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 반격 한동훈 녹취록 공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검찰과 공모한 녹취록을 확인했다는 KBS 보도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며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자 KBS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며 사실상 기존 보도를 정정했다.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사이 공모 정황이 담긴 녹취록의 존재 여부는 검언유착 의혹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었는데 이 전 기자 측이 법정 공방 전 일부 내용을 공개하면서까지 강하게 반발하는 형국이다.
KBS는 18일 보도에서 “전 채널A 기자 이동재 씨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검사장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KBS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KBS는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는 것”이라며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 등을 녹취록 실재 대화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KBS 보도가 사실이라면 녹취록상 공모 정황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검언유착 의혹에 신빙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 발부에 정당성을 확보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이동재 전 기자 변호인 측은 19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오히려 이동재 기자의 유시민 관련 반복 질문에,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이 어디서 뭘 했는지 전혀 모른다. 관심없다, 다수의 서민을 상대로 한 금융범죄를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명인을 강연회에 동원하는 것은 전형적인 주가조작사범들의 서민 기망 수법’이라고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KBS 보도에 나온 ‘총선’, ‘야당’, ‘독려’ 같은 대화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오후 이동재 전 기자 측은 가지고 있던 녹취록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법무부도 그렇고 기자도 생각하는 게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 많은 기자들도 유시민 언제 저기 될까 그 생각 많이 하는 것 같아요”라고 하자 한동훈 검사장은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니. 그런 정치인이라든가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라고 말한다.
또한 이 전 기자가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쪽에서 유시민 이사장을 강연자로 섭외해 수천만원을 줬을 것이라며 “일단은 신라젠을 수사를 해도 서민 이런 거 위주로 가고 유명인은 나오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자 한동훈 검사장은 “관심없어. 그 사람(유시민 이사장)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 그 1년 전 이맘 때쯤과 지금의 유시민의 위상과 말의 무게를 비교해 봐”라고 말한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자 한동훈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한 대목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취재를 하겠다는 기자에게 추임새처럼 ‘잘해보라’는 덕담이지, 협박을 통해서라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제보를 강요하라고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 측이 불리하게 해석될 수도 있는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18일 KBS 보도 내용이 사실로 굳어질 경우 불리한 여론을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KBS는 19일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며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을 소개했다. 반론 형식을 담고 있지만 부정확한 보도 내용이 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KBS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좌우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과관계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취재진의 공통된 믿음”이라며 “취재 과정에서, 또 보도 내용 가운데, 불가피한 실수가 발견될 경우, 시청자 여러분께 가감없이 공개하고 양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와 KBS 사이 녹취록 공방은 장외 싸움에 해당하는데 향후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협박했다고 의심할 만한 자료’를 놓고도 검찰과 이 전 기자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