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단독보도는 정말로 단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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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단독보도는 정말로 단독일까

[단독]=혼자 베꼈다. 기자 행태를 풍자하는 인터넷 유머인 이른바 ‘기자정음’은 ‘단독보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단독보도란 해당기사에만 특별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뉴스 소비자들은 언론의 ‘단독보도’에 대한 신뢰가 없고, ‘단독보도’ 표시가 되어 있다고 해서 특별히 기대하고 보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그간 언론사들이 무분별하게 ‘단독보도’를 남발해왔기 때문입니다.

언론계에서도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019년 12월 주간조선 기고 <단독보도 관행에 대한 언론중재가 남긴 숙제>에서 “(단독보도는) 일종의 관심을 끌기 위한 ‘섬네일’ 같은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하면서 △인터넷 매체들이 속보성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쟁 △어뷰징 기사 △뉴스 표절에 대한 제도적 규제장치 미비 등을 원인으로 짚었습니다. JTBC는 2018년 2월부터 ‘단독’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JTBC는 “취재경쟁에서 ‘단독’이 가져다 준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반면, 표현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단독 기준을 엄정하게 할 것을 논의해 왔으나 기준 자체가 모호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결국 아예 사용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언련은 4월 한 달 7개 방송사 저녁뉴스를 대상으로 118건의 ‘단독’ 표시 보도를 수집해 단독보도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JTBC는 단독 표시를 하지 않고 있어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그 결과, 118건의 단독 보도 중 단독보도라고 할 수 없는 5건의 보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독 여부가 확인된 경우에도 지엽적인 사실을 선행보도에 덧붙여 ‘단독’을 붙이는 등 사실상 단독보도라고 할 수 없는 기사들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단독보도가 아닌 기사를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

118건 ‘단독’ 중 ‘단독’ 아닌 보도는 5건

‘단독보도’ 여부는 방송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 제목에 [단독] 표시가 있는지로 판단했습니다. 민언련은 단독 표시된 보도가 나오기 전 유사한 보도가 있었는지 확인하여 ‘확실한 단독’, ‘단독보도이지만 지엽적이거나 사실여부가 애매한 단독’, ‘단독보도가 아님’으로 나누었습니다. 그 결과, 118건의 단독보도 중 ‘단독’이 아닌 보도는 5건 확인되었습니다. 즉, 단독 표시된 보도 중 95.7%는 실제 단독보도였습니다. YTN은 저녁뉴스에서 단독보도가 1건 밖에 없었는데, 하루 내내 뉴스를 방영하는 보도전문채널 특성상 다른 시간대 프로그램에서 단독보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 4월1일부터 30일까지 단독보도가 실제 단독보도인지 확인한 결과.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4월1일부터 30일까지 단독보도가 실제 단독보도인지 확인한 결과.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단독보도가 아닌 보도는 다른 언론사가 먼저 보도했거나 같은 시간대 뉴스에서 같은 내용이 보도된 경우입니다. 4월 한 달 간 단독보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보도는 SBS가 1건, MBC가 2건, TV조선과 MBN이 각각 1건이었습니다. 단독보도가 아닌 기사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난 4월1일부터 30일까지 단독보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기사.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4월1일부터 30일까지 단독보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기사.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같은 시간대 뉴스에서 똑같은 보도 나오는데 단독?

SBS와 MBN은 4월3일 각각 <단독-가수 휘성, 이틀 만에 또 투약 후 실신>(안희재 기자), <단독-수면 마취제 투약했던 휘성, 귀가 이틀만에 또 약물 투약>(강세현 기자)를 ‘단독보도’했습니다. 단독 표시는 달지 않았지만 TV조선도 같은 날 <가수 휘성, 이틀만에 또 쓰러진 채 발견… 옆엔 약병·주사기>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즉, 저녁뉴스 세 곳에서 똑같은 내용을 보도했는데 그 중 2건이 ‘단독보도’였던 것입니다. 굳이 어느 쪽이 빨랐는지 따지자면, MBN뉴스는 저녁 7시20분에서 8시30분까지 방영하고, SBS뉴스는 저녁 8시에서 8시50분까지 방영하므로 MBN이 시간상으로 조금 빨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 차이로 ‘단독보도’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 4월3일 가수 휘성 씨 관련 저녁종합뉴스에서 같은 날 보도된 내용. SBS와 MBN은 ‘단독’으로 이 사건을 전했다 (위에서 차례대로 SBS, MBN, TV조선 보도)▲ 4월3일 가수 휘성 씨 관련 저녁종합뉴스에서 같은 날 보도된 내용. SBS와 MBN은 ‘단독’으로 이 사건을 전했다 (위에서 차례대로 SBS, MBN, TV조선 보도)

