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청원 10만 동의 차별금지법 반대 어떻게 봐야 하나
국회 국민 청원에 올라온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에 관한 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21대 국회의 첫 ‘국민동의청원’이 됐다. 이에 해당 청원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법사위 및 11개 관련 상임위에 회부됐다.
국회는 지난 8일 지난달 24일에 올라온 ‘차별금지법 반대’ 청원이 7일 밤 10시경 1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인종 등 신체조건과 혼인 여부, 종교·사상 등 정치적 의견은 물론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예방하는 취지에서 입법 추진하는 법안이다.
청원자는 “동성애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조장하려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며 청원 취지를 밝혔다. 이어 작성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하여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며,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도덕을 파괴할 뿐 아니라 헌법을 위반하여 신앙과 양심,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행한다면, 다음 세대에 바른 가치관과 윤리관을 물려줄 수 없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건강한 미래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정의당 의원 6명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10명이 추진하는 차별금지법 입법에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계의 반발로 해석된다.
국민 청원 10만을 돌파하고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항의전화가 빗발치는 현상에 대해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과연 그렇게 전화를 하는 것도 국민여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진짜 여론인지 통찰이 필요하다”며 “국민 다수가 반대하니 발의를 못하는 건 부적절하다. 찬성하냐, 반대하냐는 식의 드라이한 설문조사에서도 찬성이 많은데 항의전화가 많다고 그게 국민 여론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법안이라는 등 법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법안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데 정부가 그런 역할을 잘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당론을 결정해서 법안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대의 근거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반대 근거를 보면 차별금지법을 오해하고 가짜뉴스에 기반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데 그런 의견이 청원에 올라오고 전화온다고 해서 여론으로 인식하고 존중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교수는 “동성애가 조장됐나. 경험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차별이 철폐되면 소수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늘어난 게 아니라 기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던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살게 된 거라 ‘조장했다’고 볼 수 없다”며 “차별받지 말라는 거지, 동성애를 조장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반대논리를 전하는 언론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예전부터 추진한 법안인데 계속 이런(차별금지법 반대) 얘기를 반복하는 언론도 문제”라며 “설령 반대하는 사람이 다수라 할지라도 그렇게 보도해선 안 된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보편 인권을 얘기하는 법률은 국가가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 전반에 대해 홍 교수는 “특정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언론에서 잘 보도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짜뉴스가 많아졌는데 팩트체크를 제대로 하면서 좋은 여론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법 관련) 오해가 풀렸다고 해서 차별금지법이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게 왜 진짜 필요한지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국회 국민 청원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 청원이 올라왔다. 9일 현재 약 1만2100명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