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 윤석열 절충안 단칼 거부한 의미는
9일자 주요 일간지 아침신문 1면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채널A 검언유착 수사팀 구성 절충안을 ‘단칼에 거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부분 장식했다. 추미애 장관이 ‘단칼에 거부’한 ‘독립수사본부’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이번 국면을 바라보는 각 신문의 태도가 읽혔다.
윤석열 독립수사본부 네이밍 효과는?
대부분 신문은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의 건의를 빠른 시간 안에 거부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1면과 이어진 해설기사, 사설 등을 살펴보면 문제의 핵심이 단칼에 거부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있다. 윤석열 총장은 김영대 서울 고검장이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된 수사본부를 구성해 사건을 지휘하는 대신, 자신은 수사 결과만 보고 받는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반면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 내용은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이 건의한 독립수사본부 구성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 취지를 받아들이는 나름의 절충안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법무부는 절충안이 사실상 수사팀 교체·변경을 포함하고 있어 장관의 지시 이행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중심으로 한 기존 수사팀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향 1면
윤석열 절충안, 추미애 단칼에 거부
동아일보 1면
윤석열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추미애 거부
서울신문 1면
윤석열 건의, 바로 내친 추미애
세계일보 1면
尹 ‘독립수사본부’ 건의...秋 즉각 거부
조선일보 1면
윤석열, 6일만에 절충안 추미애, 100분 만에 거부
중앙일보 1면
윤석열이 낸 절충안 추미애 단칼에 거부
한겨레 1면
추미애 “장관 지시 불이행”...윤석열 건의 즉각 거부
한국일보 1면
尹 “독립 수사본부” 건의 단칼에 내친 秋...‘백기투항’ 요구
경향신문은 1면 “윤석열 절충안, 추미애 단칼에 거부” 머리기사에서 법무부 관계자 말을 빌려 “윤 총장의 건의는 제3의 수사 주체가 추가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경향은 “수사팀에서 이 지검장과 이정현 1차장 검사를 배제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점도 작용했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이번 사건을 비롯해 몇 차례 대립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냉정하게 사태 수습에 나서야” 사설에서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는 평가가 검찰 주변에서 나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대검의 감찰을 막고, 채널A 기자에 대한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외면했다. 게다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서도 시간을 끌면서 여론을 살폈다”며 “검찰의 수장으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우세했다. 이런 점에서 윤 총장이 좀 더 추 장관의 뜻에 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1면 “윤석열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 추미애, 거부” 기사에서 “수사 지휘를 하지 말고, 결과만 보고 받으라는 추 장관의 수사권 지휘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 “추 장관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총장이 임명권을 갖는 특임검사 대신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특별수사본부 성격의 독립수사본부를 꾸리자고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독립수사본부 구성’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윤 총장이 9일 오전 10시까지 추 장관의 지시 내용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 장관이 감찰 등 추가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 “尹 ‘독립수사본부’ 건의...秋 즉각 거부”에서 “추 장관은 수사지휘를 김 고검장에게 맡기는 방안이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도록 하라’는 자신의 지시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는 “尹총장 절충안 거부한 秋법무… 이제 文대통령이 나서야” 사설에서 “추 장관은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시킨 대로 하라’는 오만 아닌가”라고 추 장관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추 장관의 막무가내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한 ‘찍어내기’를 막지 않으면 법치 파괴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 절충안 보도로 MBC에 대한 수사와 기존 수사팀 편파성 부각
조선일보는 역시 달랐다. 프레임 규정을 잊지 않고 절충안에 담긴 핵심 내용을 전달했다. 1면 “윤석열, 6일만에 절충안...추미애, 100분 만에 거부” 기사에서 이 사안을 최초 보도한 MBC에 대한 수사를 거론하며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편파 수사’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윤 총장이 이번 사건에서 지휘권을 놓고 기존 수사팀도 계속 수사를 하게 하는 대신, ‘편파 수사’ 비판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아닌 검사가 지휘하는 확대된 수사본부를 만들어 채널A와 MBC 양쪽을 모두 수사하게 하겠다는 절충안을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 장관의 절충안 거부를 두고는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사건 처리를 일임하라고 한 것”이라며 “사실상 윤 총장에게 ‘절대 복종’을 요구한 셈”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0면 “秋, 법무부·대검 합의안 뒤집어...대검 간부들 ‘사기꾼이냐’” 기사에선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날 윤 총장이 건의한 절충안은 법무부와 대검 고위 간부들의 협의를 거쳐 나온 합의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먼저 대검에 이날 윤 총장의 절충안을 언론에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제안을 공개 거부하자 대검 간부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한 대검 관계자 말을 빌려 “법무부 검찰국장이 언론에 오픈해 달라고 해서 (절충안을) 공개했다. 당연히 장관과 얘기가 된 걸로 알았다”며 “그런데 그걸 스스로 뒤집었다. 사기꾼들이다. 사기꾼”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검 관계자 말을 빌려 “모 고검장과 절충안을 만든 조남관 검찰국장이 ‘추 장관 면 세워주자. 총장이 건의하는 식으로 발표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뒤통수를 때렸다”고도 전했다.
한겨레, 단호하게 윤석열 절충안 문제점 지적 “수사 차질 초래”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추미애 ‘장관 지시 불이행’...윤석열 건의 즉각 거부”에서 “윤 총장의 ‘수사지휘 배제’ 부분은 윤 총장뿐만 아니라 이성윤 지검장도 함께 배제하는 방식을 건의한 것”이라며 “이성윤 지검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불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대검의 시각이 투영된 건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3면 “윤석열 수사팀 변형 꾀해...추미애, 곧바로 재지휘 나설 듯” 기사에서 “추 장관이 지휘권 발동 때부터 줄곧 강조했던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독립적 수사’에 변형을 가한 것이어서 법무부는 재지휘 등 즉각적인 시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법무부 관계자 말을 빌려 “기존 수사팀을 수사본부에 포함한다고는 하지만 수사팀에 다른 사람을 집어넣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수사팀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대신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지휘부로 배치하고 또 다른 간부 검사가 다수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 방향을 충분히 틀어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총장의 ‘수사본부’ 건의, 떳떳하지 않다” 사설에서도 “윤 총장이 건의한 방안은 수사지휘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모양을 띠면서도 ‘기존 수사팀의 독립적 수사 보장’이라는 핵심을 피해 가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수사팀이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했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처는 수사에 차질만 초래할 뿐”이라며 “결국 이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과 수사팀을 흔들려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갈 데까지 가자는 추미애-윤석열 대립, 파국은 피해야” 사설에서 “검찰 안팎에서 김 고검장을 투입하겠다는 윤 총장의 건의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배제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걸 보면 추 장관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파국은 불가피하게 됐다”며 “이를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윤 총장의 무리한 측근 감싸기가 발단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장관의 수사지휘를 온전히 수용하는 게 정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