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정치인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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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정치인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위법이다

현직 정치인들이 시사프로그램 일일 진행자로 대거 나서며 방송의 공정성 훼손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방송법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실현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안과 정치 이슈를 많이 다루는 시사프로그램은 각별히 공정성, 객관성에 유의해야 하고 출연자 선정에서도 균형을 요구받는다.

전직 정치인들의 뉴스 앵커 및 진행자 진출은 줄곧 방송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켜왔다. 그런데 전직도 아니고 현직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정치인들이 ‘일일진행자’ ‘스페셜앵커’ 등 명목으로 잇따라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출연하고 있다. 아무리 일시적이라도 방송 내용의 공정성과 프로그램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그럼에도 섭외하는 방송사나 출연하는 정치인이나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화자찬하기 바쁘니 ‘공공재’인 방송을 자신들의 놀이터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현직 정치인들은 진행자로 나선 날 어김없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의 문제도 크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2조(정치인 출연 및 선거방송) 제4항은 “방송은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선거에서 선출된 자와 국무위원, 정당법에 의한 정당간부는 보도프로그램이나 토론프로그램의 진행자 또는 연속되는 프로그램의 고정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CBS, 채널A에 이어 공영방송 KBS까지 가세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6월29일부터 김현정 앵커의 휴가로 5명의 외부 일일진행자를 섭외하여 방송을 진행했다. 이중 원희룡 제주지사, 고민정·하태경 국회의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직 선출직 정치인이었고 나머지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도 전직 국회의원이었다. 방송진행조차 매끄럽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은 6월30일 진행자로 나서 출연자인 같은 당 진성준 국회의원과 여야 쟁점사항인 ‘원 구성 논란’을 다루면서 소속 정당 입장을 강조해 논란을 빚었다. 반면 미래통합당 하태경 국회의원은 7월1일 진행자로 출연해 같은 주제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직접 공방을 벌였다. 이어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대담에서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과 박원석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패널로 출연했는데 진행자 하태경 위원이 대담 중 박원석 전 의원의 발언에 직접 반박을 하기도 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7월22일부터 24일까지 패널로 자주 출연한 조응천 국회의원에게 임시 진행자를 맡겼다. 조응천 의원 역시 7월23일 방송에서 패널의 발언에 직접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담 주제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었는데, 진행자인 조 의원은 여당 국토위원위원회 간사여서 비판을 받는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 이해당사자가 사회를 보면서 대담 토론을 이끌어가고, 반박까지 나선 모양새를 연출했다.

최근엔 공영방송 KBS1라디오까지 가세했다. KBS1라디오 아침 시사프로그램 <김경래의 최강시사>는 김경래 기자의 휴가로 5일간 특별진행자를 섭외해 진행한다고 7월31일 밝혔다. <김경래의 최강시사> 제작진이 일일진행자로 섭외한 5명 중 홍익표·윤영석·김남국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고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역시 노원병 당협위원장으로 현직 정당 간부이다. 이 프로그램도 앞선 사례처럼 제대로 된 시사 대담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

▲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특별진행자 예고편▲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특별진행자 예고편

공영방송 KBS는 2015년부터 자체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KBS 보도·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불식하고, 공영방송 핵심가치인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제작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만든 것이다.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공정성에 관해 “KBS의 모든 뉴스와 시사, 교양 프로그램은 공정해야 한다. 즉 KBS 뉴스와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방송될 경우 그로 인해 억울해 하거나 손해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시청자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 편견 없이 이해하도록 전체를 아우르는 균형 있는 시각과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진행자에 대해서는 “방송에 출연하는 진행자, 기자, 아나운서 등은 KBS를 공적으로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에 공정성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진행자와 기자는 일반적 사안에 대해 전문적 관점에서 논평할 수 있으나, 갈등적 사안이나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되어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의 공정성을 해치는 현직 정치인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역할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일일진행자이든 특별진행자이든 적절하지 않다. 고정진행자가 아니라는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라. 방송은 정치인들의 한가한 놀이터가 아니다. 방송사 역시 시청률과 청취율 올리기에 급급하여 방송심의 규정 위반 소지가 높은 현직 정치인들의 진행자 섭외를 멈춰야 할 것이다.

민언련은 이번에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선 현직 정치인들의 방송심의 규정 위반에 대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심의를 신청하고, 해당 방송사 및 정치인들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함께 그에 걸맞은 심의 의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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