TV조선이 4월20일 보도한 <단독-‘불경앱 개발’ 승려가 유사 n번방 운영… 조계종 “승적 박탈”>(주원진 기자)도 같은 날 JTBC 에서 같은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TV조선 기사에서 피의자 신상정보가 좀 더 자세히 언급되기는 하지만 ‘단독보도’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언론사 보도가 더 빨랐던 경우

MBC는 4월25일 <단독-컨테이너로 망루철거… ‘용산 참사’ 있었는데>(윤태호 기자)에서 재개발조합측이 강제철거에 반대하며 옥상에서 농성 중인 사람들을 크레인에 매단 컨테이너로 위협하는 장면을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4월 24일 오마이뉴스 <대구 둥인동 재개발현장 철거민들 강제철거에 맞서 하루종일 충돌>에 “크레인에 철골을 달아 망루를 부수기도 했으나 날이 어두워지자 컨테이너를 매달아 옥상에 올리는 과정에서 망루 일부가 부서지고 망루에 있던 3명이 팔과 다리 등을 다쳤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경북 지역언론 ‘뉴스민’이 4월25일 12시경 보도한 기사 <크레인으로 집행관 직원 태운 컨테이너 투입… 둥인동 강제철거 재개>에도 “크레인에 컨테이너를 연결해 법원 집행관 사무소 관계자 수 명이 올라탄 컨테이너를 망루 옆 패널로 지어진 가건물 위에 올렸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뉴스민의 자료사진과 MBC의 영상을 비교해 보면, 뉴스민의 자료사진이 MBC가 보도한 영상보다 시간상 뒤에 찍힌 사진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뉴스민이 4월25일 보도한 기사 자료사진(위 사진)과 MBC의 단독보도 영상. MBC 뉴스보도 영상에서는 아직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컨테이너가 ‘뉴스민’ 사진에서는 옥상에 올려져 있다.▲ 뉴스민이 4월25일 보도한 기사 자료사진(위 사진)과 MBC의 단독보도 영상. MBC 뉴스보도 영상에서는 아직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컨테이너가 ‘뉴스민’ 사진에서는 옥상에 올려져 있다.

MBC가 4월28일 보도한 <단독-“마귀를 빼자” 알고 보니 집단 폭행… 어느 신병의 폭로>(신수아 기자) 역시 다른 언론사에서 먼저 보도한 내용입니다. 군인권센터는 4월24일 보도자료 <계룡대 군사경찰, 간부 지시로 신병 결박하고 집단구타>에서 계룡대 군사경찰대대에서 하사 오 모 씨 지시로 신병 구타사건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는 같은 날 <군인권센터 “계룡대 군사경찰대대서 선임병이 신병 집단구타”>에서 군인권센터 보도자료를 받아 보도했습니다. 이로부터 4일 후 방영된 MBC 보도에는 피해자 인터뷰가 들어 있지만, ‘단독보도’는 아닌 셈입니다.

민언련이 4월 한 달 방송사 단독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이처럼 118건의 단독보도 중 5건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내용 중 어디까지가 단독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확실히 선행보도가 있거나 동시에 다른 언론사에서 같은 내용이 방송된 경우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민언련의 다음 보고서에서는 단독보도라고 할 만한 내용은 있지만, 지나치게 지엽적이거나 사실관계에 논쟁의 여지가 있는 28건의 보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4월1~3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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