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에서 KBS로 옮겨붙은 검언유착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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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에서 KBS로 옮겨붙은 검언유착 프레임

삭제된 KBS 뉴스9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제3의 인물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KBS 사내에서 나온 후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며 해당 사건은 검·언유착이 아니고, 오히려 KBS가 오보를 냈고 그 취재원이 중앙지검 핵심 간부라면서 KBS 측이 검·언유착된 사례라고 주장했다. 채널A판 검·언유착 사건이 아니라 KBS판 검·언유착이라는 것. 

반면 한겨레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가 깜깜이라며 구체적 증거를 대지 못했고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설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기자의 취재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공정성이 논란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지만 칼럼면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음모론’이라는 칼럼을 배치했다. 

27일 조선일보는 1면에 “KBS의 ‘검언유착’ 오보 내용 ‘중앙지검 핵심 간부가 전달’”이라는 단독 기사를 배치했다.

▲27일 조선일보 1면.▲27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KBS가 지난 18일 ‘이동재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총선 관련 대화를 하면서 신라젠 의혹 제기를 공모했다’는 기사를 낸 것과 관련, 당시 KBS 기자에게 잘못된 수사 정보를 전달해 ‘왜곡 보도’를 유도한 인사가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로 지목되고 있다고 복수의 KBS·검찰 관계자들이 26일 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KBS 내부의 ‘취재 녹취록’을 입수했다며 “‘채널A 기자 사건’과 관련해 KBS 기자와 여러 번의 문답을 나눈 인물이 등장하는데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가 바로 그 인물”, “해당 인사는 이른바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의 ‘부산 녹취록’에 나오지도 않는 내용이 있는 것처럼 KBS 기자에게 얘기해 ‘청부 보도’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KBS 노동조합들이 취재 기자 등을 상대로 최종 확인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중앙지검에 권고하면서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의 ‘검·언 유착’ 의혹을 부정한 상황에서 오히려 ‘KBS판 검·언 유착’의 실체가 드러나는 셈”이라고 채널A 기자의 ‘검언 유착’은 부정하고 KBS판 ‘검·언 유착’ 프레임을 세웠다.

▲27일 조선일보 4면.▲27일 조선일보 4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외에도 4면을 해당 이슈로 채웠다. 4면 기사 “수사팀 다수가 채널A 기자 영장 반대… 이성윤이 밀어붙였다”에서 1면의 주장을 또다시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수사팀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다수였지만 이 지검장이 밀어붙였다는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며 “KBS의 ‘부산 녹취록 오보(誤報)’에 현직 검찰 간부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특임 검사를 도입해 권·언 유착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같은 면에 “심의위가 요청한 대검 의견서, 법무부·대검 간부·수사팀이 제출 막았다”는 기사를 배치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에 대해 지난 24일 열렸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대검 형사부의 무혐의 의견서도 제출해달라는 심의위원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이 이를 보고하지 않고 불가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27일 조선일보 사설.▲2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민주 국가’에서 ‘정권 비리 수사죄’에 걸린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검언유착 사건이 억지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수사심의위 결정으로 한 검사장과 채널 A 기자의 유착은 허구이고, 실상은 사기꾼과 어용 방송, 법무장관과 여권이 검찰총장을 흔들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의 진짜 혐의는 ‘정권 비리를 수사한 죄’”라면서 “그러니 대통령의 충견 검찰이 수사를 중단할 수 없는 것”이라고 썼다.

▲27일 한겨레 8면.▲27일 한겨레 8면.

반면 한겨레는 8면 기사 “‘검언 공모’ 입증 꼬였지만…중앙지검은 ‘한동훈 추가 수사’ 의지” 기사에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했지만 수사팀은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사설에서 한겨레는 “한동훈 검사장 수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라며 “한동훈 검사장 관련 수사는 대검과 수사팀 갈등으로 한동안 진척이 없다가 이제 막 시작됐는데 이를 중단하라고 한 것부터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썼다. 이어 “수사팀은 이 1차 조사마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며 “위원 구성과 논의 내용도 여전히 ‘깜깜이’”라고 수사심의위 판단이 구체적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7일 한겨레 사설.▲27일 한겨레 사설.

한국일보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피의자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검찰권 남용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한 검사장도 불기소 권고를 받자 수사심의위가 힘 있는 사람들이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으로만 규정한 수사심의위 대상 사건을 좀 더 세분화해 불필요한 사건을 걸러내야 한다”고 썼다.

또한 심의위원 구성 때 각 분야의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역시 한겨레 사설처럼 “이번 검·언 유착 사건의 경우 한 검사장 휴대폰 포렌식도 하기 전에 수사심의위가 열렸다는 수사팀 반발에 부닥친 상태”라고 전했다.

▲27일 한국일보 사설.▲27일 한국일보 사설.

경향신문도 8면에서 “무리한 수사일까, 과도한 제동일까…수사심의위 잇단 논란”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 검사장도 수사심의위 의결 내용을 근거로 조사나 포렌식 작업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검찰은 지난 21일 한 검사장을 처음으로 조사했지만 조사를 온전히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달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포렌식을 시작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수사의 위법성 문제도 불거졌다”며 “법원은 검찰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를 압수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썼다.

▲27일 경향신문 8면.▲27일 경향신문 8면.
▲27일 경향신문 25면.▲27일 경향신문 25면.

흥미로운 지점은 경향신문 기사에서 수사심의위의 공정성 논란을 다룬 것과 달리 경향신문에 실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칼럼은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 ‘음모론’이라고 쓴 것이다. 진 전 교수는 “검찰이 자신을 잡아넣으려 한다는 것은 스스로도 겁이 많다고 인정한 유시민 이사장의 근거 없는 두려움이 빚어낸 주관적 망상”이라며 “그 망상이 공영방송과 친여매체들을 통해 증폭되면서 현실로 둔갑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권력의 하명수사, 무리한 기소, 언론과의 유착. 검찰개혁을 해야 할 이유로 그들이 내세웠던 것들”이라며 “그런데 그 못된 짓을 자기들이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게 개혁인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우리가 고작 이런 꼴이나 보려고 촛불을 들었던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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