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일하다 하루 아침에 천안으로 출근?
SK브로드밴드의 케이블 설치·수리를 맡는 하청업체가 전북 전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120km 떨어진 지역에 발령해 부당전보 진정이 제기된 가운데, 노동자들이 원청 SK브로드밴드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하청업체와 노동자 사이 인사 문제”라는 입장이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SK브로드밴드 본사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가 노동자를 탄압하는 중부케이블의 만행을 저지하고 노동자들이 업무에 매진하도록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SK브로드밴드는 전국 4곳의 하청업체(고객센터)와 계약을 맺고 케이블 설치·수리를 맡기고 있다. 원청이 하청업체를 2~3년마다 교체하면 노동자 950여명은 소속을 달리하며 SK브로드밴드 케이블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30일 IPTV사업자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SO사업자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기 전엔 티브로드(현 SK브로드밴드) 케이블 업무를 했다.
이번 논란은 한 하청업체가 노동자 8명을 100~120km 거리로 전례없이 강제전보하며 벌어졌다. ‘중부케이블’은 전북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하는 50여명 노동자 가운데 8명을 지난 1일자로 충남 천안과 아산, 세종에 발령했다. 케비티지부에 따르면 이들은 전주에서 최대 십수년 업체만 달리하며 케이블 설치와 수리를 해왔기에, 이와 같은 인사이동은 전무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개별면담과 사장면접, 노사협의회 등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회사는 인사이동을 강행했다.
케비티지부는 이 조치가 부당전보이자 사실상 권고사직이라고 보고 있다. 중부케이블 측이 연말 SK브로드밴드와 원하청 계약만료를 앞두고 갱신을 위해 구조조정을 꾀한다는 것이다. 희망연대노조는 “차로 하루 4시간, 대중교통으로 6시간 거리는 출퇴근이 불가능할 뿐더러 생활권과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며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한 부당전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일 전북지노위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제기한 뒤 결과를 기다리며 매일 새벽 5~6시집을 나서 장거리 출퇴근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원청인 SK브로드밴드가 하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하면서 지난해 주어진 합병승인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21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하며 ‘고용유지와 복지향상’ 조건을 달았다. 권석천 케비티지부 지부장은 “지금 SK원청은 하청업체 일이니 관여할 수 없다며 무책임하기 일관하고 있다”며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일터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열심히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데, SK는 악덕업체를 방관하면서 합병승인조건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미디어오늘에 “협력업체와 근로자 사이 인사문제는 경영권 관련 부분이라 개입할 수 없다”며 “고객 서비스에 차질 없이 원만히 해결되도록 합법적인 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