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소득층 과세 신설에 고작 0.05% vsG7서 세율 최고
정부가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취지의 골자는 초고소득층에 과세를 강화하고 영세자영자와 기업에는 세금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23일 아침신문 1면은 ‘핀셋 과세’와 주식 양도소득세·면세자 축소 미진 등으로 재정 확충에 역부족이라는 비판과 ‘부자증세 서민감세’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갈렸다.
다음은 23일자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슈퍼부자’ 더 내고 ‘동학개미’ 덜 내고”
국민일보 “10억 연봉자 소득세 45%…‘한국판 부유세’ 시동”
동아일보 “소득세 최고세율 45%…‘부자증세’”
서울신문 “부자증세…고소득‧대기업에 1.8조 더 걷는다”
세계일보 “‘부자증세’…소득세 최고세율 45%로 올린다”
조선일보 “소득세 최고세율 45%로…G7서도 가장 높다”
중앙일보 “미국,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전격폐쇄”
한겨레 “미 ‘휴스턴 중 총영사관 폐쇄하라’ 중 ‘단호히 대응할 것’ 보복 예고”
한국일보 “미‧중 ‘영사관 폐쇄’ 맞불… 극한 외교 충돌”
기획재정부의 22일 세법개정안 발표에 따르면 내년부터 연소득 10억원 초과 구간 소득세 최고세율이 42%에서 45%로 3%포인트 올라간다. 대상은 연소득이 10억원(과세표준 기준)을 넘어가는 상위 0.05% 초고소득자 1만 6000명이다. 한편 주식 양도소득세는 연간 5000만원 이하 수익까지는 비과세한다. 영세자영업자들의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은 현행 연매출 4800만원에서 8000만원 미만으로 대폭 완화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0일 “사회적 연대와 소득재분대 기능 강화”란 개정안 취지를 밝혔다.
신문들의 해석은 갈렸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기업‧서민 감세, 부자증세’ 전략을 썼지만 “증세의 그물이 소득,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과 펀드, 암호화폐, 전자담배 등 전방위에 퍼져 있어 사실상 보편적 증세로 받아들이는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가상화폐 거래를 통한 연간 250만원 이익에 20%의 소득세를 물리고, 액상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율을 2배가량 올린 것 등을 예로 들었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중장기 목표 없이 단기 사안에만 집중했다고 평했다. 분석기사 “중장기 세입 로드맵 없이 초고소득층 ‘핀셋증세’”에서 정부 발표안에 “증세와 감세 기조가 혼재돼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국면에 증세는 없을 것이라 밝혀왔다. 이 때문에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이례적 조치”라며 “근로‧종합소득 기준 상위 0.05%에게만 더 걷는 것은 (정부가 밝힌) 사회적 연대 원리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8000만원으로 상향한 데에는 “과세기반을 무너뜨린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일시적 부가세 감면으로 지원할 수도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도 간이과세 범위가 확대되도록 개편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일각에선 ‘부자증세’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늘어나는 세수는 5년간 총 676억원에 그쳐 실제 증세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코로나19 위기 극복, 한국판 뉴딜 등 재정지출 수요를 고려하면 정부의 세수 확보 의지가 미흡하다는 평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소득세 최고세율 45%로… G7서도 가장 높다”로 머리기사 제목을 뽑았다. 조선일보는 “대상은 1만 6000명이고, 추가부담 세금은 9000억원이라고 정부는 밝혔다”고 밝히는 한편 “최고세율 45%는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북유럽 3국이나 주요 7국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 발표 당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상향된 소득세율은 OECD 가입국 가운데 7번째로, 한국보다 소득세율이 높은 국가는 △오스트리아 55% △네덜란드 51.8% △벨기에 50% △이스라엘·슬로베니아 50% △포르투갈 48% 등이다.
조선일보는 “최고세율과 최저세율 간 격차가 3배가량인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7.5배까지 벌어져 세 부담이 소수에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며 “지금도 한국은 세금 한 푼도 안 내는 면세자가 거의 40%에 이르고,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높은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고 했다.
박원순 ‘위력 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 5개 신문 사설로 규명 촉구
고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측이 22일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을 내부 직원들에게 호소했지만 서울시청 직원들이 이를 외면하고 방조한 내용을 자세히 밝혔다. 박 시장을 넘어 서울시청 직원들의 광범위한 2차 가해가 이번 사건의 양대 초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시청 직원들이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4년이 넘는 동안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들에게 호소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했다.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문자메시지나 사진을 보여주며 피해 사실을 호소했지만 서울시 직원들은 회유에 가까운 태도로 응답했다. 직원들은 “몰라서 그래” “예뻐서 그랬겠지” “남은 30년 동안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하도록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등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 측은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하기 전날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측과 면담을 요청해 고소 내용과 피고소인의 신원을 알려줬다는 사실도 밝혔다. 가해자가 박 시장임을 밝히고 면담 일정을 잡았지만 이내 취소됐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시방경찰청은 앞서 21일 서울시 공무원들의 방임‧묵인 의혹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시장 집무실과 비서실, 박 전 시장의 개인 휴대전화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신문들은 고 박 시장이 스스로 숨져 성추행 고소 내용을 수사할 수 없는 탓에 ‘방조 혐의’를 수사할 수 있느냐를 두고 법적 판단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회유 등 2차 가해 정황이 뚜렷한 만큼 서울시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쪽은 다음주 중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가 서울시청 내 2차 가해 정황에 사설을 냈다.
세계일보는 “박 전 시장 주변 공무원들의 방조가 피해를 키웠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라며 “이러니 박 전 시장이 고소당하자 책임을 면하기 위해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은폐를 시도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을 두고도 “안타깝다”며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부실하게 신청한 건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을 통해 고소 사실이 임순영 젠더특보 등 서울시 관계자에게 유출됐는지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사건이 박 시장 개인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라는 거대 조직의 은폐‧비호 아래 벌어진 범죄라는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서울시 관계자들의 행태에 수사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서울시가 자체조사를 한다는 건 사실을 은폐한다는 쪽으로 흐를 것이란 우려가 나올 만하다”며 “단순히 행정착오를 바로잡는 수준이 아니라 수위에 따라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수사기관이 조기에 증거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을 비판하며 이유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