범여권 의원 18명 ‘이재용 불기소하면 국정농단 공범된다’ 기소 촉구”(경향신문), “범여권 ‘검찰, 피의자 이재용 반드시 기소해야’”(한겨레), “범여권과 시민단체, 이재용 기소 촉구…‘사법 정의 세워야’”(뉴시스) 등 다수 매체가 정의당을 범여권으로 분류했다.
이에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지난 3일 “정의당 관련 보도에서 ‘범여권 정의당’ 표현은 가급적 피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밤 늦게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를 앞두고 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김 대변인은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도 여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했고, 총선 이후에도 민주당, 미래통합당 등 정당을 불문하고 독자 목소리를 내고 정책경쟁을 해오고 있다”며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미애 장관 등 행보, 졸속 추경심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와 여당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통합당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그런 점에서 ‘범여권 정의당’이 아니라 ‘진보야당 정의당’, ‘진보정당 정의당’이라는 더 정확한 범주로 정의당을 지칭해주고 보도해주면 고맙겠다”며 “정의당은 오로지 정의당 원칙에 입각해 국민을 위한 정책경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여러 매체에서 김 대변인의 메시지 내용을 기사화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의당을 범여권으로 지칭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세일보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과한 소식을 전하며 “민주당은 3일 오후 10시 통합당을 제외한 범여권 정당들과 본회의를 열고”라며 정의당 등 본회의에 참석한 정당을 ‘범여권 정당’으로 썼다.
지난 4일 시사포커스에 실린 한 칼럼에서도 “국회 상임위 대부분이 불과 1~2시간 만에 마무리 짓는 졸속 심사가 이어져 오죽하면 기재위에선 범여권인 정의당 의원조차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고 썼다.
이처럼 ‘범여권 정의당’이란 표현은 민주당이 ‘같은 진영, 같은 편에게도 비판받을 만큼 잘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 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더퍼블릭이란 매체에서도 지난 4일 “윤석열 찍어내기+공수처=‘친문무죄 비문유죄(親文無罪 非文有罪)’”란 기사에서 “거대 집권당은 지난 4·15 총선을 통해 176석을 확보했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3석)과 기본소득당(1석), 시대전환(1석), 정의당(6석) 등을 더하면 187석에 육박한다”며 정의당을 범여권 정당으로 칭했다.
또한 이날 중앙SUNDAY는 사설 “여당의 추경 폭주, 이런게 ‘일하는 국회’인지”에서 “여당의 졸속 처리에 범여권인 정의당 의원마저 ‘이런 심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갈 정도”라고 썼고, 브릿지경제신문도 같은날 “표결에는 민주당과 함께 범여권인 정의당과 열린민주당만 참여했다”고 했다. 뉴스웍스 역시 같은날 “민주당은 3일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본회의를 열고”라고 썼다.
지난해 7월 심상정 의원이 정의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더이상 정의당을 범여권으로 분류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등 그간 정의당은 수차례 ‘범여권’으로 분류하지 말라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정의당을 범여권 범주에 굳이 넣어 보도해야 하는지 언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면서도 정의당이 진보야당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