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심하게 CMS 개편했지만 삐걱 계속
한국일보가 최근 ‘디지털 퍼스트’ 조직개편과 맞물려 전면 도입한 CMS(콘텐츠관리시스템, 뉴스 작성‧데스킹‧출고가 이뤄지는 플랫폼)가 삐걱대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고 거액을 들여 개발했으나 설계‧기능상 민원이 끊이지 않아 사측이 이달 말 설명회를 열고 개선 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20일 자체 CMS인 ‘허브(HERB)’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일보는 이달부터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도구(CMS)를 모두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목표 아래, 영업적자를 감수하고 23억원을 투입해 외부 개발업체와 계약을 맺고 자체 개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허브 가동 이래 크고 작은 오류와 설계상 미비로 애를 먹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설계 당시 핵심 기능이었던 독자의 진입경로와 체류시간 등을 집계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뿐더러, 커서가 튀는 문제나 사진검색 오류, 기사작성이나 외부기사 열람 시 어려움 등 기본기능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 출고를 예약해놓은 단독 기사가 하루 앞서 출고돼 곤란을 겪었다.
한편 CMS와 함께 진행된 조직개편도 일부 소통 없이 번복돼 문제 제기가 나왔다. 사측이 개편 조직도상 뉴스룸에 배치하려던 디지털전략부를 사장 직속으로 바꾸면서도 구성원 의견 수렴이나 해명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의구심을 샀다.
내부에서 정식 문제제기와 해명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는 지난 1일 내부 입장문을 통해 ‘허브사태’가 “제조업 공장에서 장비를 잘못 도입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나 다름 없는 중대 사태”라며 당사자인 현장 기자와 웹사이트 운영팀에 대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지부는 사측에 오류 시정과 기능 개선 사항, 문제 발생 원인과 개발 진행 상황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개발‧디자인업체와 회사가 맺은 계약 관련 서류 일체를 밝히라고도 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 7일 답변 입장문을 통해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설명하는 과정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직개편 번복에 대해서는 “(당초 구상은) 허브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현된다는 전제 하에 디지털 전략과 운영 기능을 통합해 효율성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허브시스템이 100% 정상가동되지 않으면서 뉴스룸국 배치를 안정화 이후로 미루는 게 낫다고 경영진 논의로 결정했다”고 했다. 사측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문제를 수습하고 조기에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사측은 오는 27일 한국일보 구성원 대상 설명회를 열고 허브시스템 개선 계획과 일정을 공유하고 질의 응답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