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언론개혁은 진보 좌파 핵심 의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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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언론개혁은 진보 좌파 핵심 의제 돼야

요즘 윤석열 사단과 검언유착의 카르텔을 지켜내기 위한 조선일보, 미래통합당의 콜라보가 코믹하면서도 눈물겨울 정도다. 물론 한수 더 뜨는 것은 범죄혐의자인 전 채널A 기자 이동재의 수호천사가 돼버린 윤석열이다. 녹취록에서 이철 대표를 향해 “(검찰에 협조를) 안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 “저희요 문재인도 조질 수 있고 상관 없어요”, “유(시민)를 쳤으면 좋겠고 1번으로”라던 이동재의 그 기세등등함은 이제, 오히려 자신이 ‘사기꾼에게 속았다’는 애처로운 피해자 코스프레로 변신 중이다.

나에게는 총선 전에 조선일보가 전문을 공개했던 ‘채널A 기자·제보자X 녹취록 전문’[기사:“컨트롤 해줄거죠?” “자리 깔수있죠” 채널A 기자·제보자X 녹취록[전문]]이 특히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거기서 제보자X는 “우병우 라인쪽에서 윤우진을 통해서 이철 대표한테 100억을 요구했었어요. 수사 무마 조건으로”라고 말한다. 그러자 이동재는 당황하면서 얼버무리고 화제를 돌린다. “윤대진하고 윤석열하고 사이가 틀어진 상황이에요”, “(윤대진에게 윤우진은) 망나니 같은 형이어 갖고 옛날부터 양아치 짓을 많이 하고 다녔었는데”, “윤우진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했으면 좋겠어요”… (※ 전문이 엄청나게 길고 오타도 많은데 <조선일보>는 이 부분을 실명, 익명을 섞어 올렸다가 나중에 다시 손본 듯하다.)

‘소윤’, ‘대윤’으로 불리며 매우 긴밀했던 검사 윤석열과 검사 윤대진, 윤대진의 형이며 동생보다도 윤석열과 더 긴밀했다는 세무서장 윤우진, 그리고 윤석열이 깊숙이 관여된 ‘2012 윤우진 뇌물사건’ 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대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에게는 장모나 부인이 연루된 온갖 의혹보다도 더욱 치명적인 게 윤우진 문제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급히 불을 끄면서 유시민으로 화제를 돌리는 이동재의 반응에도 눈길이 간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이 왜 이토록 무리하게 한동훈과 이동재를 감싸는지 이해하게 만드는 실마리인가? 윤우진은 윤석열 사단과 우병우 사단을 연결하는 고리이기도 했던 것인가? 하지만 이 녹취록은 당시 조선일보 말고는 거의 어느 언론도 주목, 보도하지 않았고, 총선 전후로는 잊혀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가 이 녹취록을 전문 공개한 의도는 물타기만이 아니라 단독에 대한 욕심도 있었을텐데, 그러면서 의도치 않은 사실이 일부 드러난 셈이다.

그래서 지난해의 ‘검찰대란’은 단지 조국을 낙마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더 큰 그림 속에 진행됐다는 생각이 커지게 된다. 이것은 최근 검찰이 상상인그룹의 유준원과 검사출신 전관 ‘박재벌’(박수종)을 구속하는 것을 보면서 더 굳어진다. 검찰을 뒷배삼아 엄청난 돈을 벌어왔다는 유준원과 박재벌조차 결국 잘려나갈 ‘꼬리’라면 몸통은 얼마나 더 크단 말인가.

이 꼬리와 몸통이 얼마나 지저분하게 움직였는지는 이미 뉴스타파, MBC PD수첩의 치밀한 취재를 통해 많은 부분 밝혀져 왔다. 그것을 보면 검찰 특수통, 특히 금조부(금융범죄조사부)는 정치인, 현관, 전관, 큰손들이 얽히고 설켜 뇌물, 향응, 청탁, ‘성접대’가 오가는 거대한 금융사기의 아수라장이었다. 금융사기에는 ‘쩐주, 설계자, 주포, 선수’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서도 ‘타짜’는 바로 전현직 (특수통) 검사들이었다는 게 이런 취재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그러니, 이제는 시댁조카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로 드러나고 있는 정경심 교수를 그렇게 칼로 마구 찔러대던 검찰이, 바지사장 조범동 뒤에 있는 진짜 큰손인 익성 이봉직, 신성 우국환 등을 건들지도 않은 이유는 명백해 보인다. 한명숙 사건 조작에 대해 양심선언을 한 한은상 씨도 지적했다. “검찰(특수부는)은 참으로 많이 썩은 집단입니다… 그들이 범죄자일진대 그들이 조사하고 있습니다.”

