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사망 직후 종편의 엉망진창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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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사망 직후 종편의 엉망진창 대담

7월9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10일 자정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에서 박 시장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실종 당일 일부 언론을 통해 서울시 공무원이 8일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현직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사망과 함께 성추행 고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관심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박 시장의 사망 직후부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자살보도, 2차 가해성 보도가 대거 등장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7월10일 TV조선, 채널A, MBN 종편 3사의 8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세 가지 문제점을 정리했습니다.

1. ‘시신이동’ 그대로 보여준 영상

가장 눈에 띄는 선정적 보도는 박원순 시장의 시신이동 장면이 담긴 화면이었습니다. 일부 프로그램은 10일 자정 박 시장의 시신이 북악산 성곽길에서 이동하는 장면과 서울대 병원에 도착하는 장면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시신이동 장면 어김없이 등장

종편 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대부분이 시신이동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했습니다. 8개 프로그램 중 시신이동 장면을 보여주지 않은 프로그램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이것이 정치다>뿐이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는 시신이 담긴 장면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이동 과정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은 현장이동 장면에서는 시신이 담긴 영상을 사용했고, 병원 도착 장면에서는 시신이 담긴 장면 대신 이동 과정만 보여줬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뉴스A 라이브>, MBN <아침&매일경제>는 발견 장소에서 구급차로 이동하는 장면,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모두 시신이 등장하는 영상을 사용했습니다.

▲ 7월10일 박원순 시장 시신이동 영상 사용 여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7월10일 박원순 시장 시신이동 영상 사용 여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솜방망이’ 심의, 시신이동 장면 방송 반복

시신운구 영상은 ‘시신이 발견됐다’는 것 외에는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시청자에게는 충격을 주고, 유가족에게는 상처를 남길 우려가 큽니다. 자살보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언론이라면 시신운구 영상은 보여주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에서는 시신이동 장면을 그대로 방송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2018년 고 노회찬 의원의 사망이 알려지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당일 방송에서 노 의원 시신이 실린 구급차의 이동장면을 생중계했습니다. 이후 TV조선, 연합뉴스TV 등 구급차의 이동장면을 방영한 언론사에 시민들의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결국 시신이동 장면을 생중계하며 구급차를 확대해서 보여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받았습니다.

이런 문제는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사망 관련 보도에서 반복됐습니다. 당시 KBS, MBC, SBS, YTN이 저녁종합뉴스에서 문 대통령 모친의 시신이 등장하는 영상을 보도에 사용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시신운구 장면을 저녁종합뉴스에서 방송한 KBS, MBC, SBS, YTN과 아침뉴스에서 방송한 MBN에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습니다.

앞서 큰 논란이 빚어졌음에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은 박원순 시장의 시신운구 영상을 거리낌 없이 사용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이례적 상황이었다’ 등의 논리로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이 있습니다.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지도로 일관한 결과 2020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다시 시신이동 장면이 등장한 것입니다. 되풀이되는 시신이동 영상에서 보듯 방송사 스스로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있으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기준에 따라 시신이동 영상 사용에 대한 엄정한 제재를 해야 할 것입니다.

2. 2차 가해성 발언 남발

서울시 공무원이 박원순 시장 사망 하루 전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피해자 신상 추적 등 2차 가해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은 이런 2차 가해를 비판하고, 보도에서 2차 가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2차 가해 내용을 직접 전달하는 모습을 그대로 방송하며 오히려 2차 가해를 확산하는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채널A, 2차 가해 게시글 그대로 전달

채널A <뉴스TOP10>(7월10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2차 가해성 게시글을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특히 출연자 최단비 변호사는 게시글을 비판하면서도 2차 가해성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최단비 씨는 “일부 지지자들이 지금 이제 ‘고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 그 **를 찾아내자’라고 신상털기를 한다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피해자 직무를 언급했습니다. 이어 온라인 게시글에 올라온 피해자 색출방법을 그대로 소개했습니다. 채널A는 피해자 색출방법이 담긴 온라인 게시글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다른 출연자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2차 가해성 발언을 했습니다. 오윤성 씨는 박 시장 지지자들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면서 “듣기로는 그 사람 얼굴을, 사진이 그 사람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돌고 있다고 해요”라며 불필요한 정보를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두 사람이 이날 방송에서 2차 가해를 비판했다는 점입니다. 최 씨는 2차 가해를 유발하는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 뒤 “피해자들에 대해서 신상을 노출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2차 가해를 떠나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2차 가해를 비판했습니다. 오 씨도 “이런 것이 아주 전형적으로 ‘피해자학’에서 이야기하는 2차, 3차 특히 여성들의 성범죄 피해와 관련된 2차, 3차 피해”라고 비판했습니다. 두 사람이 진심으로 2차 가해를 비판하고자 했다면 2차 가해를 유발하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자신들의 발언부터 돌아봐야 했습니다.

