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청와대·민주당·방통위 비밀모임 오보 논란
“당·정·청이 최근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도입을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을 논의했다”는 조선일보 단독보도를 두고 오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5일 보도에 따르면 당·정·청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한정우 홍보기획비서관, 민주당 박광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조승래 의원(과방위 민주당 간사),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허욱·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 등이 참석한 모임을 가졌다.
조선일보는 “이 자리에선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도입뿐 아니라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역차별 해소 △국내외 OTT 현황 및 규제 방향 △KBS 경영 혁신 방안(지역국 기능 조정 등)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디지털 성범죄 근절 후속 대책 등이 논의됐다”고 보도하며 “야당은 이러한 당·정·청 회의 자체가 현행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위반한 불법 협의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조선일보 기사에서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되 방송 분야 등에 대해선 정부조직법상 국무총리 행정감독권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지상파 중간광고 등은 청와대나 여당 등 외부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미래통합당 소속 과방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독립기구인 방통위가 정책협의 등을 이유로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날 모임을 “비밀회의”로 규정한 뒤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청와대와 여당의 방송정책 개입 여부도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복수의 방통위 관계자는 “당일 모임에서 지상파 중간광고나 KBS 관련 사항을 논의한 적 없다. 안건으로도 올라가지 않았다”며 “이날 안건은 OTT 규제 문제, 해외사업자 역차별 문제, N번방 후속 조치 등 모두 통신 규제 관련 사항이었다”고 밝히면서 조선일보 기사가 오보라고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 주장대로 방통위 설치법 3조2항에 따르면 방통위는 정부조직법에 따른 중앙행정기관이지만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정부의 감독을 받아선 안 된다. 다만 통신 규제 관련 기본계획은 감독을 받을 수 있는 예외조항에 해당한다. 이날 논의 주제는 모두 통신 관련이었고, 방송 관련 사안이 논의되지 않았으니 이날 모임에서 법 위반에 해당하는 대목은 없다는 게 방통위 입장이다.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박광온 과방위원장은 5일 통화에서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KBS나 지상파 중간광고 등은 전혀 논의가 안 됐다. OTT와 N번방, 역외사업자 관련 문제를 이야기하고 가볍게 의견을 주고 받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측도 “완전 오보”라며 곧 반박 성명을 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일 모임을 두고 5일 통화에서 “21대 국회 출범 이후 상견례 느낌의 자리였다. OTT나 N번방 관련 현안을 들었다. 중간광고나 KBS 등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밀회의하는 경우가 어디있나”라고 밝힌 뒤 “조선일보가 계속 확인도 하지 않고 뇌피셜로 보도하는 행태를 아직도 못 버리고 또 다른 허위보도를 했다”고 비판했다.