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소설가협회 성명 쓴 이사장 가만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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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소설가협회 성명 쓴 이사장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야당 국회의원 질의에 “소설 쓰시네”라고 말하자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추 장관 발언을 비판했다. 

김호운 소설가협회 이사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휘말리기 싫어서 그동안 참아왔는데 우리문학을 융성하는데 힘을 합쳐야 할 분이 소설을 폄훼해선 안 된다”라며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소설을 허접하다는 뜻으로 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김 이사장은 ‘이사장 외 회원 일동’ 명의로 추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소설가협회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는가”라며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이고 소설에서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추 장관 발언은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이 추 장관 아들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 관련 법무부차관에게 질의했다. 질의를 듣던 추 장관이 혼잣말로 “소설을 쓰시네”라고 발언했고 윤 의원은 “국회의원이 물어보는데 장관이 그 자리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소설가냐”고 항의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노컷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노컷뉴스

 

김 이사장은 미디어오늘에 “추 장관은 가짜이고 허접하다는 뜻에서 소설을 쓴다고 표현했다”며 “학교에서도 인문학적으로 소설이 허구라는 것을 가르치는데 장관이 장난하는 말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소설가협회가 성명을 내자 누리꾼 사이에선 정치적인 공세로 해석하거나 과한 대응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저도 정치성향은 다르지만 우리 문학이 바로 서려면 진보와 보수를 갈라선 안 된다”며 “이럴 때 언론이 바로 서서 보도해달라”고 했다. 이어 “야당 국회의원이 발언한다 해도 이렇게 대응하겠다”며 “정치적인 이슈라서 성명이 호도돼선 안 된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이용될 거란 걸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고심을 했다”며 “그렇지만 문학이 정치논리에 겁을 내서 할말을 안 하고 있으면 정치의 시녀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소설가들도 이런 발언이 있을 때마다 (협회에) 불만을 털어놓거나 항의해왔다”고 했다. 

‘소설가협회로 항의가 오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많지는 않지만 항의가 온다”며 “정치적으로 야당 편드냐고 항의하는 분들, 추 장관을 옹호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1974년 3월 발족한 소설가협회는 올해 1월 처음으로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했다. 이전에는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이었다. 회원들의 투표로 당선된 김 이사장은 선거에 나올 때 ‘소설이 존중받고 소설가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이사장은 “이는 소설가협회 단독으로 할 수 없다”며 “언론이나 정부, 문화정책 등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소설쓰는 사람들이 자긍심으로 글을 쓰고 독자를 배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사진=김호운 이사장 페이스북▲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사진=김호운 이사장 페이스북

 

김 이사장은 지난해 상임이사로 있었다. 그때부터 진행해 중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독후감 대회를 올해 2회째 진행한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할 일인데 민간단체에서 이런 일을 전국행사로 한다”며 “문학인을 직접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소설가협회는 ‘신예작가포럼’이라고 등단한지 5년 이내 작가 16명을 뽑아 책을 내고 평론가들을 불러 포럼을 연말에 개최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대중이 없고 사회역할이 없는 문학은 의미가 없다. 문학이 사회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협회가 소설가 권익을 옹호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장관이 그런 발언을 한 것에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설가협회는 성명에서 “정치 입장을 떠나서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이 땅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국소설가협회 성명서 전문이다.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해명 요청 성명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말한 “소설 쓰시네.”에 대하여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소설 쓰시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윤한홍 국회의원이 “…소설가가 아닙니다.”라고 응수했다.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소설가들은 놀라움을 넘어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

정치 입장을 떠나서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이 땅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번 기회에 걸핏하면 ‘소설 쓰는’ 것을 거짓말 하는 행위로 빗대어 발언해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정치인들에게도 엄중한 각성을 촉구한다.

법무부 장관이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 우선 간략하게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거짓말’과 ‘허구(虛構)’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여 이를 정리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다.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다.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소설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더 나쁘고, 모르고 했다면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하는 말을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소설 문학을 발전 융성시키는 데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는가.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는 인터넷에서까지 난무하고 있는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무부 장관의 해명과 함께, “소설 쓰시네”라고 한 것에 대해 소설가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를 요청한다.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김호운 외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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