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오보를 잡으면 뭐하나
한국경제는 지난 5월11일 “[단독] 하룻밤 3300만원 사용, 정의연의 수상한 술값”이라는 제목으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한 결산서류 공시를 보면 이 단체는 2018년 디오브루잉주식회사에 기부금 3339만8305원을 지출했다”며 “디오브루잉은 서울 청천동과 자양동 두 곳에서 ‘옥토버훼스트’라는 맥줏집을 운영하는 회사”라고 보도했다. 한경 보도는 정의연이 2018년 국내 지출 기부금(전체 3억1000만원) 중 10% 해당하는 돈을 맥줏집에 쓸 정도로 부도덕한 단체라는 뉘앙스를 준다. 하지만 관련 보도는 사실관계가 틀렸다. 정의연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해 “3300만원은 2018년 정의연 모금사업비 지급처 140여 곳에 대한 지출 총액”이라고 바로잡았다. 황당한 것은 한경이 지난달 31일 정정·반론보도문을 실어놓고 전날 관련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한경 측은 시민단체 회계시스템의 부실 문제를 제기한 ‘사실’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뉴스1이 지난 6월23일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들의 단체 대화방 내용이라며 ‘알바로 들어와서 190만원 벌다가 정규직 돼서 연봉 5000만원 받는다’고 보도한 기사에 최우수상을 수여한 소식도 전해졌다. 뉴스1 측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젊은 청년층 시선을 포착한 기사”라고 치켜세웠지만 이 역시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반박이 거셌다. 인천공항 보안검색노조는 보안검색 업무가 기관의 인증평가를 통과해야만 할 수 있는 업무이며 공사 일반직으로 전환되는 것도 아니고, 정규직 전환 시 연봉액도 500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단체방 게시글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언론이 의도와 별개로 ‘오보’를 내는 것은 다반사다. 명백히 잘못되거나 논쟁을 일으킨 보도를 바로잡거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언론의 숙명이다. 문제가 된 보도의 사후 처리 문제는 언론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경과 뉴스1 사례처럼 보도에 문제가 제기돼도 마치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보도를 정당화하려는 듯 상을 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얼마나 어처구니 없었으면 내부 구성원들이 부적절하다며 미디어오늘에 제보하겠는가.
언론이 남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허구한 날 하는 것이 ‘사과 한 줄조차 없다’는 말인데 정작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기는커녕 ‘잘했다’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에 신뢰가 생길 수 없다. 언론 보도는 공적 책임의 결과물이다. 언론 매체가 특정 보도를 선정해 기자상을 주는 것을 단지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기자가 서울시청 사무실을 무단침입해 형사 사건으로 비화했지만 조선일보 측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취재 목적이라 해도, 아니 취재목적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자사 기자가 저질렀는데 일언반구조차 없다. 조선일보는 올해 지면에 ‘바로잡습니다’라는 코너를 신설하고 “오보로 현실을 중대하게 왜곡하거나 타인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경우 잘못을 바로잡고 사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보를 낸 경위까지 밝히겠다”고 한 바 있다. 창간 100주년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건데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은 허무할 뿐이다.
한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열심히 취재하다 사고 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 오보를 낸 기자에 대한 징계는 거의 추진되지 않는다는 언론사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저널리즘을 실천한다는 말은 취재 과정은 물론 완결되지 않은 보도 결과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는 말이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할망정 ‘흉기’(凶器)는 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