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과 백선엽 추모에 엇갈린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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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백선엽 추모에 엇갈린 언론보도

‘공’ 그리고 ‘과’. 양면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현실에 적용하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과가 분명한데 공을 언급하는 게 맞는지, 공이 과를 덮을 수 있는지, 공과 과를 어느 비중으로 살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아침신문은 고인이 된 박원순과 백선엽 두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이날 신문들은 박원순 전 시장과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둘러싼 대립과 논쟁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의 ‘이념적 분열’을 언급했는데, 정작 이 ‘분열’은 매체마다 상반된 프레임을 통해서도 극명히 드러나기도 했다.

한겨레 경향 추모 전하면서도 “피해 호소 직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공’만 부각한 언론은 없었다. 진보언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박원순 시장의 ‘공’을 언급하면서도 피해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1면에 “피해자 호소 직시가 ‘박원순 추모의 길’” 기사를 냈다. 박 시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인권변호사이자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박원순을 제대로 추모하기 위해서는 고소인의 성추행 피해 호소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박 시장의 ‘공’을 언급하면서도 “추모가 성추행 피해 호소인을 위축시키는 2차 가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겨레는 “미투 이후에도...젠더 문제는 진보진영 주변부였다” 기사를 통해 진보진영 내의 젠더 이슈에 주목하지 않는 경향이 갈라진 시민사회의 모습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런가 하면 분향소에 들른 시민들을 만나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장애인 관련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시민들 사이 추모 배신감 교차” 기사를 통해 엇갈린 평가를 전했다.

▲ 13일 한겨레 기사.▲ 13일 한겨레 기사.

 

조선일보 박원순 논란 ‘여권’ 비판으로

보수신문에서는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졌다. 특히 조선일보는 박원순 시장 장례 과정에서 나타난 논란을 정부여당, 여권을 향한 비판으로 옮겨 붙이는 모양새다. 피해자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도 무게는 ‘정부여당 비판’에 쏠려 있다. “성인지 감수성 피해자 중심은 어디갔나...진보 여권의 두 얼굴” “피해자 2차 가해와 조롱 최소한의 품격도 무너진 사회” 기사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이들 기사를 통해 여성계 출신 의원들이 박원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야권 인사 성폭력 의혹엔 목소리 높이던 여권 인사가 지금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고인의 긍정적인 면만 포장하는 행태를 조명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피해자를 ‘꽃뱀’이라 주장하는 일부 여권 지지자들의 몰지각한 행태를 부각하기도 했다.

▲ 13일 조선일보 기사.▲ 13일 조선일보 기사.

 

조중동이 비춘 백선엽의 삶, ‘친일’은 없었다

보수신문은 고인이 된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의 전쟁영웅으로서 삶을 적극 부각했다. “‘내가 물러서면 날 쏴라’ 낙동강 전선 방어...미국서도 ‘전설’로 추앙”(동아일보) “한국군 발전의 증인이자 한미동맹 상징”(동아일보) “‘한미 안보동맹 상징이 사라졌다’ 미군도 애도 행렬”(조선일보) “무명용사 늘 챙긴 호국 상징 백장군 이젠 부하들 곁으로”(중앙일보) 등이다. 이들 기사를 통해 그의 6·25 전쟁 당시 활약과 이후 한국군 발전에 기여한 측면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 신문은 백선엽 대장이 홀대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는 백선엽 대장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하지 않은 데 대해 “백선엽 장군 빈소 조문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의무다” 제하의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는 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 안장을 결정한 점을 지적하며 “백 장군은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 서울현충원에 모셔야 한다”며 “그것이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자유를 지켜준 전쟁 영웅에 합당한 예우”라고 했다. 

▲ 13일 동아일보 기사.▲ 13일 동아일보 기사.

 

이들 신문만 보면 백선엽 장군의 친일 이력은 찾기 힘들다. 그를 친일파로서 비판한 대목은 없고 오히려 “당시 간도특설대가 상대한 것은 주로 중국공산당 팔로군”(동아일보)이라며 독립군 토벌을 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백 장군은 일제 치하에서 태어났다. 그 세대 사람들에겐 대한민국이란 나라 자체를 상상할 수도 없었다. 지금의 시각으로 그 시절을 재단하며 백 장군을 독립군 토벌 친일파라고 한다”며 친일 이력을 옹호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그의 공을 일부 언급하면서도 친일파로서 문제를 지적했다. “간도특설대 복무, 일제 침략전쟁 협력... 끝내 사과 안해”(경향신문) “통합당, 독립군 토벌한 백선엽 비호 즉각 멈추라”(한겨레) 기사가 대표적이다. 경향신문은 “지청천 장군처럼 일본 육사를 졸업한 뒤 독립운동에 투신한 분과 달리 독립운동가를 찾아내는 작업을 했다”며 “더구나 그는 이에 대해 민족 앞에 분명히 사과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 13일 경향신문 기사.▲ 13일 경향신문 기사.

 

후지주택 교육 문서 통해 ‘혐한’ 표현 쏟아내

일본 부동산회사 후지주택이 회장 명의의 사내교육용 문서를 통해 한국인을 비하한 사실이 관련 재판 결과 드러났다. 창업주인 이마이 미쓰오 회장은 극우성향 인물로 알려졌다.

한겨레와 동아일보에 따르면 후지주택측은 한국인을 ‘야생동물’에 비유하고 ‘역사를 날조하면서까지 상대가 사죄하게 한다’며 민족성을 폄훼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들의 모습은 사치스럽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왜곡했다.

한국인 3세 직원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후지주택이 이 직원에게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지만 후지주택측은 항소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내고 “민간기업에서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벌어진 일이지만 임직원에 대한 강요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본내 극우세력의 역사왜곡 및 혐한 행위가 얼마나 집요하게 이뤄졌는지 짐작하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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