검찰 핵심부의 이런 지저분한 이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가장 신뢰할만한 증언을 해온 임은정 검사가 “(김학의가) 검찰총장도 될 뻔한 검찰인데, 뭘 놀라냐”고 말하던 게 떠오르지 않을 수없다. 임은정 검사는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은 “그물만 내리면 범죄자들이 잡힐” 수밖에 없는 “황금어장”이라고 했다. 물론 이런 검찰의 핵심 협력자는 바로 기성(보수)언론이고, 김경록 PB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검사들 보다 더욱 검사 다웠”다고 지적한 기자들이다.

시민들에 의해서 선출, 통제, 교체되기 어려운 이들은 자신들이 대통령이나 국회보다도 더 위에서 이 나라를 주무르는 ‘영원히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자만했을 것이다.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그런 권력에 도전하기보다 타협하려는 자세를 더 많이 보여줬다. 그러나 2016년 촛불에서 드러난 아래로부터 분노와 변화의 동력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것이 지금 ‘우파세력-검찰권력-기성(보수)언론’이라는 기득권 카르텔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이런 큰 구조를 보지 않는 일부 진보세력과 인사들의 주장들은 정말 납득이 어렵다. 검찰개혁, 언론개혁이라는 이처럼 중요한 이슈를 진보좌파의 의제로 가져오긴커녕 민주당에게 던져버리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지금 권력 감시를 하면서 사회정의를 수호하고 있다고? 검찰이 앞장서서 바로 몇 년전에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하고 통합진보당을 강제해산시킨 게 기억에서 사라졌는가?

검찰이 삼성 수사는 잘 하지 않았냐고? 삼성공화국을 함께 만들어 온 것도 (떡값)검찰, 직계선배들이 떼로 가서 이재용을 돕고 있는 것도 검찰, 삼성 수사를 검찰개혁 차단의 수단삼은 것도 검찰, 금융위와 금감원이 분식회계로 결론내린 것을 가져가 시간 끈 것도 검찰, 조국 수사로 틀면서 1년을 허비한 것도 검찰, 수사심의위를 만든 것도 검찰, 수사심의위를 구성한 것도 검찰, 수사심의위 개최 요구를 수용한 것도 검찰인데 이게 무슨 번지수 없는 소리인가?

한사코 윤석열과 검찰을 싸고도는 사람들의 몇 가지 특징은 선택적 인식, 선택적 정의, 사실에 대한 엄격한 검증의 회피, 사실에 비추어 오류를 교정하길 거부하는 태도, 진영주의를 비판하면서 실제로는 진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자세 등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전과자였든, 어느 정당이었든, 어느 진영이었든 검찰이 저지른 저 야만적인 조작과 날조를 우리가 모른 채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야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 한명숙 뇌물조작 사건에서 한만호 씨는 검찰에 굴복해 날조에 동참하면서 “죄책감으로 가슴 속에 선혈이 터져나올 듯한 고통을 느꼈다”는 비망록을 남겼다. 검찰은 부모까지 이용해 그를 협박했고, 그가 거역하기 시작하자 보복 구속을 한다. 그러는 동안 그의 부모는 죽었고, 가정은 파탄났고, 그자신도 화병으로 죽었다. 그가 검찰의 사건 조작을 묘사한 기록은 이렇다.

“금수회의가 따로 없습니다. 입만 열면 생고기 뜯고 난 비리칙한 냄새가 납니다. 포식을 끝낸 짐승처럼 저희들끼리 화해롭습니다. 피묻은 발톱을 핥고 고깃점이 묻어있는 털 고르는 일이 남았습니다.”

조작과 날조의 피해당사자인 한명숙 전 장관은 당시의 처절한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가슴이 저며오고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분노가 치솟고 나중에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았다.” “검찰이 계속 흘리면 언론이 맛있게 받아 적는 거에요. 그러면 제가 흠집이 나고 오른팔이 잘리고 가슴이 찟기고… 그걸 보면 너무 터무니 없어서 견딜 수가 없어요.”

▲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5년 8월22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력 묘역을 참배하기 앞서 응원 나온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5년 8월22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력 묘역을 참배하기 앞서 응원 나온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러 사람과 가족의 인생이 송두리째 파괴됐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진보 좌파는 검찰이 자신들의 권력과 기득권구조를 지키기 위해 저지른 이런 범죄와 부정의에 누구보다 분노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앞장서 싸워야 한다.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고 서로 유착하면서 온갖 날조를 저질러온 검찰과 기성(보수)언론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보다 가장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로 유착한 검찰과 언론의 여론조작과 토끼몰이 속에서 피해를 겪은 것은 한명숙, 조국, 유시민만이 아니라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이었고, 정의당과 노회찬 의원이었고, 지금은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이기도 하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계급불평등 타파, 억압과 차별의 해소와 분리된 문제일 수가 없다. 사회변혁은 고사하고 어떤 작은 개혁마저 가로막는 구체제와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에는 검찰과 기성(보수)언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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