▲ 7월10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2차 가해 비판하며 2차 가해성 내용 그대로 전달한 최단비 씨.▲ 7월10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2차 가해 비판하며 2차 가해성 내용 그대로 전달한 최단비 씨.

TV조선, 피해자 직무 공개하며 허위사실도 언급

더 노골적인 2차 가해성 대담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7월10일)에서 나왔습니다. 출연자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서울시의 성추행 사건 인지 시점 발표를 의심하며 피해자 직무와 소속을 반복해서 전달했습니다. 최병묵 씨는 “피해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하는데 피해자는 가장 최근까지 ** ***에 근무했던 공무원”, “공무원 중에 여성이고 누구 그러면 사실은 자기네들끼리는 다 알 것”이라며 피해자와 관련된 정보를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심지어 진행자 윤정호 씨가 “고소했던 분은 최근에는 ***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발언을 바로잡자 최 씨는 “최근에 그만둔 것으로”라며 허위사실을 언급했습니다. 결국 윤정호 씨는 “그것도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고요”라며 최 씨 발언을 한번 더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같은 날 방송에서 2차 가해를 비판하는 대담을 9분간 진행했습니다. 앞서 출연자가 2차 가해성 발언을 일삼은 뒤 2차 가해를 비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TV조선에서도 벌어진 것입니다.

▲ 7월10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피해자 직무 공개하고, 허위사실까지 전달한 최병묵 씨.▲ 7월10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피해자 직무 공개하고, 허위사실까지 전달한 최병묵 씨.

2차 가해 문제, 입으로 떠들지만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TV조선, 채널A 출연자들이 언급한 것과 같이 피해자 신상을 추적하는 등 2차 가해는 벌어져서는 안됩니다. 마찬가지로 언론도 2차 가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그 보도내용이 2차 가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경우 2차 가해에 대한 비판은 충실히 했을지언정 출연자들의 2차 가해성 발언은 막지 못했습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2차 가해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2차 가해성 발언을 일삼는 출연자 섭외부터 중단해야 합니다.

3. 보궐선거, 대선 들먹이는 ‘정치공학적’ 계산

박원순 시장의 사망 사건을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는 대담도 등장했습니다. 일부 프로그램은  박 시장 사망이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고, 성추행 의혹이 소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와 보궐선거까지 언급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대권주자’ 집중

대표적으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월10일)은 진행자 엄성섭 씨가 대담 방향을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이끌었습니다. 엄성섭 씨는 “박원순 시장이 여권의 대선 잠룡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더니 “안희정 전 지사가 그랬죠. 이재명 지사가 지금 재판 중이죠. 김경수 지사, 지금 재판 중이죠. 박원순 시장이 또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죠”라며 여당 유력 정치인들의 논란을 연이어 설명했습니다.

출연자 김지아 기자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대권 구도에도 어느 정도 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대권주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지아 씨도 “노무현의 왼팔로 불렸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난 것뿐만 아니라 지금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김경수 경남지사도 지금 드루킹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진행자 엄 씨가 했던 내용을 반복했습니다.

진행자 엄 씨는 대담을 정리하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다시 언급하더니 “송철호 울산시장도 지금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으로 또 여기 또 연관되어 있어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은수미 성남시장도 다시 또 재판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으로서도 상당히 지금 굉장히 치명적인 상황”이라 강조했습니다. 결국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박원순 시장의 사망을 정치공학적 관점으로만 바라본 것입니다.

▲ 7월10일 박원순 시장 사망을 정치공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7월10일 박원순 시장 사망을 정치공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대선급 보궐선거’ 운운한 채널A

채널A <뉴스A 라이브>(7월10일)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출연자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민주당 내에서는 사실은 유력 대선후보의 1명이 사실은 사라진 것”이라며 “당내의 여권 대선 후보 주자 라인에서도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송찬욱 씨는 “정치권에서는 아무래도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 대해서 상당히 주목을 또 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며 대담을 보궐선거로 이끌었습니다.

이어진 대담에서는 TV조선과 마찬가지로 김경수, 이재명 지사의 재판이 언급됐고, 진행자 김민지 씨는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뭔가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게 준비해야 된다.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더라고요”라며 재보궐 선거에 열을 올렸습니다. 박 시장의 사망이 알려지자마자 ‘다음 서울시장은 어느 당에서 나올까’에 주목한 것입니다.

앞서 언급된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모든 사안을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는 종편의 고질병이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사망을 두고 언론이 가져야 할 여러 관점 중 정치공학적 시각에 집중한 결과, 보궐선거와 대권주자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입니다. 이런 식의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면서 진영논리를 끌어들여 불필요한 정치공방을 만들 뿐입니다.

 

※ 민언련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7월 10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 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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