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반성이 정의라던 문대통령, 백선엽 국립묘지행에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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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반성이 정의라던 문대통령, 백선엽 국립묘지행에 침묵

만주국군의 장교로 항일세력을 탄압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된 백선엽 전 장군이 별세했다. 국가보훈처는 본인과 유족의 신청을 받아들여 그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립군을 토벌하던 ‘간도특설대’에 2년간 복무한 백선엽을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친일은 반성하고 독립운동은 예우하는 것이 정의라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보훈처와 국방부에 입장을 들으라며 별도의 입장과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일정브리핑에서 ‘백 전 장군은 국권강탈 침략국의 장교이자 독립군 항일세력 토벌 이력이 확인돼 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사람인데 국립묘지에 안장하는게 타당하냐’, ‘백선엽 전 장군의 국립 묘지 안장이 정의이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질문과 관련해 국방부, 보훈처가 국민에게 드릴 말씀 드린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가 추가해서 말씀 드릴 것은 없다”고 답을 피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지난 12일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 명의의 조화가 박원순 시장, 백선엽 대장에 발송돼 논란이 있는 것 같다는 질의에 “일단 논란이 있는지, 글쎄요”라며 “일단은 대통령이 조화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차원에서 다른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른 기자가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과 관련해서 논란이 분명히 있다’고 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조화는 이미 전달이 됐고, 그 행위 말고 청와대가 다른 입장을 밝힐 것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날 오후 16시경 노영민 비서실장, 서훈 안보실장, 김유근 안보실 1차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의 故 백선엽 장군 빈소 조문을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립서울현충원이 만장이어서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대전현충원으로 안장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1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백선엽 전 장군의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며 국방부 입장을 묻는 하수영 뉴스핌 기자의 질의에 “국립서울현충원이 만장된 상황으로 안다”며 “이에 따라 보훈처 등 관계기관이 유가족과의 협의를 통해서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반대 목소리에 입장이 어떠냐는 재차 질의에 문 부대변인은 “이거 외에 추가로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 7월1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서 장병이 조화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1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서 장병이 조화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히려 ‘육군협회하고 향군, 대수장 그리고 성우회 측 일부도 ‘서울현충원으로 모셔야 된다’는 의견에 어떤 입장이냐는 TV조선 차정승 기자의 질의에도 문 부대변인은 “보훈처가 이 유가족과의 협의를 통해서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안장한 것으로 안다”며 추가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보훈처는 현행법상 친일파라는 이유로 국립묘지에 안장해서는 안된다는 근거가 없다며 법이 개정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유족과 본인이 신청해 보훈처에서 결정해 신청한 국립묘지(대전)로 가는 것”이라며 “관련법상에 안장을 못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안장할 수 없는 대상자는 ‘금고 이상 형이 있는자’와 ‘불명예 제대한 자’ 등이다. 그는 “독립유공자 서훈할 때와 다르다”며 “법개정이 되면 그이후에 (친일인사 안장 불가 여부에 대해) 판단 또는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행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립묘지에 묻힐 자격이 있는 사람은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사자(義死者)’, ‘의상자인데 사망한 사람’ △‘교도소 등 교정업무’, ‘인명 구조 진화, 구난, 방역 직무’, ‘대통령 등 경호업무’, ‘국가안전보장 직무’, ‘폭발업무 직접 수행 직무’를 본 사람 △훈장을 받은 사람이거나, 훈장받을 활동과 업적을 낸 사람, 국가나 사회에 현저히 공헌한 사람 △순직공무원 또는 공상공무원으로서 사망한 사람 등이다.

대상을 보면 범위가 상당히 넓은 반면, 친일 등 반민족 행위를 한 자의 배제 규정은 없다.

이런 현실적 문제로 광복회(회장 김원웅)는 지난달 1일 제21대 국회 개원 첫날을 맞아 ‘(가칭)친일찬양금지법’ 제정과 현충원 내 친일인사 묘지정리 관련, ‘국립묘지법, 상훈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광복회는 총선 당시 조사에서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인사 묘지 정리를 위한 ‘국립묘지법 및 상훈법’ 개정에 찬성한 국회의원이 144명이라고 밝혔다.

현행법률상 친일인사의 국립묘지 배제 규정이 없다고 해도 ‘친일을 반성하고 독립운동가를 예우하자’는 정의를 바로세우겠다는 대통령과 정부가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토벌하며 침략국 장교로 협력한 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한다는 것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이 13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이 13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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